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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day31

생일날 아침, 찬란한 유언장 쓰기 어느 날 갑자기 죽을 거 같지 않던 나른한 하루, 딱 이 정도면 더도 덜도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한 겨울 휴가, 그리고 따뜻한 방콕의 길거리였다. 어디선가 차가 나타나 길을 건너던 나를 박았고 말도 밥도 낯선 태국의 병원에서 수술을 2번 받고 휠체어를 타고 귀국했다. 여행할 때 거리에서 먹던 태국 음식은 그렇게나 맛만 좋더만, 병원 밥 맛없다는 만국 공통의 진실에 따라 입맛도 없고 한국말로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는 병상에서 나는 유언장 생각을 골똘하게 했드랬다. 사진: 모모 호스피스 병동의 고여있는 시간 속에서 인생을 차분히 정리할 거라는 기대도 막역한 거였다. 영양분과 미네랄과 진통제를 엄마의 탯줄처럼 연결된 링겔을 통해 피 속으로 공급받는 건강 상태로는, 태아가 엄마 뱃 속에서 어떤 원초적 의지 외에 .. 2013. 10. 27.
휴가라는 자체만으로, 일상은 여행이 된다. 놀랍기도 하여라~금요일 낮 3시에 동네 카페에서 노트북 질을 하고 있다니. 그렇다. 이 날들만을 위해 직장 생활을 견뎠다 할 수 있는, 바로 '여름 휴가'철이다.작년 여름 휴가 때는 교토와 오사카를 어슬령거렸는데 그 후유증으로 이번 여름은 레알 '방콕'행~ 그 동안 박박 긁어모았던 비행기 마일리지를 다 탕진하기도 했거니와콧구멍에서 나오는 들숨에서도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것만 같던 일본의 무덥던 여름, 그리고 한 번 뜰 때마다 8만 킬로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비행기 여행에 대한 죄책감으로 '여행은 무조건 해외 사대주의'를 접기로 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우글거리는 해변가에 가자니, 명절 대이동 때 꽉 막힌 고속도로에 머무는 기분이라 그건 또 거절. 그리하여 이번 여름 휴가는 마치 백수처럼, 눈 뜨고 일어나 그.. 2013. 8. 2.
방을 빌려드립니다, 카우치 서핑 공유 경제가 뜨는 이 시절에 집에 남는 방이 있는 호사를 누리는 것이 어디메냐.그 돈으로는 방 2개 밖에 찾을 수 없다는 복덕방에 맞서, 방 크기는 몸만 디비 누우면 되니 10평만 되도 반드시 방은 3개여야 한다고 고집부려 방 3개 짜리, 방이 하나 남아도는 집을 마련했다. 어거지로 마련해 헐렁헐렁 비워놓은 그 방을 위해 그 동안 눈팅만 해 오던 '카우치서핑'을 시도했다.'카우치 서핑'은 여유가 있는 방이나 공간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또 나도 어딘가를 여행할 때 머무를 곳을 공짜로 제공받는 온라인 사이트이다. 우리 집에 누군가 누울 수 있는 '카우치 = 쇼파'만 있어도 서퍼를 받아서 '주인 역할'(호스팅)을 할 수 있다. 우리 집에 머물 수 있다고 '호스팅 가능'을 올린 후 5번 정도 카우치 서퍼.. 2013. 7. 30.
직장에서 슬로라이프 하는 법 인간의 얼굴을 한 직장이 가능하더냐 삶의 속도를 늦추고 한 박자 천천히, 라는 슬로라이프 캠페인을 하는 우리 단체에게 사람들은 묻는다.그렇게 슬로라이프 하니 좋더냐.개인적 삶의 여정이 아니라 직장에서 슬로라이프가 가능한 구조를 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우리의 자조적 대답에서 알 수 있다. “여기서 슬로우~한건 월급 밖에 없을 걸요.”그래서 최장의 노동시간과 노동중독으로 찌든 한국 사회에서 ‘제니퍼 소프트’를 보고 다들 뻑, 가는 것이렸다.회사 사옥의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시간도 근무 시간으로 치고, 어학연수도 회사 돈으로 다녀오고, 신입사원은 1년간 실컷 책 보고 브레인스토밍하고, 한 달에 3번의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사내 영어 원어민 교사가 아이들을 돌봐주고1년의 육아휴직을 누린다. 게다가 사옥은 홍대.. 2013.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