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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오디오북으로 길에서 김애란 작가의 >를 들었다. 그래선 안 됐다. 출근하다, 자전거를 타다, 전철에서 울컥할 때가 많아서. 길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를 때가 생겨서. 남의 눈이 없는 침실에서 꺼내 읽어야 했나 보다. 책의 뒷편에 실린 신형철 평론가의 다음 구절은 이 책을 정확히 '재현' 한다. 문학을 왜 읽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대답 대신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김애란 정도 되면 문학 자체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애란 정도 되면, 즉 한 작가가 자기만이 아니라 문학 자체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면, 그를 통해 문학의 본질을 곧장 말할 수도 있게 된다. ... 김애란의 재현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사회학자라고 규정할 자격이 사회학자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면, 나는 김애란이 .. 2026. 7. 12.
읽을 마음, 동네 독립서점 창업과 책에 대한 에세이 망원동 살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독립서점이 여기 저리 널려 있다는 점이다. 이 날도 그랬다. 일을 우라지게 하고 무조건 오후 6시에는 엉덩이를 뗴고 거북이 방지를 위해 동네 산책을 간다! 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나는 문 밖을 나섰다. 일은 여전히 밀려 있었으나 동네 산책 삼십 분부터 먼저.우리 집에서 도보 15분 내에 독립서점 4개가 있다. 더 있을 수도 있는데, 아마 내가 모를 수도 있다. 우선 떠오르는 독립서점은 이후 책방, 개똥이네 책방, 가가77페이지, 로우북스 등. 망원동은 나의 15분 도시. 이후 책방은 2분 거리라 (과장 아님) 너무 가깝고, 다시 돌아와 우라지게 일 할 것이 쌓여있기 때문에 개똥이네 책방처럼 10분 이상 걸리는 곳은 패스 하고, 산책하면서 적당히 주전부리도 하려면... 2026. 7. 3.
가족 없는 시대 : 혼자의 삶을 지키는 돌봄의 기록 우리 동네 마포구 구의원 차해영 님의 책이다. 이번 지방선거 몇 달 전 출간되어서 오히려 차해영 님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심 오해했었다. 선거 앞두고 정치인들이 자기 치세를 내세우기 위해 펴내는 자서전 출간 같은 거려나? 선거가 끝나고 재선에 당선된 구의원 차해영 님은 동네 의료 사회적 협동조합이 여는 '돌봄 간병 도우미(?)' 강의에 나타나 조용히 뒷자리에서 5일간의 강의를 듣고 수료증을 받아갔다고 한다. 내 친구가 강의를 듣고 와 전해준 말이다. 실은 내가 그 강의를 듣고 싶었는데 도저히 시간을 빼지를 못 해 한탄했더니, 강의 커리큘럼 보고 내 친구가 오오! 나 들을래! 하고 참가한 강의였다.그제야 나는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차해영 의원이 말하는 돌봄과 혼자, 가족이라는 말이 정.. 2026. 6. 23.
눈부시게 불완전한 >일라이 클레어, 하은빈 옮김저자의 전작 >을 인상 깊게 본 결과, 다시금 집어든 그의 책. 그의 지인이자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한 작가가 쓴 구절에 보면서 이 책이 바로 "그 선을 넘어가면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확신하게 되는 고통의 경계선" 너머, 그 너머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지만 고통의 경계선을 넘어서서 성숙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때 결코 견디지 못하리라 여겼던 고통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일이 누구에게라도 닥칠 수 있다. 그런 일은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왜 생기지 않았는지 생의 의미를 묻는 게 아니라 고통의 경계선 너머를 살아내야 한다. 클레어는 그 너머 계속되는 .. 2026. 6. 1.
자연은 퀴어하다 텀블벅에 떴을 때 펀딩에 참여헀다. 제목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담고 있었다. 장소에 토박이가 된다는 것, 속한다는 것, 그리고 자연의 온갖 퀴어함에 관하여... 게다가 나는 노승영 님이 번역한 책은 믿고 보니까. 아르메니아 태생의 미국인 저자의 인종과 이민자 정체성, 어린 시절의 성폭행 피해, 성적 지향 등이 자연에서 발견한 연결됨을 통해 균류학자가 되는 길까지, 아름답고 시적인 문체로 적었다. >, >, > 등 과학자들이 자신이 깨달은 자연과의 공생을 삶과 사회에 투영해 씨실과 날실로 엮어낸 책의 계보에 속하지 않을까. 주류 과학계의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자연을 새롭게 보고 느끼는 과학적 감성과 이성을 훈련하는 데 여성, 퀴어, 이민자, 인디언 등 소수자의 시각이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이 .. 2026. 5. 21.
지구 끝의 온실 왜 사람들이 김초엽, 김초엽 하는지 느끼게 해 준 소설. SF가 역설적으로 현실을 얼마나 잘 드러내주는지 알게 해 준 소설. 앞으로 김초엽 작가의 책은 주르륵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영상화 돼서 모스바나에서 푸른 빛이 도는 광경을, 디스토피아를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세계로 바꿔가는 빼앗긴 자들의 노력을, 이희수와 레이첼의 알쏭달쏭한 의존과 사랑의 관계를 눈으로 보고 싶다. 지구의 끝도 우주의 끝도 아닌, 단지 어느 숲속의 유리 온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 유리벽 사이를 오갔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 이라고 책은 끝난다. 바로 그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보고 싶다. 유토피아는 세상에 없어서 유토피아이므로 우리가 경험할 수는 없겠지. 유토피아란 디스토피아를 함께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 2026. 4. 8.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헨리 딤블비, 제미마 루이스 지음그 답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어떻게 먹어치우긴, 아주 아작내지... 그리고 그 댓가로 우리 몸도 망가진다. 왜냐면 우리는 지구의 한 구성체니까 말이다. 저자는 미슐렝 식당의 쉐프로서 업계 종사자이기도 하고 영국의 급식을 건강하게 바꿔낸 정책 제안자이자 실행자이기도 하고 연구자이기도 하다. 그런 저자가 쓴 책이라 팩트면 팩트, 인사이트면 인사이트가 망라되어 있다. 이런데도 그렇게 먹고 살래?라고 돌직구를 날린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과 책임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사회 정책적 방향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윽박지르고 위협하지 않는다. 이 책의 교훈을 개인적으로 실천하면 자연스럽게 '저속노.. 2026. 3. 27.
2월인데 이미 올해 최고의 책, 그저 하루치의 낙담 글이란 이렇게 쓰는 거라고, 이토록 솔직하고 스탠드업 코메디처럼 웃기는 자기 고백이 어느 순간 전철에서 책 읽다가 펑펑 울게 하는데, 이분은 천상 글쟁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오랫동안 일간지 기자였다가 책 공장처럼 성실하게 원고를 써내는 장강명 작가처럼 박선영 전 기자님도 여자 장강명 작가처럼 책 많이 내게 해달라고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박선영 작가가 기자 시절 썼던 전설의 칼럼에 교차로 앞에서 엉엉 울었다는 썰이 나오는데, 나도 이 책을 읽다 무담시 전철이나 버스에서 자주 울어서 자기 전에 집에서만 꺼내 읽게 됐다. 그 눈물은 박선영 기자의 글처럼 자기연민은 쏙 빼고서 타인과 세상에 향한 연민이었는데, 그렇다면 얼마든지 자주, 자꾸 울어도 좋을 것이다. 그 눈물은 후원을 하든 서명을 하든 뭐라.. 2026. 3. 5.
오디오북으로 들은 키메라의 땅, 다른 버전도 보고 싶어 오디오북을 이제야 알게 됐다. 놀랍게도, 내게 오디오북은 책의 범위 내에 있지 않았다. 누군가 오디오북으로 '파친코'를 읽었는데 누구 목소리로 설정하는 게 좋았다고 하면서, 오고 가는 길에 파친코를 오디오북으로 다 읽었다는 거다. 귀가 확 트였다. 멀미를 해서 버스 등에서 글을 못 보는 내가 귀로 책을 들을 수 있다면? 왜 도대체 나는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아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지? 자책하면서 책 듣기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결과 길을 오가는 자투리 시간에 약 3-4권의 책을 듣게 되었다. 오디오북으로 인해 읽는 책이 더 많아졌고 읽는 책의 장르도 더 넓어졌다. 아무래도 소설책이나 에세이처럼 말 하는 대로 귀가 따라가도 이해되는 책은 오디오북 좋고, 집중하거나 생각을 꼽씹어야 하는 책은 종이책이 좋다... 2026.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