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very day31

2012년 새해 아침 일년 전 태국에서 교통사고가 나 왼쪽 다리에 심은 철심 제거술을 받았다. 철심을 받은 수술보다 더 하랴, 싶었지만, 남들은 철심 제거술을 받고 지발로 걸어서 퇴원한다고 하건만, 나는 그렇지가 않았다. 이미 누군가에게 인심좋게 건넨 목발을 다시 샀고 그 목발로도 부족해 엉덩이와 무릎으로 기어다녔다. 친구들은 인간의 진화를 거슬러 올라가 네발 다리 짐승을 보는 듯하다고 그랬다. 인간-> 호모 에렉투스 -> 뭐드라, 뭐드라 암튼 뭐시기들의 과정 -> 그리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쯤 소설가 고 박완서 씨가 그랬다. 언젠가 전화받다가 팔을 잘못 짚어서 한 쪽 팔에 기부스를 하게 되었는데 글쎄, 한 쪽 팔을 쓰지 못하니까 전체적으로 몸의 균형이 안 맞아서 한 달 동안 꼼짝없이 집 안에서 지냈다고 말이다. 왼쪽 다리를 .. 2012. 1. 1.
한미 FTA 반대 기자회견! 사천왕 나가신다! 한참 일을 하다가, 한미 FTA가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번쩍 정신이 들었습니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정산 서류, 공문, 예산안 등을 집어치우고 급히 폐 현수막을 활용하여 한미 FTA 반대 현수막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폐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만 만드는 것이 아니었던 거죠.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였던가!) 내일 마감인 정산서류가 책상 위에서 눈을 깜박거리고 있었지만 지옥을 지키는 ‘사천왕’ 마스크를 쓰고 여성환경연대 사무국 모두 국회로 달려갔습니다, (‘라고 쓰고 택시 타고 갔다’라고 읽는다.) 트위터에 누군가가 쓴 문구처럼 ‘FTA 때문에 일을 못했다고 하면 과연 갑 님이 이해해주실랑가 모르겠다’는 심정이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여성환경연대의 깜찍발랄한 모습과는 -_-;;; 다른 무서운 구호와 팔뚝질이 .. 2011. 11. 23.
동인녀들의 완득이 딴죽! 완득이를 보았다. 킬킬거리며 재미있게 보고 기분 좋게 나의 룸메, 씨앗에게 권했는데 이후 완득이를 보고 온 씨앗을 통해 다시 영화를 요모조모 뜯어보게 되었다. 우아, 유아인 갠츈하다, 역시 반올림부터 찜했다, 이런 거는 우리 다 쌈박하게 통일했고! 씨앗과 다시 보는 영화, 완득이의 관전 포인트 1. 김윤석과 유아인의 사이? 모든 영화를 BL물로 치환시키는 씨앗은 고지전에서도 이 영화는 실은 삼각관계, 즉 고수와 옛 애인 신하균, 그리고 뉴 페이스 현재 애인 이제훈 사이의 갈등으로 응축된다는, 영화의 깊이와 리얼리티, 강력한 반전 메세지는 싹그리 잊은 영화평을 내세웠다. 이번에도 원작과 달리 영화에는 김윤석의 러브스토리가 삽입되어 있다고 했더니, "그럼 김윤석과 유아인 사이에 러브 라인이 추가된 것이냐"라.. 2011. 11. 3.
죽기전에 맨정신으로, 유언장 왕가리 마타리가 죽었다.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 그리고 언니가 죽었다. 나는 온전히 받아들이는 듯하다. 간 보호제, 수액, 비타민이 든 영양제, 마약류 진통제가 몇 개의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인생이란 평생 주사 라인에 의지하고 살수는 없는 그런 거니까. 수혈로 에이즈에 걸린 소녀라던가, 갑자기 희귀난치병에 걸렸는데 들어놓은 보험 하나 없어 몸 아픈 것도 서러운데 살림걱정에 돈걱정에 마음까지 만신창이가 된 것도 아니고 말이다. 뭐, 특별할 것이 없었다. 보통의 존재의 보통의 말소. 그러니까, 언니 안녕.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어떤 보통의 존재도 개인의 관점에서는 특별한 존재라서 나에게는 왕가리 마타리보다, 잡스의 아이폰보다 훨씬 소중했다. 마치 개인의 삶에서 통계란 그저.. 2011.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