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93 지구 끝의 온실 왜 사람들이 김초엽, 김초엽 하는지 느끼게 해 준 소설. SF가 역설적으로 현실을 얼마나 잘 드러내주는지 알게 해 준 소설. 앞으로 김초엽 작가의 책은 주르륵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영상화 돼서 모스바나에서 푸른 빛이 도는 광경을, 디스토피아를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세계로 바꿔가는 빼앗긴 자들의 노력을, 이희수와 레이첼의 알쏭달쏭한 의존과 사랑의 관계를 눈으로 보고 싶다. 지구의 끝도 우주의 끝도 아닌, 단지 어느 숲속의 유리 온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 유리벽 사이를 오갔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 이라고 책은 끝난다. 바로 그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보고 싶다. 유토피아는 세상에 없어서 유토피아이므로 우리가 경험할 수는 없겠지. 유토피아란 디스토피아를 함께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 2026. 4. 8.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헨리 딤블비, 제미마 루이스 지음그 답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어떻게 먹어치우긴, 아주 아작내지... 그리고 그 댓가로 우리 몸도 망가진다. 왜냐면 우리는 지구의 한 구성체니까 말이다. 저자는 미슐렝 식당의 쉐프로서 업계 종사자이기도 하고 영국의 급식을 건강하게 바꿔낸 정책 제안자이자 실행자이기도 하고 연구자이기도 하다. 그런 저자가 쓴 책이라 팩트면 팩트, 인사이트면 인사이트가 망라되어 있다. 이런데도 그렇게 먹고 살래?라고 돌직구를 날린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과 책임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사회 정책적 방향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윽박지르고 위협하지 않는다. 이 책의 교훈을 개인적으로 실천하면 자연스럽게 '저속노.. 2026. 3. 27. 2월인데 이미 올해 최고의 책, 그저 하루치의 낙담 글이란 이렇게 쓰는 거라고, 이토록 솔직하고 스탠드업 코메디처럼 웃기는 자기 고백이 어느 순간 전철에서 책 읽다가 펑펑 울게 하는데, 이분은 천상 글쟁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오랫동안 일간지 기자였다가 책 공장처럼 성실하게 원고를 써내는 장강명 작가처럼 박선영 전 기자님도 여자 장강명 작가처럼 책 많이 내게 해달라고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박선영 작가가 기자 시절 썼던 전설의 칼럼에 교차로 앞에서 엉엉 울었다는 썰이 나오는데, 나도 이 책을 읽다 무담시 전철이나 버스에서 자주 울어서 자기 전에 집에서만 꺼내 읽게 됐다. 그 눈물은 박선영 기자의 글처럼 자기연민은 쏙 빼고서 타인과 세상에 향한 연민이었는데, 그렇다면 얼마든지 자주, 자꾸 울어도 좋을 것이다. 그 눈물은 후원을 하든 서명을 하든 뭐라.. 2026. 3. 5. 오디오북으로 들은 키메라의 땅, 다른 버전도 보고 싶어 오디오북을 이제야 알게 됐다. 놀랍게도, 내게 오디오북은 책의 범위 내에 있지 않았다. 누군가 오디오북으로 '파친코'를 읽었는데 누구 목소리로 설정하는 게 좋았다고 하면서, 오고 가는 길에 파친코를 오디오북으로 다 읽었다는 거다. 귀가 확 트였다. 멀미를 해서 버스 등에서 글을 못 보는 내가 귀로 책을 들을 수 있다면? 왜 도대체 나는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아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지? 자책하면서 책 듣기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결과 길을 오가는 자투리 시간에 약 3-4권의 책을 듣게 되었다. 오디오북으로 인해 읽는 책이 더 많아졌고 읽는 책의 장르도 더 넓어졌다. 아무래도 소설책이나 에세이처럼 말 하는 대로 귀가 따라가도 이해되는 책은 오디오북 좋고, 집중하거나 생각을 꼽씹어야 하는 책은 종이책이 좋다... 2026. 2. 14.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 는 의미는 이미 그 당시에도. 나는 계엄시도가 있어서 너무 유명해버린 문구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란 말이 2024년에야 빛을 발했다고 생각했다. 한참 뒤늦게 이제야 한강의 >를 읽으면서 1980년 5월 그 당시에도 이미 그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 생각하곤 했다. 그 밤 도청에 남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한다는 의미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 게토 지역에서 일어난 바르샤바 봉기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인간답게, 내가 옳은 사람으로 죽는다며 위로를 찾는 것은 아닐까. > 아래 구절을 읽으며, 그들이 그 자리에 남아 죽음으로써 수천곱절의 죽음을 막아냈다는 사실을 비로서 알게 되었다. 의로운 죽음은 상징적인 수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살려낸 정의로운 무기였던.. 2026. 2. 12. 휴먼 카인드,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이런 책은 교과서에 실려야 하는 거 아냐? 내가 고등학교 사회 교사라면 무조건 학생들 이 책 읽는 팀플 과제 내준다 (아니 왜 역할극??) 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빌 게이츠처럼 무슨 디게 유명한 CEO들이 추천한 책이라서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올해 읽은 베스트 책 중 한권이 되었다. (올해 책을 얼마 안 읽긴 했지) 저자의 말처럼 나도 진화가 더 이상 적자 생존 같은 비정한 단어가 아니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따뜻한 위로로 느껴졌다. 이 책은 >는 책의 확장판이며, 두 책 중에서 한 권만 읽으신다며 >를 권한다. 전자가 유전학의 과학에 좀 더 집중했다면, 후자는 과학적 연구는 물론이고 인류학, 고고학, 사회학, 심리학, 역사학을 총망라해 새로운 현실주의자의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 2025. 12. 14. 리와일딩 선언, 자유로운 야생으로의 초대 한국 환경운동에도 작년부터 활발하게 이야기되기 시작한 주제가 있으니, 바로 리와일딩 분야다. 후쿠시마 사고가 터졌을 때 반핵 운동이 급 물살을 탔고, 쓰레기 대란이 터진 후 자원순환과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선봉에 섰다면, 지금 환경운동의 가장 핫한 주제는 리와일딩 운동이 아닐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은 돈 들어올 때만 하는 말이 아니다. 운동에 있어서도 물 들어올 때가 있는 법이니. 그럴 때 최대한 많이 화자되면서 가시적이거나 근본적인 활동의 발판을 깔아놔야 한다. 물 들어오는 시절이 지나가면 또다시 목청 높이 부르짖고 매력적인 활동을 제시해도 나 혼자만 염병첨병 하고 프로젝트는 죄다 떨어지는, 외로운 시기가 닥치기도 하니. ㅎㅎ하여 이 시기에 딱 도래한 신간 >, 것도 한국 저자의 책. 읽.. 2025. 10. 13. 커버링, 좋은 어른으로 자라난 이의 문학적 사회적 법적 회고록 요즘 소문이 자자했고 주변에서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지만, 도서관에서는 매번 '예약중'이라라 빌려볼 수는 없고 구입할지 말지 고민하다 까먹은, 출판 연식이 좀 된 책들을 발견하고 있다.한물갔다는 말이 역사적 유물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좋은 책에도 한물갔다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책이란 그런 것이다. 설령 사회적 맥락이 달라져 한물 갔다해도 좋은 책의 경우 그마저 빈티지가 되드라. 물론 학습서나 자기계발서, 실용서에는 해당하지 않는 소리. 미리 찜한 도서를 검색대에서 찾는 대신, 도서관 사회과학 서가나 문학 서가를 어슬렁거린다. 반드시 예전에 끝발 날리며 도서관에서 대출 중이었던 책들이 서가에 한가하게 놓인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들을 읽는 즐거움이 솔찮허다. 손때가 묻고 사람들이 페이.. 2025. 10. 3. 비비언 고닉,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순전히 이름이 좋았다. 책도, 작가도. 비비언 고닉이라니. 우리 부모님은 사주에 '금' 이 없어서 먹고 살 재주가 없으니 금을 보강해야 한다는 할아버지 말씀에 지극히 쌍팔년도 - 이미 웹소설 주인공 이름 같은 걸로 얘들 이름 지어줬었지 -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일제시대에 나올 법한 이름을 내게 달아주셨다. 다시 비비언 고닉으로 돌아와, 비비언이라는 비비드한 느낌에 고닉이라는 고풍적이고 어딘가 유러피언 느낌의 성이 합쳐진 이름. 그래서 나는 비비언 고닉의 책을 집어들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끌리는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부터 읽기 시작했드랬다. 도시와 여자가 나오는 작품 치고 재미 없는 거 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섹스앤더시티', 그리고 올리비아 랭의 >. 비비언 고닉이 한 세대 후 태어나서 '빌리.. 2025. 9. 21. 이전 1 2 3 4 ··· 1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