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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18

[페미니즘]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페미니즘 책을 읽었다. 아니지, 오랜만에 책을 읽었지. 2019년 만큼 책을 안 읽은 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2019년 나의 한 해를 요약하자면, 한 권의 책을 썼고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냉장고 파먹기'처럼 머리에 알량하게 축적된 것들을 꺼내먹은 한 해살이.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냉동식품과 얼려놓은 대파까지 파먹고 텅텅 빈 상태가 되어 말 잘 듣는 어린이마냥 2020년 새해 첫 결심을 책 읽기로 정했다. '엑스엑스 룸메' 씨앗이(역대 룸메들 중 최애 캐릭터) 두 달 쯤 전에 빌려준 페미니즘 책, 권김현영 님의 을 읽었다. 잘 쓰여진 페미니즘 책은 독자에게 이런 느낌을 시전한다. 평생 도시에서만 살던 사람이 바다를 처음 보는 감동 같은 거. 시야가 환해지는 경험. 진짜 다른 세상이 있었어.. 2020. 1. 1.
[어둠 속의 희망]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일러요. 인내심이라고는 한 줌의 방광 주머니보다 작았기에, 때때로 지하 3000미터 천연 암반수보다 더 깊이 절망했다. MB가 대통령이던 시절, 무슨 집회만 있으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날이 쨍쨍하다는 예보에 준비도 안 했는데, '호랑이 장가 가는 날'처럼 집회 장소에 비가 쏟아졌다. 저 건너의 하늘은 우리를 놀리듯 맑았다. 4대강 공사 반대한다고 남태령을 넘는 삼보일배 행진을 하는데 폭우가 쏟아져 아스팔트 고갯길에서 폭포수처럼 빗물이 쏟아져내렸다. 길바닥에 엎드려 절하는 내 곁을 스쳐가는 자동차 바퀴에서도 계곡물처럼 빗물이 튀었으니, '하늘도 울고 나도 울고' 이런 시츄에이션이었다. 나도 서울 시장 돼서 내가 믿는 신에게 '서울을 봉헌'하면 MB님의 영롱한 '신빨'이 생길까. 그 시절 MB는 날씨마저 따라주는.. 2018. 3. 2.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의 부제는 '시선에 지친 우리의 이야기'이다. 책을 술술 읽히게 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사례를 읽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나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않고, 시선에 지치지도 않는데, 그건 바로 스무살 무렵부터 『달빛 아래에서의 만찬』 같은 책들을 잔뜩 읽어서 그런 거라고. 페미니즘이 아니었다면 적금을 깨서 필러 시술을 받고 값비싼 안티 에이징 화장품을 사는 중년을 맞았을 지도 모른다. 페미니즘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네 자체로 아름답다'가 아니라 아름답든 아름답지 않든 네가 살고 싶은 데로 살아도 충분히 살 만하다는 사실이었다. '네 자체로 아름답다'는 광고들은 멋지다. 성차별적인 이미지로 여성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광고들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2017. 11. 24.
디즈 이즈 타이베이! 페미니즘 서점과 레즈비언 샵 처음에 갔을 때 대만은 일본과 태국을 절반씩 섞어놓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시끌벅적한 대로를 조금만 벗어나 있는 고즈넉한 동네가 흡사 일본의 골목길 같았고, '이런 것을 만들다니!' 싶은 아기자기한 팬시 제품이 일본만큼 많았고, 길거리 음식이 널려있는 야시장은 방콕을 닮았다. 서울과는 닮은 듯하면서도 닮지 않은 느낌이었다. 두 번째 타이베이에 갔을 때, 이 나라에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일본과 태국의 경우 살고 싶지는 않다. 타이베이에는 그 도시를 지배하는 오래된 건물들의 군상처럼 착 가라앉은 공기가 떠다닌다. '가라앉았다'는 것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우중충하거나 우울한 느낌이 아니라, 단정하고 소박한 댄디함이랄까. 애써 뽐내거나 내세우지 않은, 참빗으로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무채색.. 2017.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