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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rsion

[체코 프라하] 마마커피에서 '현지인 코스프레'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10. 10.

김남희 님의 책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기>>를 읽으며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아니, 이건 뭐 나잖아!? 미칠 듯 추운 겨울이 싫어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라간다는 여행지 선정부터 여행지의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모국어로 써진 책 읽기까지. 그렇다 보니 김남희 님 책을 인용하는 것으로 여행지에서의 ‘카페 놀이’를 대신하겠다. 이보다 더 잘 쓸 깜냥도 안 되고. 




“여행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카페에서 ‘현지인 코스프레’를 하는 일이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때로는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 여행자가 아니라 그 동네 주인처럼 흘려보내는 시간을 사랑한다. … 이국의 카페에서 모국어로 쓰인 책을 읽으며 보내는 그 시간 때문에 여행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게, 내 말이 바로 그거다. 이국의 카페에서, 낯선 언어와 영어가 가끔 들리는 공간에서, 온전히 홀로 모국어로 쓰인 책을 읽는 외롭고 살가운 시간들. 그런데 생각보다 그런 사치를 부릴 만한 카페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좋은 카페들로 둘러 싸인 서울에서 살다 보니 카페 고르는 눈만 높아졌다. 노천 카페에서 밖을 구경하며 대화하거나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고, 음료보다는 식사와 음료를 함께 시키는 레스토랑 형 카페가 많은 유럽에서 몇 시간이고 처박혀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만한 공간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김남희 님이 사랑하는 카페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물론 전적으로 동감이다. 나는 서울이 그립거나 적당한 카페를 못 찾을 때는 다국적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들락거렸지만.


"내가 사랑하는 카페의 조건은 무척 까다롭다. 우선 특색 없는 체인점 카페는 탈락이다. 그 체인점이 다국적기업이라면 더더욱. 두 번째는 카페의 분위기가 고즈넉해야 한다. 너무 작은 카페는 오래 머물기에 부담스러우니 적당한 넓이였으면 좋겠다. 배경 음악은 클래식이나 재즈처럼 가사가 없는 장르의 음악이 잔잔하게 깔려야 한다. 아예 음악이 없는 것도 괜찮다. 의자도 두어 시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만큼 편안해야 한다. 인테리어는 돈으로 산 세련됨보다 개성이 드러나는 소박한 분위기라면 좋겠다. 커피가 맛있으면 금상첨화지만 맛있는 음료가 한 가지라도 있으면 오케이. 이런 조건을 다 만족시키는 카페를 찾기는 물론 어렵다."


체코 프라하의 거리를 걷다가 이런 종류의 카페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카페에 앉아 책을 읽을 요량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섰다. 



카페의 2층 모습

2층 카운터 음식도 주문할 수 있다.


프라하 시민들의 모습

이층으로 올라오는 계단 모습

1층을 내려다 본 모습

카페 입구

밤의 모습


내가 찾은 카페는 ‘마마커피 MAMA COFFEE’(http://www.mamacoffee.cz/).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체코에 4~5개의 지점이 있다는데, 난 한 군데밖에 안 가봤다. 그리고 충분히 좋았다. 음료는 물론 곁들이는 음식도 정성스럽고 맛깔 나다. 여행지에서 프로젝트 보고서를 쓰는데도 후무스가 넘나 맛나서, 일도 좋아 부러~ 



레몬생강차와 꿀


후무스

1층에서는 음료와 케이크만 주문해서 먹을 수 있고 2층에서는 파스타나 음식도 시켜 먹을 수 있다. 카페는 노트북을 두들기거나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프라하 사람들의, 그러니까 도시의 기운으로 충만하다. 가격은 스타벅스 수준이니 프라하 물가로 따져 싸지는 않고 살짝 비싼 수준. 하지만 공정무역(페어트레이드) 인증을 받은 커피를 사용하고, 로스팅을 직접 하고, 직접 구운 케이크와 만든 음식을 파는 카페치고는 비싼 편이 아니다. 커피농장으로 공정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또 한 가지! 내가 갔던 2016년 여름의 오전 타임에는 ‘커피 프린스’처럼 허리에 앞치마를 질끈 묶은, 키 크고 잘 생기고 (주문 시) 미소를 보여주는 남자 직원이 있었다. 올레! 


만약 프라하의 카페에서 ‘현지인 코스프레’를 하고 싶다면, 관광객이 아니라 잠시 일상을 살고 싶다면, 마마 커피를 추천한다. 프라하 카를교의 야경과는 다른 잔잔한 행복감이 차 오를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