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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시스] 근래 최고의 건강책! 환경책!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3. 5.



책이 누워있으려면 돈이 든다.


편집자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오프더레코드라고 읽고 블로그에 쓴다 -_-

서점 매대에 책을 누워있게 하려면 한 권 당 약 80만원이 든다. 

물론 누워있는 장소와 누워있는 기간 따라 가격은 상이하지만

물론 인터넷 서점에서 책이 얼굴을 비치는데도 돈이 필요하다.

아오, 장난하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걸 말이라고. 

나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호메시스>> 같은 좋은 책들은 1쇄도 못 찍고 나가떨어질 기미가 보이는 반면

끄적끄적인 내용과 디자인 빨로 버티는 책들이 몇 쇄를 찍을 때

이 책이 매대에 못 누워있거나 인터넷 서점에 얼굴을 못 내밀어서 그래, 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고 만다. 

당연하게 생각해왔지만 아쉽고 안타까워서 꼽씹게 되는 것이다. 

(내 책이 안 팔리는 것도 그런거야, 라고 동병상련과 자기연민을 덧붙이는 센스 -_-) 


환경책, 건강책은 거의 의무적으로 보아왔다.  

전문가 행세를 하려면 그 분야 책을 100권 이상 읽으라는 

어디선가 본 글귀가 마음에 맴돌아서, 

전문가 행세를 하고 싶지는 않아도

어디 자문회의에 가서 못 알아듣는 말이 나올까봐, 

다른 활동가들 앞에서 몰라서 쩔쩔 매지 않지 않도록  

뭐 이래저래 읽기 싫어도 어거지로 읽을 때도 많다. 

그놈의 가오.

지금은 좀 느슨해졌지만, 활동가를 시작하고서 한 3년 정도는 

환경이나 건강 분야 책 2권을 읽고나서야 

진짜 읽고 싶은 책을 3권 골라서 읽을 자유를 스스로 허했노라. -_-

뷁, 이 무슨 강박. 

(그래서 재미없는 사람이 되불고 말았으! 책도 안 팔려!!) 





<<호메시스>>를 집어들면서도 약간의 의무감이 있었다. 

이덕희 교수님의 말빨과 지력빨이 장풍 쏘는 경지인 것을 알고 있지만

이미 카리스마 넘치는 선생님의 강의를 두 번이나 들었고 

그때마다 수강생들과 모두 한 마음이 되어 파시스트적으로 열렬하게 박수 쳤고

베지닥터에 올라오는 글도 읽었던 터라 책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높지 않았다.  

그런데! 아니었어. 역시 부분의 합은 전체가 아니었던 것이다.

단편적으로 알던 내용이 잘 짜여진 추리소설의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처럼 유기적으로 드러난다. 

이렇게 술술 읽히는 건강 서적도 드물거야, 라고 감탄하면서 읽었다.

게다가 정말 유용하면서도 전문적인 내용이 방대하게 들어차있다. 


정보량이 막대한데, 

그 정보 자체도 평생 의학 연구를 해온 예방의학자라서 알아낸 고급진 논문 수준이다.

그런데 나 같은 의료 '문맹'도 알아듣게 풀어써놓았다.

일반적으로 전문 연구자의 책은 전체적이고 통합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기보다는 

개미 똥구멍 파듯 그 분야만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BPA, 프탈레이트 등 유해화학성분 하나 하나의 건강영향이 아니라

우리 몸에 쌓이는 미량의 유해화학물질을 통으로 다루고 있다.

사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하나 하나의 화학물질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우리 몸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답이다.


이 책은 온갖 유해화학물질과  

비타민제, 철분제, 건강보조식품, 조기검진, 유전자조작식품, 

비만 문제, 감염성 질환, 우유, 소금, MSG 등 

우리 생활을 아우른 건강 요인들에 대해 

명쾌하고 실용적이고 논리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운동을 하고 현미채식을 하면 건강에 좋다는 온 국민이 아는 말을 

이렇게 치밀하고 흥미진진하게 설득할 수 있는 건강 책이 어디 있을까.

가장 매력적인 것은 

건강에 대한 단편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를 넘어 

우리네 삶과 사회를 통찰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매서운 비판을 깔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에 대한 '환원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생태학을 기본으로 까는 거시적인 접근"이 펼쳐진다. 

보통 이런 관점은 온 우주를 포괄하는 영성과 신비주의 쪽으로 가거나 

과도하고 과장된 (약간 사기성의) 대안의료로 빠지기 쉬운데

현직 의학자로서 철저히 근거 중심적이고 이성적인, 그리고 환원주의적 연구들을 긁어모아

거시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해낸다. 올레!    


그와 동시에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쏠쏠한 건강 팁들도 여기저기 깔려 있다.

지뢰밭을 걸어가는 사람처럼 한발 한발 책장을 넘길 때마다 

걸음을 떼지 못하고 참고할 페이지에 인덱스를 붙이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가며 읽었다.


가령 이런 것들,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정상으로 나온 수치 중 눈여겨 볼 것이 있다! 

간 기능검사 결과에는 혈청 GGT 수치가 나오는데 

지금까지 '정상' 수치 내에 들어있으면 그냥 넘기곤 했다. 

2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아왔지만 그런 항목이 있는지도 몰랐었지. 

그런데!


혈청 GGT가 당뇨병뿐만 아니라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만성신장질환, 암, 총 사망률 등등까지 

거의 대부분 만성퇴행성 질환의 발생을 예측한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것도 “정상 범위”내에서요. 

28쪽

 

놀랍게도 당뇨병을 예측하는 요인 중 비만보다 혈청 GGT가 더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 

뚱뚱해도 혈청 GGT가 낮은 사람보다 

말랐는데도 혈청 GGT가 높은 사람의 

당뇨병 유병률이 더 높게 나온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화학물질로 인한 GGT의 증가는 독성과는 아무 관계없는, 

일단 화학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이를 배출하기 위하여 작동하는, 

즉 이론적으로는 화학물질의 어떠한 농도에서도 나타나게 되는 신체의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34쪽


그러니까 혈청 GGT는 몸에 쌓인 유해화학물질을 배출하기 위해 작동하는 인체 반응으로서

화학물질의 허용기준에 못 미치는 미량의 화학물질에 노출될 때도 나타난다.


당근이 몸에 좋다고 하는데 

그 좋다는 당근 속 베타카로틴 성분만을 건강보조식품으로 복용하면 안 될까.

현대인들에게 비타민 D는 왜 부족해졌을까.

철분제와 비타민제를 같이 먹으면 왜 안 될까.

유해화학물질에 담금질 된 모유는 어떻게 먹여야 할까. 

과연 우리는 너무 짜게 먹나. 

등등 





헉, 주옥 같은 내용이 많으니 걍 사 읽으시라. 

아니면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 


너무 어렵게 들리는 '호메시스'라는 제목에서부터 사람들은 마음은 멀어지고,  

방사선을 쬐면 오히려 건강해진다는 논리로 이용되어왔던 

'호메시스' 개념에 상처받았던(!) 환경쪽 사람들은

'호메시스'란 단어를 보자마자 아니 이런 썩을!이라는 편견에 책을 외면하고.

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 슬로건에 속아 (?)

이 책이 외면당하는 것만 같아 

방판 사원처럼 책 홍보 글을 자발적으로 다다다다 쓰고 있네 그랴.


아무쪼록 이덕희 샘, 건강하시기를!

그래서 첫 책을 말아먹고 이제 글만 쓰면 댓글이 우수수 달리는 

서민 교수님의 과정을 밟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