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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깜박이'가 생겼다 빗자루를 사용하는 우리 집에 일반 청소기를 건너뛰고, 무선 로봇청소기를 입양했다. 청소는 내 룸메이트 담당인데 오매불망 청소기를 사고 싶어 했다. 그때마다 나는 "야, 후지무라 선생이 청소기가 쓰는 전기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들숨으로 먼지 빨아들여보랬어." 하며 들숨을 강요하는 내 기세에 눌려 결국 빗자루로 청소를 했다. 비전력 공방을 운영하는 후지무라 박사님 말처럼 먼지를 불어서 치우는 것은 별 힘 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반면, 들숨으로 흡입하는 방식은 뱃살이 빠질 정도로 힘이 든다. 청소기의 작동원리는 들숨으로 먼지를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쓴다. 논리적 반박 불가한 사실 앞에서 내 룸메는 비질을 하며 순응하는 것 같더니, 어느 날 일회용 청소포를 쟁였다. 이거 산 거.. 2026. 8. 30.
분리수거에 진심인데 왜 지구는 뜨거워질까? 제로웨이스트 환경 심취자 필독서 그러게나 말입니다. 보통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두가 분리수거에 진심인 것은 아니다, 알고 보면 나 포함 (이게 중요한 뽀인트!)해서 소수일 뿐이고, 실은 엉망진창으로 버리는 사람이 더 많다, 로 생각하기 쉽다. 저자가 230쪽에 걸쳐 말하는 바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체가 행동해야 사회가 바뀐다는 전제를 버려라. 소비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때는 '소비자 행동주의'의 조직되 시민운동일 때만 가능하다.나는 환경운동, 특히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는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하거나 실천에 지쳐 죄책감을 느끼는 환경쟁이들이 이 책을 꼭 읽으면 좋겠다. 환경운동 판에서 10년 넘게 활동가로 일하다 어쩌다 제로웨이스트 가게 사장이 되어버린 내가 마음 속으로 품어왔던 '그니까 조직화가 중요한 거죠'가 이 책에 구구.. 2026. 8. 26.
좋은 이웃과 쿠팡, 샘빌라에서 생긴 일 경향신문 20260724 녹색세상 칼럼을 썼다. 나보다 쿠팡의 폐해를 더 잘 써낼 인공지능의 글쓰기를 두고,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고민했다. (내가 이렇게 괴롭게 엉덩이 붙이고서 원고를 한땀한땀 쓰는데 인공지능은 너무 쉽게 잘 쓴단 말이지. ㅠㅜ) 이야기의 시작은 김애란 작가(a.k.a 사회학자)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에 실린 단편 '좋은 이웃'. 소설의 제목을 빌어 이번 칼럼은 좋은 이웃으로 시작한다. "좋은 이웃이란 뭘까? ‘좋은 이웃’ 타령이라니, 요즘 세상에 ‘성은이 망극하나이다’를 고하는 기분이 드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인상적인 이웃은 옆집 할머니였다." 사실 이 책이 넘 좋아서 어디라도 써 먹고 싶었다. 인공지능은 아마도 사심이 없으니까 좋은 이웃과 쿠팡을 연결하지는 .. 2026. 7. 25.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오디오북으로 길에서 김애란 작가의 >를 들었다. 그래선 안 됐다. 출근하다, 자전거를 타다, 전철에서 울컥할 때가 많아서. 길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를 때가 생겨서. 남의 눈이 없는 침실에서 꺼내 읽어야 했나 보다. 책의 뒷편에 실린 신형철 평론가의 다음 구절은 이 책을 정확히 '재현' 한다. 문학을 왜 읽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대답 대신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김애란 정도 되면 문학 자체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애란 정도 되면, 즉 한 작가가 자기만이 아니라 문학 자체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면, 그를 통해 문학의 본질을 곧장 말할 수도 있게 된다. ... 김애란의 재현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사회학자라고 규정할 자격이 사회학자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면, 나는 김애란이 .. 2026. 7. 12.
읽을 마음, 동네 독립서점 창업과 책에 대한 에세이 망원동 살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독립서점이 여기 저리 널려 있다는 점이다. 이 날도 그랬다. 일을 우라지게 하고 무조건 오후 6시에는 엉덩이를 뗴고 거북이 방지를 위해 동네 산책을 간다! 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나는 문 밖을 나섰다. 일은 여전히 밀려 있었으나 동네 산책 삼십 분부터 먼저.우리 집에서 도보 15분 내에 독립서점 4개가 있다. 더 있을 수도 있는데, 아마 내가 모를 수도 있다. 우선 떠오르는 독립서점은 이후 책방, 개똥이네 책방, 가가77페이지, 로우북스 등. 망원동은 나의 15분 도시. 이후 책방은 2분 거리라 (과장 아님) 너무 가깝고, 다시 돌아와 우라지게 일 할 것이 쌓여있기 때문에 개똥이네 책방처럼 10분 이상 걸리는 곳은 패스 하고, 산책하면서 적당히 주전부리도 하려면... 2026. 7. 3.
할머니 작가들을 사랑한다, 그 중 캐서린 브래드포드는 더욱 말 그대로, 할머니 작가들을 사랑한다. 박완서 작가님처럼 미술 작가 할머니들도 비교적 늦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오랜 작품 활동 기간 동안 인정 받지 못한 세월의 탓이 더 크다. 할아버지 작가들보다 유독 할머니 작가들이 화자되는 이유는 보통은 재능 있는 남자 작가들은 할아버지가 되기 훨씬 전에 이미 인정 받아 할아버지 나이대에는 원로 작가님이나 대가로 호명되기 때문이다. 할머니 작가들은 매미가 7년을 땅 아래서 지내다 한여름에 모습을 드러내듯 긴긴 시간동안 작품 활동을 하다가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할머니 작가로 드러난다. 캐서린 브래드포드 전을 보고 나오면서 패션지 엘르에서 할머니 작가들을 잘 소개해 준 기사를 읽었다. https://www.elle.co.kr/article/45.. 2026. 6. 29.
가족 없는 시대 : 혼자의 삶을 지키는 돌봄의 기록 우리 동네 마포구 구의원 차해영 님의 책이다. 이번 지방선거 몇 달 전 출간되어서 오히려 차해영 님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심 오해했었다. 선거 앞두고 정치인들이 자기 치세를 내세우기 위해 펴내는 자서전 출간 같은 거려나? 선거가 끝나고 재선에 당선된 구의원 차해영 님은 동네 의료 사회적 협동조합이 여는 '돌봄 간병 도우미(?)' 강의에 나타나 조용히 뒷자리에서 5일간의 강의를 듣고 수료증을 받아갔다고 한다. 내 친구가 강의를 듣고 와 전해준 말이다. 실은 내가 그 강의를 듣고 싶었는데 도저히 시간을 빼지를 못 해 한탄했더니, 강의 커리큘럼 보고 내 친구가 오오! 나 들을래! 하고 참가한 강의였다.그제야 나는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차해영 의원이 말하는 돌봄과 혼자, 가족이라는 말이 정.. 2026. 6. 23.
2026년 6월 15일, 알맹상점 오픈 6주년 요즘 일상 나는 참 운이 억세게 좋았다. 이미 제로웨이스트 붐이 접어든 즈음에 제로웨이스트니 플라스틱 프리 사업을 시작했다면 그야말로 폭망했을 것이다. 며칠 전 '수리상점 곰손'에서 하루에 2명 오는 기간 동안 6시간 곰손을 지키고 있었더니 확실히 알겠드라. 차라리 손님이 많아서 조그만 상점에서 6천 보 찍어버리는 날이 (수익 면이 아니라더라도) 손님이 언제 오나 기다리는 한갓진 날보다 더 낫다는 것을.알맹상점은 제로웨이스트 붐이랄 게 생기던 시절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죠) 나 같은 종자들이 많이 모인 망원에 자리를 잡은 덕에 한갓진 날보다 바쁜 날이 더 많다. 그렇게 오픈한 지 6년이 되었다. 요즘 일상은 여전히 쓰레기 덕질 중이고, 그 팔 할은 알맹상점 덕이리라. 혜몽이 다큐 작업을 하면서 내가 한 말이라.. 2026. 6. 15.
눈부시게 불완전한 >일라이 클레어, 하은빈 옮김저자의 전작 >을 인상 깊게 본 결과, 다시금 집어든 그의 책. 그의 지인이자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한 작가가 쓴 구절에 보면서 이 책이 바로 "그 선을 넘어가면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확신하게 되는 고통의 경계선" 너머, 그 너머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지만 고통의 경계선을 넘어서서 성숙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때 결코 견디지 못하리라 여겼던 고통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일이 누구에게라도 닥칠 수 있다. 그런 일은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왜 생기지 않았는지 생의 의미를 묻는 게 아니라 고통의 경계선 너머를 살아내야 한다. 클레어는 그 너머 계속되는 .. 2026.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