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very day31

고양이 낮잠같은 시간들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15일 동안 방콕과 치앙마이에 콕 박힌 여행을 했다. 친구가 물었었다. "넌 잘 살고 있는 거 같냐? 서른 여섯 쯤에 이렇게 살고 싶다,고 어릴적에 생각해 본 적 있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수안나품 공항에서 혼자 물끄러미 대답을 생각했다."뭐 그럴지도. 20대 중반에 바퀴벌레 나오는 인도의 도미토리에서 리조트나 크루즈 여행하는 돈 많은 장년도 좋겠지만, 그런 취향없어 보이는 장년 말고나이 50 정도에는 적당히 깨끗하고 적당히 소박하고 적당히 겉멋 든,게스트 하우스라기에는 실외 수영장이 여유롭고, 부띠끄 호텔이라고 하기엔 가격과 시설이 소박한 곳에서 겨울을 보내다가 봄이 오는 즈음에좋아하는 일이 있는 직장과 끈적이는 쌀밥이 밥통에서 익어가는 집으로 돌아가면 좋겠.. 2013. 3. 18.
설날 휴일 마지막 밤에 꺼내읽는 파김치 병원이 지긋지긋하다. 올해는 설날 휴일이 짧아 직장에서 하루를 더 보태 쓰라고 했는데 그 하루까지 몽땅 털어 병원의 보호자용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아침부터 밤까지 들려오는 8인용 병동의 텔레비전 소리에 묻혀 하루가 어디메 가는지도 모른 채 제 때가 되면 꼬박꼬박 나오는 병원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 제 때, 남이 챙겨주는 밥이 그렇게 밥맛 없고 반갑지 않기로는 병원밥을 따라올 자가 없을 것이다. 반찬은 잘 나왔고 조미료 안 써서 맛이 깔쌈했는데도 말이다. 설날, 이라고 내려갔더니 집이 아니라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엄마가 아파서 입원해 계셨는데 금시초문이었다. 광주와 서울 간의 거리만큼, 아니 설날 정체돼 8시간은 족히 걸리는 그 거리만큼 자식과 부모 사이가 벌어져 있었는지, 서울에서 일하는 자식에 대한 부.. 2013. 2. 11.
2013년 해피뉴이어~ 새삼스레 새해 결심을 써보려고 한다. 이것 참 영어 책 12과 쯤에 나오는 "what's your new year resolution?"에 대한 답 같구만유. (1과에는 "하아유?" "파인, 생유"가 나오는 그 영어 책) 먼저 2012년을 정리하자면, 나도 개인적인 일들로 정리하고 싶었지만 대선을 겪은 후 거국적인 정리가 되고 말았다.송년 모임에서도 자기 삶에서 2012년에 가장 기억나는 일 3가지 중 한가지로 모두들 대선결과를 들었다. 여전히 멘붕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친구들이 있었다.그러니 2012년은 거국적으로 정리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의가 패배할 수 있음을, 폭력이 정신을 꺾을 수 있음을, 용기가 보답받지 못할 수 있음을 배웠다." 앙드로 말로가 카탈루니아 내전에서 시민군이 패배하는 것을 .. 2013. 1. 1.
MoA,디자인미래학의 오래된 미래 어제 끝나버린 전시를 올리는 센스하고는. '어쩌라고, 갠츈하다고 생각되어도 이미 볼 수 없는 전시의 포스팅은 뭬야',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나는 미래학과는 먼, 과거에 연연해하는 과거학의 인간이므로 며칠 전을 되씹으며 서울대 미술관을 어슬렁댄다. 실로 6년 만에 가본 서울대는 여전히 캠퍼스라고는 영 귀염성이 없었고MoA 현관에 떡 붙어있는 대리석 현판의 '이건희', '정운찬' 운운은 썩소를 날리게 했지만 (호암만으로는 부족했던건희? 하지만 그 덕에 입장료가 3,000원인 걸까.-_-;;) 서울대미술관 지하에 생긴 조그만한 카페와 카페 앞에 놓인 고양이 집, 사료통, 물통은 "웬일이니"의 마음이 들게 했다. 고양이는 길냥이들의 신부전증이 아니라 진짜로 잘 먹어서 통통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게다가 시크하게도 .. 2012.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