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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90

오디오북으로 들은 키메라의 땅, 다른 버전도 보고 싶어 오디오북을 이제야 알게 됐다. 놀랍게도, 내게 오디오북은 책의 범위 내에 있지 않았다. 누군가 오디오북으로 '파친코'를 읽었는데 누구 목소리로 설정하는 게 좋았다고 하면서, 오고 가는 길에 파친코를 오디오북으로 다 읽었다는 거다. 귀가 확 트였다. 멀미를 해서 버스 등에서 글을 못 보는 내가 귀로 책을 들을 수 있다면? 왜 도대체 나는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아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지? 자책하면서 책 듣기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결과 길을 오가는 자투리 시간에 약 3-4권의 책을 듣게 되었다. 오디오북으로 인해 읽는 책이 더 많아졌고 읽는 책의 장르도 더 넓어졌다. 아무래도 소설책이나 에세이처럼 말 하는 대로 귀가 따라가도 이해되는 책은 오디오북 좋고, 집중하거나 생각을 꼽씹어야 하는 책은 종이책이 좋다... 2026. 2. 14.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 는 의미는 이미 그 당시에도. 나는 계엄시도가 있어서 너무 유명해버린 문구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렸다'란 말이 2024년에야 빛을 발했다고 생각했다. 한참 뒤늦게 이제야 한강의 >를 읽으면서 1980년 5월 그 당시에도 이미 그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 생각하곤 했다. 그 밤 도청에 남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한다는 의미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 게토 지역에서 일어난 바르샤바 봉기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인간답게, 내가 옳은 사람으로 죽는다며 위로를 찾는 것은 아닐까. > 아래 구절을 읽으며, 그들이 그 자리에 남아 죽음으로써 수천곱절의 죽음을 막아냈다는 사실을 비로서 알게 되었다. 의로운 죽음은 상징적인 수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살려낸 정의로운 무기였던.. 2026. 2. 12.
휴먼 카인드, 감춰진 인간 본성에서 찾은 희망의 연대기 이런 책은 교과서에 실려야 하는 거 아냐? 내가 고등학교 사회 교사라면 무조건 학생들 이 책 읽는 팀플 과제 내준다 (아니 왜 역할극??) 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빌 게이츠처럼 무슨 디게 유명한 CEO들이 추천한 책이라서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올해 읽은 베스트 책 중 한권이 되었다. (올해 책을 얼마 안 읽긴 했지) 저자의 말처럼 나도 진화가 더 이상 적자 생존 같은 비정한 단어가 아니라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따뜻한 위로로 느껴졌다. 이 책은 >는 책의 확장판이며, 두 책 중에서 한 권만 읽으신다며 >를 권한다. 전자가 유전학의 과학에 좀 더 집중했다면, 후자는 과학적 연구는 물론이고 인류학, 고고학, 사회학, 심리학, 역사학을 총망라해 새로운 현실주의자의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 2025. 12. 14.
리와일딩 선언, 자유로운 야생으로의 초대 한국 환경운동에도 작년부터 활발하게 이야기되기 시작한 주제가 있으니, 바로 리와일딩 분야다. 후쿠시마 사고가 터졌을 때 반핵 운동이 급 물살을 탔고, 쓰레기 대란이 터진 후 자원순환과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선봉에 섰다면, 지금 환경운동의 가장 핫한 주제는 리와일딩 운동이 아닐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은 돈 들어올 때만 하는 말이 아니다. 운동에 있어서도 물 들어올 때가 있는 법이니. 그럴 때 최대한 많이 화자되면서 가시적이거나 근본적인 활동의 발판을 깔아놔야 한다. 물 들어오는 시절이 지나가면 또다시 목청 높이 부르짖고 매력적인 활동을 제시해도 나 혼자만 염병첨병 하고 프로젝트는 죄다 떨어지는, 외로운 시기가 닥치기도 하니. ㅎㅎ하여 이 시기에 딱 도래한 신간 >, 것도 한국 저자의 책. 읽.. 2025. 10. 13.
커버링, 좋은 어른으로 자라난 이의 문학적 사회적 법적 회고록 요즘 소문이 자자했고 주변에서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지만, 도서관에서는 매번 '예약중'이라라 빌려볼 수는 없고 구입할지 말지 고민하다 까먹은, 출판 연식이 좀 된 책들을 발견하고 있다.한물갔다는 말이 역사적 유물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좋은 책에도 한물갔다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책이란 그런 것이다. 설령 사회적 맥락이 달라져 한물 갔다해도 좋은 책의 경우 그마저 빈티지가 되드라. 물론 학습서나 자기계발서, 실용서에는 해당하지 않는 소리. 미리 찜한 도서를 검색대에서 찾는 대신, 도서관 사회과학 서가나 문학 서가를 어슬렁거린다. 반드시 예전에 끝발 날리며 도서관에서 대출 중이었던 책들이 서가에 한가하게 놓인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책들을 읽는 즐거움이 솔찮허다. 손때가 묻고 사람들이 페이.. 2025. 10. 3.
비비언 고닉, 짝 없는 여자와 도시 순전히 이름이 좋았다. 책도, 작가도. 비비언 고닉이라니. 우리 부모님은 사주에 '금' 이 없어서 먹고 살 재주가 없으니 금을 보강해야 한다는 할아버지 말씀에 지극히 쌍팔년도 - 이미 웹소설 주인공 이름 같은 걸로 얘들 이름 지어줬었지 -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일제시대에 나올 법한 이름을 내게 달아주셨다. 다시 비비언 고닉으로 돌아와, 비비언이라는 비비드한 느낌에 고닉이라는 고풍적이고 어딘가 유러피언 느낌의 성이 합쳐진 이름. 그래서 나는 비비언 고닉의 책을 집어들었고 그 중에서도 가장 끌리는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부터 읽기 시작했드랬다. 도시와 여자가 나오는 작품 치고 재미 없는 거 본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섹스앤더시티', 그리고 올리비아 랭의 >. 비비언 고닉이 한 세대 후 태어나서 '빌리.. 2025. 9. 21.
먹고, 싸고, 죽고 Eat Poop Die 인덱스를 다닥 다닥 붙여서 책 필사하는 수준으로 기억할 부분이 많았던 책. '인간이 지구의 암이야' 하는 자조를 넘어 인간도 동물지구화학의 한 구성원으로서 끊어진 생태계 순환을 어떻게 이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 책. (이 책에는 오줌 재활용하는 피사이클링과 '시체농장'으로 불리는 시체 퇴비화 장례도 나온다)자연 생태계의 광범위한 복원을 뜻하는 '리와일딩(Rewilding)'이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대순환의 복원이라는 사실을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처럼 신기하게 깨닫게 된다. 게다가 개큰글빨... 가령 여름 동안 비축한 에너지로 겨울을 나는 자본번식동물인 불곰이 30퍼센트 정도 체중이 불어나는 모습을 "자코메티에서 보테로가 되는 것이다"라고 묘사한다든가. 이 책을 번역한 장상미 (신비)님이 운영하는 목.. 2025. 9. 4.
바다의 천재들, 말 그대로 천재였어! 바다의 천재들 / 빌 프랑수아물리학의 한계의 도전하는 바다 생물의 놀라운 생존 기술이 천재들이 얼만큼 어떻게 천재적인지 아직 파악도 못 한 채로 이들을 남획하고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사라지게 하는 인류야말로 둔재 아닌가. 그게 생태계의 한 일원인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오는 줄도 모르고. 생태계의 엮임을 알면 알수록 종 다양성이 우수수 사그라들게 한 둔재의 한 명으로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진다. 경외감을 가장 느끼기 쉬운 존재가 바로 이 생태계의 천재들 아닌가 싶다. 책 속에서 향유고래가 막대한 산소를 저장하는 곳두 시간 이상 무호흡 잠수를 할 수 있는 향유고래는 막대한 양의 산소를 혈액과 도처의 근육에 저장한다. 향유고래는 적혈구에 들어 있는 많은 양의 혜모글로빈 덕분에 혈액 속에 산소를 고정할.. 2025. 8. 28.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가 대단하긴 하다. 자기계발서 분야의 탈을 쓰고서 기어이,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도 잘 대접하는 법을 녹여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이메일을 살짝 다르게 쓰게 되었고, 살짝 더 다정한 마음이 되었다. 이러한 태도가 쌓여 인생을 바꿀 수 있겠지, 그러니 책 제목은 과장이 아닌 셈이다. 앞서 자기계발서 분야의 탈을 썼다 했는데, 정정해야겠다. 내 이메일 쓰기를 조금이나마 낫게 해주었으니 자기계발서의 본분에도 충실하다. 이런 자기 계발서라면 에세이고 문학이라고 할 수 있고 얼마든지 자기계발서를 읽고 싶다. 스스로 한 장르가 되어버린 이슬아 작가답게, 새로운 장르의 책을 선보였다. 읽는 즐거움과 자기 계발을 동시에 해버리는 이 매력적인 책의 내용을 공유한다. 이야먈로 자기계발서에 대한 문학 작가로서의 .. 2025.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