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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 book78

자신을 각인시키는 시대에 저항하는 작은 것들의 신 오래 전 인도를 두어달 여행한 적이 있다. 말갛게 어리고 말쑥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라 존재 자체가 민폐인데도 민폐인지조차 까맣게 모르던 20대 초반. 인도에 대해 개뿔도 모르는 채로, 가이드북 한 번 읽지 않고, 밤 12시에 뭄바이에 떨어지는 일정에도 첫 날 숙소도 예약하지 않은 채로, 그저 당시 같이 살던 룸메가 날마다 헤시시를 피워대며 보냈다던 인도 이야기에 빠져 비행기표를 샀다. 홍대 앞 클럽들에서 인도의 히피 고장이자 풀문파티가 열리는 고아에서 춘다는 '고아 댄스'가 유행하던 시절이기도 했다. 인도의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유일한 소설책 을 읽었다. 짧은 숏컷의 머리에 그렁그렁한 눈으로 연설을 쏟아내던 그의 사진과 명성에 익숙해서인지 단 하나의 소설책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물론 정치 평론집이.. 2016. 5. 26.
식탁 위의 세상: 나는 음식에서 삶을 배웠다 도서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잡지 책 읽는 시간을 애정애정한다. 읽어야만 하는 책, 일과 관련된 책, 사회 이슈 때문에 골라야 하는 책이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글자와 이미지를 눈으로 흡입하는 시간. Around, 행복이 가득한 집, 보그 등의 잡지. 그러다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이런 기사를 발견했다. 구첩반상을 대체할 완벽한 파우더물에 타서 마시는 것만으로 끼니가 해결된다는 미래의 한 끼 뉴욕에서 핫하게 떴고, 국내에서도 펀드레이징에 성공했다는 소문. 이 기사를 보고 나니 미래의 인간은 알파고와 유기체가 하이브로드 결합된 새로운 종일 것만 같아서 허겁지겁 대척점에 있는 책을 찾아 읽었다. 우리는 단지 탄소, 수소, 질소, 마그네슘, 비타민 등의 영양소를 세포에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먹는 시간, 먹는 의.. 2016. 5. 4.
전기 없이 우아하게? 올라이트! 도시에서 더 빛나는 초 절전 5암페어 생활기 『전기 없이 우아하게』 (사이토 겐이치로, 이소담 옮김) 『망원동 에코하우스』독자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말하고 보니 '대다나게' 들리지만 정말이지 조촐하고 정다운 뜨개질 모임 분위기였다 ㅎㅎ) 그때 놀러온 사람들과 안 쓰는 물건 교환하기를 했었다. 내가 집은 물건은 팔찌, 엽서, 그리고 이 책! 주제가 주제인지라 (환경책!) 읽고는 싶었지만 이미 후지무라 선생님의 주옥 같은 책들을 읽은 마당이라 별 기대가 없었는데, 오오 이 책 나름 즐겁잖아! 후지무라 선생님 책이 따라갈 수 없는 경지의 신세계라면, 『전기 없이 우아하게』는 궁상스럽고도 사랑스러운 도시형 실전 경험담이다. 흠,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아프리카 초원의 사진과 파워 블로그에.. 2016. 4. 7.
[호메시스] 근래 최고의 건강책! 환경책! 책이 누워있으려면 돈이 든다. 편집자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오프더레코드라고 읽고 블로그에 쓴다 -_-) 서점 매대에 책을 누워있게 하려면 한 권 당 약 80만원이 든다. 물론 누워있는 장소와 누워있는 기간 따라 가격은 상이하지만. 물론 인터넷 서점에서 책이 얼굴을 비치는데도 돈이 필요하다.아오, 장난하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걸 말이라고. 나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좋은 책들은 1쇄도 못 찍고 나가떨어질 기미가 보이는 반면끄적끄적인 내용과 디자인 빨로 버티는 책들이 몇 쇄를 찍을 때이 책이 매대에 못 누워있거나 인터넷 서점에 얼굴을 못 내밀어서 그래, 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고 만다. 당연하게 생각해왔지만 아쉽고 안타까워서 꼽씹게 되는 것이다. (내 책이 안 팔리는 것도 그런거야, 라고 동병상련과 자기.. 2016.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