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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ounge656

[조직]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 말 그대로다.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가 부지불식간에 닥쳤다. 나는 이 고질병이 국내 시민단체를 뛰어넘어 미국 시민단체에서도 등장한 만국공통의 역병인지도 몰랐고, 세대나 리더십 분야인지도 몰랐다. 그저 마음 까놓고 만나는 친구들에게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하는 뒷다마를 까다가, 아니 내가 꼰대 짓 일삼는 중년이 돼부렀어!!! 하는 자각에 최신 가요 100을 스트리밍에 걸어놓고 아이돌을 학습했더랬다. 세상의 모든 어버이가 연습 없이 첫째 아이의 부모가 되듯, 나도 연습 없이 중간관리자가 되었다. 그 결과 준비되지 못한 자들이 으레 그렇듯, 나 역시 스스로를 괴롭혔고 다른 이들은 더욱 괴롭혔다. 그럼에도 구조적 차원-세대간의 갈등과 이로 인해 신뢰가 깨진 조직-을 보지 .. 2016. 12. 31.
[모로코 메르주가] 다른 차원에 속한 세계, 사막 묵고 있던 숙소 파티마의 집을 통해 1박 2일의 사막투어를 떠나기로 했다. 메르주가는 사막을 유목하던 베르베르인들이 정착한 마을인 듯, 마을 주민들은 (모로코 어가 아닌) 베르베르어를 쓰고 베르베르 음식을 먹고 베르베르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외부인들의 관광에 기대 시늉만 하는 껍데기 유목생활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어쨌든 그렇게라도 사막에서 유목민 텐트와 낙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 다행이랄까. (메르주가에서 만난 베르베르인들의 자식들은 정착지에서 학교 다니며 유목민 텐트는 관광을 위해서 유지하는 듯했다.) 정착한 베르베르인들은 사막의 시작이자 끝인 메르주가에 담을 쌓고 땅을 파고 물을 대서 안간힘을 써 가며 나무와 풀을 기른다. 생명 줄처럼 간절한 텃밭과 가든이 사막의 한쪽에 펼쳐져 있다. 간절함으로.. 2016. 12. 30.
사람, 장소, 환대가 가진 두꺼운 의미들 이 책을 읽으며 알던 사실을 다시금 곱씹었다. 내가 왜 인류학을 공부하다 관두었는지 말이다. 논문 짜집기는 어떻게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두껍게 생각할 깜냥이 안 되는 것을 깨닫고 홀로 학계에 이별을 고했다는 거.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이런 연구자가,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진작에 읽고 싶었지만 전자 책이 안 나와 있어서 한국에 돌아와서야 종이 책으로 읽을 수 있었다. 흠, 역시 ‘두꺼운’ 인문 및 사회과학 서적은 전자 책으로 잘 안 나오고 잘 안 팔린단 말이지. (내 책이 안 팔리고 전자 책으로 안 나온 이유도 그거야! -_-) 각설하고, 좋은 책이다. 타인에게 있을 곳(장소)를 내어주는 환대의 의미를 촘촘하게 생각해 볼 여지를 던진다. 인간은 생물학적 사실의 문제지만 인간은 타자들이 .. 2016. 12. 25.
[데이비드 라샤펠]으스대는 스왜그 속에 깃든 한 줌의 진정성 앤디 워홀에 고용되고 마돈나를 ‘해고’한 작가, 데이비드 라샤펠 David LaChapelle 뒤틀린, 비틀어진, ‘변태’적 팝 아트(perversely Pop) 스타일,매끄럽고 번쩍번쩍하고 으스대는 스왜그(Swag)에 눈이 찔릴 것 같은 이미지들을 그 누구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찍어내는 사진작가, 트렌스젠더 모델을 자신의 뮤즈로 삼고 ‘나의 마릴린(my own marlin)’이라며 성 소수자를 내세운 작가, 에미넘,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나오미 캠벨, 파멜라 앤더슨 등 당대의 내로라 하는 스타들과 하루 14시간씩 20여년 간 작업하다가 가방을 싸 들고 홀연히 사라진 후 이제 다시 아티스트로서 갤러리에 돌아온 예술가. 데이비드 라샤펠 David LaChapelle 아라모던아트뮤지엄 전시회Insca.. 2016. 12. 22.
아름다움의 구원, 혹은 '아름다움'의 폐기 ‘외모!왜뭐?’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들었던 의견 중 인상적이었던 말. “다양한 ‘아름다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말들. 도브(DOVE) 캠페인 이름은 ‘리얼 뷰티(real beauty). 왜 대안적인 것을 고민할 때도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요?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아마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해 우회적으로 그리고 고급지게 답을 하는 시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움을 철학적으로 들여다보면서 현재의 ‘아름답다’에 오염된 ‘아름다움’의 의미를 구원해내려는 탐구니까 말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떠올리는 ‘아름답다’는 ‘아름다움’이 아니다. 매끄럽지 않은 것, 소통의 불가능성, 타인의 고통, 부정성, 부끄러움, 상처, 삶 자체의 제한 같은 것들이 바로 ‘아름다움’.. 2016. 12. 8.
[안전사회] 환경호르몬 프리를 위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가습기메이트’의 초창기 신문광고는 야심 만만이었다. “가습기를 끄십시오! 가습기메이트가 없으시다면”(워메~ 이를 우짤 -_-) 2016년 현재 가습기살균제 현재 피해자 접수는 5,060명, 이중 사망자는 1,058명에 이른다. 전세계 유일무이하게 진행된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비극 때문에 그 동안 “뭐 매사에 그렇게 까칠하게 굴 것까지야’ 쯤의 반응을 받던 유해화학물질이 급 조명 받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들어간 치약이 회수되는 사태도 일어났는데, 회수와 분노가 휩쓸고 간 뒷자리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성분이 치약에 들어있어도 문제가 되는 거야?”, “가습기살균제처럼 호흡기로 바로 흡입되지 않아도 건강에 영향을 주는 거야?” 등등. 걱정되기는 하지만 어떤 정보를.. 2016. 12. 7.
[페미니즘] 혁명하는 여자들! 제목만으로도 너는 콜 혁명하는 여자들(sisters of the revolution)이라니!제목만으로도 너는 콜 J 나는야 베트남 사파(Sapa)에서도 ‘Sisters Sapa’ 간판을 보자마자 가격 비교고 뭐고 업체 정보고 뭐고 바로 결제할 정도로 ‘시스터’ 중독자인 것을. 그 좋아하는 BL계에서도 SF나 판타지 장르는 안 읽는다만 너는 제목에 시스터와 혁명까지 들어있는데 내 어찌 건너뛰리. 그리하여 페미니즘 SF소설 선집인 을 읽게 되었다. 그러고는 이 책을 통해 SF소설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어슐러 르 귄의 말처럼 ‘SF는 현실을 다시 곱씹어보는 일종의 사고실험’에 적합한 장르다! 이를 이 책의 번역자 신해경 씨는 “사회적 약자로서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 여성들의 상상과 고민”이 SF 소.. 2016. 12. 1.
[한국일보 삶과 문화] 아, 잠 좀 잡시다 한국일보 2016년 11월 29일 칼럼 지난 6개월 간 낯선 여행지를 떠돌며 8인실 도미토리를 전전한 결과 한 가지를 깨달았다. 세상에나, 서양 여행자들은 밥 먹을 때를 빼면 맨날 잠만 잔다는 팬더처럼 참 많이 잔다! 오후 3시에나 일어나 밤새 클럽을 들락날락하는 ‘파티 애니멀’은 물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와 아침부터 일하는 여행자들까지 하나같이 하루 8시간 이상씩 꼬박꼬박 잔다. 쟤들이 여행을 왔나, 자러 왔나, 모를 만큼 많이 자고 많이 쉰다. 한식을 챙겨준다는 말에 홀려 며칠 머물던 한인민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나는 새벽부터 관광에 나선 한국인들이 빠져나간 방에서 덩그러니 홀로 깼는데, 사실 다른 곳에서는 제일 일찍 일어나 설치는 사람이었다. 그제서야 스페인의 한 한식당 사장님 말씀.. 2016. 11. 29.
[모로코 메르주가]파티마의 집_사막에서 수영하기 모로코 여행은 세 가지 코스로 나뉜다. 1) 마라케시-메르주가-페스로 이어지는 서사하라 사막투어2) 카사블랑카, 탕헤르, 에사위라 등으로 이어지는 지중해와 대서양 휴양 여행3) 베르베르인 마을을 찾아 다니는 중부 아틀란스 산지 여행. 세 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딸기의 오들오들 매거진’에 잘 나와 있다. http://ttalgi21.khan.kr/4059 아는 척 했지만 여행이 끝난 뒤에 찾은 정보일 뿐, 여행 당시에는 ‘모로코 여행=사막투어’인줄만 알았다. 마라케시(Marakesh)에서 장장 12시간이 넘게 달리는 버스를 타고 사막이 시작되는 메르주가(Merzouga)에 내려 처음 든 생각은 이랬다. 버스 터미널에서 ‘백언니’들이 왜 에사위라(Essaouira)로 가는 버스에 우르르 탔는지 알겠다!.. 2016.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