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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ounge656

[캄보디아 씨엠립] 잔인한 세상의 잔혹한 이야기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목록 20위 안에는 들 것 같아서 나도 한번 감행해봤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기! 나를 못 믿으시는 부모님과 부모님과 취향이라고는 도통 맞지가 않는 나란 딸이 만나니 자유여행이 순탄할 리 없을 듯. 그래서 부모님 이기는 자식 없다며 (효녀 코스프레!) 난생 처음 패키지 투어를 택했다. 처음에는 패키지 투어가 내키지 않아 부모님께 자유여행을 권했으나 들려오는 것은 콧방귀뿐이었다. 아주 야무지시고 똑똑하시게도 패키지 투어 가격을 알아보신 후 도대체 자유여행은 돈이 얼마나 필요한데, 프로그램은 뭔데, 이렇게 따지시는데 '내사마' 수가 있나. 나야 무료해서 죽을 만큼 카페서 죽치고 나서야 슬슬 관광지를 찾는 비효율적 여행자가 아니었던가. 물론 부모님 여행경비를 감당할 경제적 여력도 없다... 2016. 11. 9.
[한국일보 삶과 문화] 우리의 저항이 일상이 될 때 지난 5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 모인 수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세종대로를 행진하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한국일보 2016년 11월 8일자 칼럼https://www.hankookilbo.com/v/2f54a36fd4264d5f9e581ccada59bcb9 “너희 나라 지금 말 한 마리 때문에 난리라며?” 여기는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고 백남기 농부의 영결식도, 대국민 담화도 다른 세상일인 냥 제쳐놓고 여행을 즐겼건만 중국인에게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함께 있던 스위스인과 네덜란드인이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 우리는 8인실 도미토리에서 우연히 만나 저녁을 같이 먹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하도 낄낄대는 바람에 내가 황당한 해외토픽뉴스를.. 2016. 11. 9.
[포르투갈 리스본] 고요하고 차고 정갈한 미술관, CCB 포르투갈 여행자들마다 포르투갈을 칭송해댄 탓에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 포르투에서 일주일, 리스본에서 일주일을 보내면서 나는 스스로 되묻고는 했다. 이곳이 내가 들었던 그 포르투가, 그 리스본이 맞는 거니? 내가 몰라서 아직까지 가보지 않은 끝내주는 장소가 있는 걸까? 그래서 하루는 프리워킹투어(free walking tour)에 참가했다. 아침 10시에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약 20여명의 그룹이 리스본의 골목골목을 거닐며, 포르투갈의 역사, 동상과 건축물의 이름과 의미, 맛집까지 알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유럽인 중 평균신장이 가장 작아 유럽의 ‘프로도’라고 불리는 민족은? 바로 포르투갈 사람들이라고 한다. 같은 라틴계인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보다 평균 2~3cm 정도 작다. 물론 프리워킹투어에.. 2016. 11. 6.
[스페인 마드리드] 국뽕 입맛을 사로잡은 메뉴델디아 식당 여행을 하면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알게 된다고들 한다. 그렇다. 나 역시 내가 가진 한계,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나의 취향, 나의 고집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정주적이고 정적이고 한국적인 사람인지 6개월 간의 여행을 통해 빼도 박도 못할 만큼 깨달았다. 소싯적 치앙마이 한 켠에 팥빙수 가게를 열고 앞으로 철마다 도돌이표 되는 한국의 겨울 따위는 겪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정말 어릴 때는 자기 스스로를 잘 모르는가 보다. 결국 나는 장강명 소설 만큼이나 한국이 때때로 끔찍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살아가야 할 존재였다. 특히 암내처럼 몸에 진득하게 베어버린 ‘국뽕’ 입맛. 어딜 가도 맛있게 먹는 노마드들과는 달리 이탈리아만 빼고서 동서남북유럽 모두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도 .. 2016. 10. 30.
[프랑스 아를] 반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 소문대로 니스(Nice), 에즈 빌리지(Eze village) 등 남부 프랑스는 아름답기 그지 없다. 그런데 니스와 에즈 빌리지에 대해서는 아름답다는 말 외에 별로 쓸 것이 없는 반면, 아를(Arles)은 좀 특별하다. 바로 반 고흐가 이 곳의 따뜻한 햇살 아래 가장 화려하게, 가장 눈부시게, 무엇보다도 가장 그답게 그림을 그려낸 곳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봐도 햇빛이 잔인하지 않을 정도로 작렬하는 눈부신 마을에서 그는 잠시나마 영혼에 햇볕을 쬐었던 것 같다. 비록 그가 바라 마지 않았던 예술 공동체 실험이 산산조각 나고, 그 결과 고갱과의 관계가 비극으로 치달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는 이곳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많은 그림들을 그려냈다. 아마 그 순간만큼은 동생 테오에게 생계를 의지하고 있다는 미안함.. 2016. 10. 27.
[프랑스 파리] 파리지앵들의 간지나는, 공공자전거 벨리브 “자전거를 탄 어른을 볼 때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절망이 줄어든다.” H.G. 웰스『사이클 시크: 자전거가 아닌, 자전거를 타는 당신에 관한 이야기』 중 3달간 유럽을 여행하면서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도시는 포르투갈의 신트라, 독일의 베를린을 빼고는 없다. 신트라는 리스본의 외곽 도시라 애초에 차 없이 다닐 수 없었고, 서울의 3배 크기인 베를린을 속속들이 보고 다니려면 동력수단이 필요했다. 파리,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부다페스트, 프라하, 암스테르담, 로마 등 웬만한 도시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다. 분명컨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느꼈던 도시의 속살은 차를 타고 스쳐 지나는 풍경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파리는 자전거를 타는 것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너무.. 2016. 10. 27.
[한국일보] 죽음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한국일보 삶과 문화 2016년 10월 17일 칼럼왕가리 마타이가 죽었던 날, 언니가 죽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왕가리 마타이는 아프리카에 4,5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나이로비의 우후루 공원을 지켜냈다. 환경 운동을 하는 나였지만 대한민국 인구수만큼의 나무를 희생해서라도 우주에 단 한 명뿐이었던 내 자매를 살리고 싶었다. 언니는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며 가볍게 검사를 받으러 갔다 하루아침에 암 진단을 받았다. 그날 루시드 폴의 노래를 떠올렸던가. ‘사람들은 즐겁다, 나를 둘러싼,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즐겁다.’ 언니를 비롯해 우리 가족 모두 하릴없이 꺼져가는 생명을 어떻게 감당하고 돌봐야 할지 몰랐다. 그저 살려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그리고 신께 빌었다. 가끔 새벽에 깨면 눈물을 .. 2016. 10. 26.
[독일 베를린]도심 속 오아시스인 대안공동체, 우파 파브릭 예전에 에 실린 독일 생태공동체 탐방기를 읽으며, 나도 이런 공동체들 탐방 가서 영감 팍팍 받고 싶다는 욕심이 났었다. 그 기사에 소개된 두 공동체 중 베를린에 있는 ‘우파 파브릭(ufa Fabrik)’에 놀멍쉬멍 다녀왔다. >> 살림이야기 기사 (허핑턴포스트) http://www.huffingtonpost.kr/salimstory/story_b_8927088.html 우파 파브릭은 연간 방문객 30만명을 자랑하는, 대안을 찾는 사람들의 귀감처럼 여겨지는 곳이지만, 게을러서 사전 연락을 하거나 프로그램에 맞춰 가지는 않았고(그럴 리가!), 카페에서 차 한 잔 할 생각으로 다녀왔다. 우파 파브릭의 장점 중 하나가 그렇게 헐렁하게 다녀와도 될 만큼 베를린 도심 언저리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오죽하면 우파 파.. 2016. 10. 25.
[베를린 마우어파크] 분단 장벽을 자유와 포용의 벼룩시장으로! 베를린, 아 베를린. 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길거리 공연이 대개 클래식 악기나 기타 연주인 것에 반해 베를린의 거리 공연은 ‘일렉 디제잉’이다. 전철역 앞에서 전자 음악을 틀어놓고 디제잉을 하는 버스킹은 베를린이 처음이었다고!! 요즘 유럽에서 가장 ‘핫하다’는 베를린의 단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었는지 밤만 되면 퍼져 누운 채 ‘클럽은 내일 가지’하고 미루다가 결국 베를린에 머무는 8일을 아주 ‘건전하게’ 보냈다. 동물원, 공원, 박물관, 벼룩시장을 훑고 다녔는데, 이렇게 적고 보니 어린 아이 데리고 교육 여행하는 부모 포스다. 애는 무슨 개뿔, 퀴어 퍼레이드 열리는 도시들 쫓아다니는 일정을 짰는데, 베를린에서는 이랬다고! 그래도 베를린은 충분히 멋지다. ‘건전하게’만 보내도 아쉽지 않고, .. 2016.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