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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day

동인녀들의 완득이 딴죽!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1. 11. 3.

완득이를 보았다.
킬킬거리며 재미있게 보고 기분 좋게 나의 룸메, 씨앗에게 권했는데 
이후 완득이를 보고 온 씨앗을 통해 다시 영화를 요모조모 뜯어보게 되었다. 
우아, 유아인 갠츈하다, 역시 반올림부터 찜했다, 이런 거는 우리 다 쌈박하게 통일했고! 

 
씨앗과 다시 보는 영화, 완득이의 관전 포인트

1. 김윤석과 유아인의 사이? 
 
모든 영화를 BL물로 치환시키는 씨앗은
고지전에서도 이 영화는 실은 삼각관계, 즉 고수와 옛 애인 신하균, 그리고 뉴 페이스 현재 애인 이제훈 사이의 갈등으로 응축된다는, 영화의 깊이와 리얼리티, 강력한 반전 메세지는 싹그리 잊은 영화평을 내세웠다. 
이번에도 원작과 달리 영화에는 김윤석의 러브스토리가 삽입되어 있다고 했더니,
"그럼 김윤석과 유아인 사이에 러브 라인이 추가된 것이냐"라며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모든 영화의 BL화, 모든 텍스트의 BL화, 모든 맥락의 BL화. 아아... 그대는 동인녀.......

2. 뭐가 이리 착해? 현실은 '똥파리'

씨앗은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했다.
완득이가 돌리는 신문은 경향신문, 
김윤석 샘의 수업장면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맘에 든다. 그래서 실은 칭찬만 잔뜩 해 주고 싶은 사적인 마음으로 (칭찬의 사적 유물론?-_-;;;)
그렇게 따지면 '빌리 엘리어트'가 오히려 리얼리티가 떨어지지 않은가, 하고 물었다.
가난한 광부의 아들이자 발레 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은 빌리가 최고의 발레학교에 합격해 
런던의 지하철에 눈에 휘둥그레지는 시골의 아버지와 형을 자신의 공연에 초청하는 결말.
완득이는 킥복싱으로 성공한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도 '빌리 엘리어트'가 주는 신경이 노근노근해지는 현실 감각이란.
책에서만 보던 대처가 집권해 광부들을 때려 잡는 시기가,
그 시기 마초인 광부 아빠와 형 아래에서 춤을 추는 빌리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런데 완득이는 왜 그렇게 착한지, 
도대체가 '삐뚤어져버릴테다'의 완벽한 시츄에이션에서도 애는 왜 이렇게 착한 거냐. 
완득이 엄마 아빠가 몇 십년 만에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합치는지도,
왜 반 1등이자 "학원 몇 개나 다니냐?"의  대상이던 완득이 여친이
학원이 아닌 킥복싱 도장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도,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영화가 설명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 장소, 그 시간, 그 행동이 설명이 없다해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야 하는데
그게 좀 빠졌다. 납득, 즉 리얼리티.
씨앗이 뽑은 가장 현실적인 장면은 김윤석 아버지가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자기 발로 나가는 장면이었다. 재벌님들께서 검찰 출두 하실 때면 꼭 휠체어 타시고 마스크 끼고 나타나시던데 그런 포스가 느껴지면서 아주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가다가 김애란의 소설 '두근두근 내인생'까지 내질렀는데 
도대체 왜 '그지 같은' 삶 속에서도 애들은 이렇게 착할 수 있냐는 거였다. 
애들이 무슨 연꽃도 아니고 진흙 수렁텅이의 삶에서 왜 그렇게 아름답냐는 말이다. 
왜 안 삐뚤어지는게냐. 당췌.
뛰어난 재능과 대단한 노력으로 자수 성가한 장애인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되어서 좋은 일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문맹'과 차별으로 보건대
일반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부모의 스펙과 사회문화적 환경이 유전자도 바꿔놓을 만큼 강력해 보이는 사회에서 
착한 애들이 착하고 마음 반듯하게 커갈 수 있으면 좋겠다. 정말 그러면 좋겠지만. 

현실은 아마도 '똥파리'가 아닐까.
삶의 수렁텅이에서 삐뚤어지고 끊임없이 욕을 내뱉고 죽는지도 모른 채 죽어가는 똥파리.
그렇지만 나 역시 '똥파리'의 현실보다는 완득이'의 판타지가 보고 싶었다.
'종로의 기적' 감독이 관객이 1만명 밖에 안 들었다고 한탄하자, 김조광수 왈,  
"내 말 듣고 꽃미남을 하나라도 등장시켜어야지, 관객은 영화에서 판타지를 보고 싶어해" 
(동인녀들을 끌어올 수 있었을텐데.... 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발언 한 거니, 시방?)
 
그리하여 나도 완득이에 별 4개 쯤 주었다. 
판타지가 넘쳐서 보면서 마음이 따뜻하고 즐거웠다. (특히 유아인 간지, 마음이 급 므훗해진다.)
그래도 씨앗과 다시 보는 완득이 딴죽,도 뭐 좋았어.
동인녀가 잘 생긴 놈 나온다고 무조건 밀어주지도 않고 비판적 시선을 유지했잖아? 흐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