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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없이 우아하게? 올라이트!

by 금자 불친절한 금자씨 2016. 4. 7.

도시에서 더 빛나는 초 절전 5암페어 생활기 전기 없이 우아하게

(사이토 겐이치로, 이소담 옮김)





『망원동 에코하우스』독자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말하고 보니 '대다나게' 들리지만 정말이지 조촐하고 정다운 뜨개질 모임 분위기였다 ㅎㅎ) 그때 놀러온 사람들과 안 쓰는 물건 교환하기를 했었다. 내가 집은 물건은 팔찌, 엽서, 그리고 이 책! 주제가 주제인지라 (환경책!) 읽고는 싶었지만 이미 후지무라 선생님의 주옥 같은 책들을 읽은 마당이라 별 기대가 없었는데, 오오 이 책 나름 즐겁잖아! 


후지무라 선생님 책이 따라갈 수 없는 경지의 신세계라면, 『전기 없이 우아하게』는 궁상스럽고도 사랑스러운 도시형 실전 경험담이다. 흠,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아프리카 초원의 사진과 파워 블로그에 실린 우리 동네 맛집 포스팅을 보는 차이 쯤? 아프리카는 못 가도 맛집 앞에 늘어선 웨이팅 줄은 기다릴 만하지 않은가. (우리 동네 '빙하의 별'! 지둘리시라~)


저자는 일본의 신문 기자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 그곳 주재원으로 살다가 지진에 집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인생 비포 / 애프터가 시작된다. 이제 전기는 그냥 '전기'가 아니요, 후쿠시마 원전의 비극을 일상에서 되새김질 하는 마중물이 된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사는 세상이 싫어서 전기와 헤어지기로" 하고, 그 이별담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쉽고 잘 읽히는 스타카토의 리듬으로! (책도 얼마나 얇던지 마음에 쏙 든다. ㅎㅎ) 






목차에서 알 수 있듯 꼼꼼하고 치밀하고 일상적이다.

그게 이 책의 매력이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그는 냄새를 보는 사람처럼 전기를 '보는' 신기한 능력이 생긴다. 

"전기는 신기하다. 레스토랑이나 백화점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사람은 없고 세면대 수도꼭지가 열려 있거나 변기물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면 어떨까? … 그러나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 조명이 켜져 있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 전기는 공기와 같다. 전기를 물보다 더 물쓰듯 사용해 왔다." (6쪽) 이런 고백은 전기를 '보게' 된 사람만이 내뱉는 한탄일 것이다.


실제로 전기가 보이도록 하는 소비전력 측정기를 설치해두었다.


  

동일본 지진 사고가 일어나고 3주 후, 그리고 3년 후 번화한 다운타운의 같은 장소에서 "이 도시는 벌써 후쿠시마를 잊었구나"라고 뇌까린다. 봄꽃은 피고져도 도시의 조명과 방사능은 지지 않네. 도시는 밤의 장막을 찢어버리겠다는 듯 야간조명을 밝히고 있었다. 그는 다시 전기를 '본다'. 





기억한다는 것은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낮은 전력의 5암페어를 신청한다. 도쿄전력 직원에 따르면 이 정도 전력으로는 전자레인지, 에어컨, 토스터기 모두 “사용할 수 없습니다. 괜찮으십니까?” 하는 수준이다. 계약 암페어 제도는 계약한 전력량 이하를 사용하기로 약속하고 대신 전기를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관계없이 기본요금은 저렴하다. 국내에서도 사무실이나 상점, 공장 등은 계약용 갑, 을 어쩌고 하는 전기 요금제를 적용받는데 비슷한 원리다. 예를 들어 우리 사무실은 다른 층 사무실에 비해 전기를 절반으로 사용했을 때에도 만 원 차이도 안 나는 전기료를 냈다. 전기를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관계 없이 계약한 전력량 이하로 사용하면 기본요금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전자레인지도, 에어컨도, 토스터기도 모두 쓸 수 없는 5암페어 전기 생활을 어떻게 해 간담? 냉장고를 켜 둔 채 세탁기를 돌리면서 전기가 나갈까 조마조마하며 첫 날을 시작하지만, 곧이어 냉장고까지 비전력으로 대체하며 능숙하게 일상을 영위하게 된다. 그 팁은 간단하다. 열을 내는 소비전력이 큰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불가능한 가전제품을 모아 가전제품의 무덤을 만들다, 그런데 여기서 열을 내는 작업을 생업으로 삼지 않는 제품은 청소기뿐이었다. 전기밥솥도 토스터도 전자레인지도 다리미도 소비전력이 큰 기기 대부분이 ‘뜨거워지는 가전제품’이었다." 지은이는 가전제품의 무덤을 만들며 전기를 적게 쓰기 위해 내친 김에, 본의 아니게 '물건 다이어트'까지 단행한다. 열을 내지 않는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생활은 얼마든지 고잉온. 그렇다고 이 생활이 '베어그릴스'의 생존법처럼 인간과 자연이 대결하는 원시생활도 아니다.



전기 사용량에 따른 사용금지 및 조건부 사용 목록



자잘한 팁들도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이다. 나도 빗자루를 쓰는데 쓸어 담을 때 먼지가 많이 날려서 잠깐 전기 청소기가 그리워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물에 적신 신문지를 찢어 방에 뿌렸다가 쓸어 담으면 말끔히 먼지가 따라붙는다. 오오! a whole new world! 



 전자레인지 없이 냉동 밥 데우기


 급기야 냉장고도 없애고 캠핌용 아이스박스로 충당!

들고 다닐 수도 있다며 자랑 인증샷 ㅋㅋ 


새벽에 미지근해지는 유단포 대신 마련한 조개탄 화로

       

며칠 전 정부에서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런 방꾸똥꾸 같은 정부도 황당하지만 우리 역시 당장 병에 걸리지 않고 별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 일상에 묻혀 후쿠시마 사고를 너무 빨리 잊은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여전히 잊지 않고 존재의 양식 자체를 바꾸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잊지 버려서는 안 될 과거를 기억하며 지금, 여기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더 많이, 더 자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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