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사회혁신가, 모아님
전주 제로웨이스트 숙소 '모악산의 아침'은 대학교 2학교 때 어릴 적 살던 집을 수리해 에어비앤비 숙박을 시작한 '모아' 님의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이후 모아 님은 제로웨이스트 비건 장터 '불모지 장', 공유경제 모임 공간 '지향집', 유기견과 유기묘를 돌보는 '임시보호자' 라는 사회 혁신가의 길을 걸어왔고, 모악산의 아침은 그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경제적 독립의 기반이 되었다.
이력만 보자면 이미 40대는 되었을 것 같지만, 아직 서른이 되지 않은 모아 님. 세상에 없으니까 원하는 게 생기면, 세상에 필요하면, 내가 하고 말지 뭐, 하고 시작하고 보는 불도저(가 아니라 불모지 장의 창시자... ㅋㅋ)


약국에서 버려지는 약통을 구해서 샴푸바 키트를 만드는데요, 약통 구해요! 하고 SOS를 치면 전주의 약국들 엮어서 약통을 모으게 해주는 사람, 전주의 한 유명한 카페에서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하면서 (말로만) 자원순환 협업한다고 하면 항의하고 댓글로 그러지 말라고 목소리 내는 사람.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본인에게 오는 사적 이익은 일도 없고(오히려 적을 만들고), 댕댕이들 입양 보내는 영상 제작, 지향지 인스타, 불모지장 인스타 관리 등으로 매일 매일 정신 없이 바쁜 사람이라는 것.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모아 님은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에요. 모아 님 덕분에 세상이 좀 더 나아집니다. 이런 멋진 사회 혁신가 같으니라고!
지향집을 소개합니다!
모아님이 한달에 한번 공익 활동가들을 위해 기부해주시는 '모악산의 아침' 숙소를 이용하고, 늘 가보고 싶었던 '지향집'에 들렀습니다. 누구나 커뮤니티 운영자가 되어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함께 나누는 '구옥 스테이' 공간입니다.
지향집은 다른 뜻도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모아 님의 어머니가 십대 시절에 사셨던 집이라고 해요. 모아 님 어머니 이름을 따서 '지향집'이라고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낭만적이고 몽글몽글 가슴이 따뜻해지는 스토리죠.

지향집에서는 요가, 반찬 나눔, 비건 식탁, 음악회, 북콘서트, 단기 장기 스테이 등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원하는 만큼 마음 따라 비용을 자율 기부하고 공간 운영에 필요한 청소, 빨래, 정리 등의 일을 자율적으로 하면 됩니다. 마치 해방촌에 있었던 '빈집'이 생각나지 않나요? 빈집은 빈 공동체를 이루고 빈 은행인 '빈고'를 만들면서 현재 공동체 경제를 운영하고 있어요. 얼마 전 이 활동의 기록을 '자본의 바깥'이라는 책으로 펴냈습니다. (갬동하면서 읽고 있어요)
우리는 돈이 아니면 세상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돈 없이 뭘 해, 그게 가능해? 라고 생각하죠. 실제 세상 일은 돈도 중요하지만 돈이 아닌 '커먼즈'로 운영된다고 하면 현실을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단지 우리가 믿지도 않고 보지도 않기 때문이죠. 호의와 호혜는 공기처럼 떠다닙니다. 그게 아니라면 인간처럼 길고 무력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호모 사피엔스가 길고 오래 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호혜의 경제는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느끼기 어려운데요.
빈집의 공동체 은행인 '빈고'나 '지향집'처럼 커먼즈가 집결되면 드디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곧 이렇게 말하고는 해요. 그건 특별한 일이지, 예외적이었어, 운영자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어서 가능한 거야. 운영자가 대단하다는 점은 맞고요, 나머지는 틀립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정하고 감정이입을 잘 하고 돈이 아니라도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동물입니다. 책 <<휴먼 카인드>>에는 인류의 진화가 바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증거였다는 점을 잘 풀어냅니다. 희망의 역사적 증거를 찾으며 저자는 적자생존으로 여겨지던 인류의 진화가 더이상 외롭지 않게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저는 외로울 때가 오면 지향집을 생각하기로 헀습니다.



저는 지향집에서 공유나 공동체, 커먼즈, '0원으로 사는 삶' 같은 이상적이고 불가능해 보이는 말들에 자신을 갖게 되었어요. 지향집에서는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나누고 각자의 몫을 하되, 정해진 비용이 없습니다. 단기나 중기 스테이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운영한 지 4년차. 초기 몇 달 동안 적자라서 마음 졸였지만 현재 자율 기부금과 활동으로 지향집의 운영비를 충당한다고 합니다.











오래된 붙박이 장농을 프로파간다(?) 쇼룸 공간과 물건 공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교환할 옷들이 들어있는 붙박이 장농. 21% 장농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ㅎㅎ





이미 에어비앤비에서 모악산의 아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기에 주변에서 전주 관광지인 한옥마을에서 가까운 '지향집'을 제 2의 에어비앤비 숙소로 운영해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구옥 스테이'에 딱 맞는 취향 돋는 공간이니까요.
모아 님은 이 공간을 각자의 지향이 어울러지는 커먼즈의 공간으로 내놓았습니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율 기부와 자율 활동으로 취향껏 운영되는, 누구나의 공간. 환대가 가득찬 오래된 단독 주택에서 마음이 두근두근하였어요. 지향집 때문에, 아니 덕분에 전주가 더 좋아지고 세상이 더 좋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언젠가 지향집이 문을 닫는다 해도, 또 다른 지향집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잘 믿지 않지만,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노란 대문의 지향집이 가진 다정함은 잊지 못할 거 같아요.
모악산의 아침 숙소의 와이파이 비번은 remember0416, 지향집의 비번은 govegan1016. 비번마저도 취향인 공간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취향이란 그 사람 자체다" by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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