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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ounge656

[부다페스트] 선진국이 별 건가, 헝가리적인 삶 헝가리 오기 전, 헝가리에 대한 인상은 '글루미' 그 자체였다.'글루미 선데이'라는 영화와 노래에 쌓여 영국보다 더 구름지고 아이슬란드보다 더 고독해서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헝가리, 랄까. 그.러.나.불후의 명작 만화 에 나오듯 '운명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는 여행에도 적용된다. 여행 오기 전에 떠올렸던 헝가리는 내가 만난 실제 헝가리와는 너무나 달랐다. 굴비 한 두릅 엮듯 체코에 몰려있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프라하 대신 부다페스트를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유럽적 정취가 가득 찬 거리, 유럽에서 최고로 아름답다고 뽑히는 도나우 강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데(쵝오! 게다가 해가 지면 기똥찬 야경을 자랑하는 '어부의 요새'는 공짜다!) 물가는 서유럽의 70% 정도밖에 안 된다.. 2016. 10. 21.
[체코 프라하] 마마커피에서 '현지인 코스프레' 김남희 님의 책 를 읽으며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아니, 이건 뭐 나잖아!? 미칠 듯 추운 겨울이 싫어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라간다는 여행지 선정부터 여행지의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모국어로 써진 책 읽기까지. 그렇다 보니 김남희 님 책을 인용하는 것으로 여행지에서의 ‘카페 놀이’를 대신하겠다. 이보다 더 잘 쓸 깜냥도 안 되고. “여행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카페에서 ‘현지인 코스프레’를 하는 일이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때로는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 여행자가 아니라 그 동네 주인처럼 흘려보내는 시간을 사랑한다. … 이국의 카페에서 모국어로 쓰인 책을 읽으며 보내는 그 시간 때문에 여행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게, 내 말이 바로 그거다. 이국의 카.. 2016. 10. 10.
[스페인 폰테베드라] 여름의 곡진한 즐거움, 강 수영 스페인의 소도시, 폰테베드라. 차 없는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산티에고 순례길의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순례자들이 하루 이틀 정도 머물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특출 난 관광지가 없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작은 마을일 뿐이다. 하지만 조용하고 고즈넉한 유럽풍 소도시를 만끽하고 싶다면, 천천히 일상을 걷고 싶을 뿐 ‘관광’스러운 것은 도무지 하고 싶지 않다면 폰테베드라가 딱이다. 호스텔 이름마저 이에 걸맞게 ‘슬로우시티(slow city)’다. 이 호스텔에서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부엌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빵과 과일, 시리얼 등을 먹을 수 있고 세탁기도 무료로 맘껏 돌릴 수 있다. 장을 봐다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먹어도 된다. 주인장 내외는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그러나 충분히 온기가 느껴지는 인간적인 친절함을 .. 2016. 10. 9.
[포르투 볼량시장] 까무룩 향수를 지워준 나만의 밥상 장기간 여행, 이 만큼 로맨틱하고 인생에서 로또 맞은 일이 어디 있겠냐 마는 못 견디게 집에 가고 싶은 순간이 기어코 오고 만다. 타일처럼 정갈하게 박혀있던 ‘루틴’한 일상의 감각들. 퇴근 후 하릴없이 조용한 부엌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는, 웬만해서는 다 맛있는 저질 입맛에 감사하며 저녁을 ‘호로록’ 차려낸다. 오늘 하루, 집밥을 먹은 후 읽을 책을 꺼내놓고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 가장 평화롭다. 늦은 밤 다시 부엌으로 돌아와 내일 아침을 차려놓고서 잠자리에 든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담겨있는 부엌에서 내일 아침에도 수 없는 하루들의 하루가 평범하게 펼쳐질 거라는 안타깝고도 고마운 예감을 한다. 그 때문일까. 언젠가부터 싫어하던 집안 일에서 요리가 빠졌다. 요즘에는 내일을 마중 나와 기다리는 마음으로.. 2016. 10. 6.
블라블라한 유럽여행의 교통수단 유럽 여행을 할 때 가장 싸고 편리한 이동 수단은 무엇일까? 북유럽, 서유럽, 동유럽, 남유럽까지 유럽의 방방곡곡은 육로로 연결되어 있어서 시간만 넉넉하다면 차나 기차만으로도 유럽을 통째로 이동할 수 있다. 대부분 유레일 패스를 많이들 이용하는데 장기간 여행하는 입장이라면 기간이 정해져 있는 유레일 패스가 적합하지도, 가격이 싸지도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 공유차 포털인 ‘블라블라카(blablacar.com)’를 도시락 싸 들고 댕기며 권하는 심정으로 추천한다. 유럽의 도시와 도시, 국가와 국가를 이동하는데 ‘블라블라카’만큼 싸고 편리하고 즐거운 교통이 있을까. 대표적인 카셰어링에는 ‘우버(Uber)’라는 공유택시가 있지만, 택시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우버는 대개 도심 내의 단거리 이동에 이용된다. 이.. 2016. 10. 4.
[발리 로비나] 돌고래, 안녕. ​아, 나이가 들었는가 하고 절감하는 때가 여행 중에도 발생한다. 세상 귀경 중에 제일 재미진 것이 사람 귀경이었는데, 어느 순간 사람은 사람, 것보다 자연 풍광이 마음을 친다.​​​​ ​​​중국 장가계 이런 곳은 '으르신'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름 아이슬란드 다녀온 친구들이 거기 대면 요세미티는 별 거 아니라는 압도적 빙하 풍경을 말하는데, 나 완전 혹 했드랬다. 예전같으면 응, 그래그래 라고 영혼 없는 반응이나 했을 텐데 아이슬란드를 검색하고 있었다. 곧 장가계도 갈 기세다. (헉...) 홍대와 연남동+청담동 가게들이 당연한 듯 펼쳐진 발리 우붓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열대우림 속의 작은 오솔길, 그리고 우붓에서 두 시간 떨어진 북쪽 해안 로비나에서 보았던 돌고래들의.. 2016. 10. 4.
가만가만 마음에 묵혀두고 싶은 삶, '가만한 당신'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이정모 선생께서 얼마 전 칼럼에 매주 토요일을 기다린다고 쓰셨다. 토요일마다 한겨레 신문에 연재되는 여성학자 정희진 님의 글과 한국일보 최윤필 기자의 가만한 당신 시리즈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 두 분의 글과 황현산, 정혜윤, 박선영 님 그리고 이정모 님의 글을 기다린다. 그런 글들을 읽을 때면 활자를 아는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축복받은 일마냥 여겨진다. 이른 아침에 산책한 마음처럼, 마음이 가만가만해진다. (이 책이 나온 출판사가 바로 ‘마음산책’이다.) 이미지 출처: http://www.yes24.com/24/goods/29188459 가만한 당신 시리즈를 엮은 책 이 나왔다. 모르고 지나쳤을, 세상의 ‘가만한 당신’들을 알게 해 준 이 책에, 그리고 필자께 감사 드.. 2016. 10. 3.
[한국일보] 저출산 담론에 반대한다 한국일보 9월 27일자 삶과 문화 칼럼 https://www.hankookilbo.com/v/c74b7dce49844926aa170a7985842fdb 하나의 유령이 전 세계에 떠돌고 있다. 저출산이라는 유령이. 일본, 독일부터 베트남, 태국, 이란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저출산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의 경우 2060년 세계 최고의 노년층 부양비를 기록할 예정이다. 이에 전병욱 목사는 청년들에게 핍박과 학대, 가난을 겪게 하면 애가 막 쏟아져 나올 거라며, ‘싱글세’보다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저출산 담론은 경쟁력 저하, 미래세대 부담, 재정악화를 거쳐 국가소멸로 끝난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 역시 인구성장을 국부의 금과옥조로 여겼다. 그는 가정마다 자녀 넷을 두게끔 강제했을 뿐 아니라 피임 .. 2016. 10. 1.
[한국일보 삶과 문화] 공유숙박의 ‘나쁜’ 진화 한국일보 2016년 9월 6일 칼럼으로 쓴 글 석 달째 여행하다 보니 주책없게도 머무는 삶이 그립다. 밥상을 차리고 쓰레기를 치우고 설거지와 빨래를 하며 손수 살림을 돌보는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들도 없는 날들’. 호스텔이 아니라 “우리 집처럼 편안하게, 로컬처럼 생활하세요”라고 광고하는 공유숙박을 선택하게 된 이유다. 부엌이 있는 아를의 공유숙박 모습 유럽의 식재료 가격은 우리보다 싸다! 견과류와 치즈는 훨씬 싸다!!공유숙박을 통해 집밥을 해먹으며 여행 다니면 건강에도 좋고 비용도 낮출 수 있다. 공유숙박은 ‘카우치서핑’과 ‘웜샤워’ 등 무료로 타인과 공간을 나눠 쓰는 호혜적 형태, ‘에어비앤비’나 ‘코자자’ 등 유료로 거래되는 상업적 형태, 여행기간 동안 서로 집을 바꿔서 사는 집 스와프로 나뉜다.. 2016.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