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에 고용되고 마돈나를 ‘해고’한 작가, 데이비드 라샤펠 David LaChapelle
뒤틀린, 비틀어진, ‘변태’적 팝 아트(perversely Pop) 스타일,
매끄럽고 번쩍번쩍하고 으스대는 스왜그(Swag)에 눈이 찔릴 것 같은 이미지들을 그 누구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찍어내는 사진작가,
트렌스젠더 모델을 자신의 뮤즈로 삼고 ‘나의 마릴린(my own marlin)’이라며 성 소수자를 내세운 작가,
에미넘, 마이클 잭슨, 레이디 가가, 나오미 캠벨, 파멜라 앤더슨 등 당대의 내로라 하는 스타들과 하루 14시간씩 20여년 간 작업하다가 가방을 싸 들고 홀연히 사라진 후 이제 다시 아티스트로서 갤러리에 돌아온 예술가.
데이비드 라샤펠 David LaChapelle 아라모던아트뮤지엄 전시회
Inscape of Beauty
‘나의 마릴린(my own marlin)’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작품을 패러디, 사진의 트렌스젠더 모델은 그의 뮤즈가 되었다.
상업적 사진에서도 성 소수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나저나 이 해군 코스프레는 예전부터 게이 언니들의 고전이었구만.
마돈나
넘나 젊어서 못 알아보겠으나, 후에 라샤펠이 마돈나의 작업 제안을 거절했기에 젊은 시절 사진 밖에 없다능.
두 까다로운 거장끼리 만나셔서 사사건건 부딪혔다는 후문.
마이클 잭슨
엘튼 존
데이빗 보위
피에타 코스프레를 하는 코트니 러브
현대인의 관음증을 보여주는 작품에는 이완 맥그리거가. (인형으 빵야빵야에 총을 맞고도 눈을 못 떼는구만)
조지 부시
마이클 잭슨
밀랍 인형관에서 폐기된 유명인사들의 페이스를 가져다 사진을 찍었다.
얼마나 유명하든, 얼마나 돈이 많든 우리네 인생은 이렇게 허물어져 가거늘.
데이비드 라샤펠은 앤디 워홀 Andy Warhol의 스튜디오에 사진작가로 고용되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이 앤디 워홀의 팝 아트적 영향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 평론가들은 살바도르 달리, 제프 쿤스, 미켈란젤로(!), 신디 셔먼 등의 향취를 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적 이미지, 제프 쿤스의 번쩍번쩍 블링블링 매끄러운 감촉,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등의 작품을 '지금, 여기'의 모습으로 재조명한 사진, 가부장제에 ‘하~’하게 코웃음 치게 만드는, 미디어에 비친 전형적 여성상을 미러링한 신디 셔먼의 영향 등을 말이다.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낸 골딘이나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이 떠오르기도 한다.
홍수 후의 폐허, 왼쪽에는 제프 쿤스 작품이 놓여 있다.
다른 작품에서는 데미안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도 볼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대홍수 사진의 일부분
오른쪽 세 번째 언니는 라샤펠의 뮤즈 되시겠음
그나저나 인류를 쓸어버리는 홍수를 좋아하시는 듯.
왼쪽 남자 발에 그려진 나이키 로고를 보시라, 위트 넘치심.
비너스의 탄생에 나왔던 조개를 소라로 살짝 바꾸기도.
그는 20년 동안 상업사진의 최전선에 머물다가 뜬금없이 하와이로 거처를 옮겼다. 말하자면 ‘섹스앤더시티’의 뉴욕이 ‘전원일기’를 찍던 시절의 김포가 된 것 같은, 무시무시한 변화였다. 최근의 작품들은 하노이 마우이 섬의 문화를 판타지적으로 재현하거나 대지의 신 ‘가이아’를 주제로 했다. 최고의 스타들과 자본주의의 혼을 쏙 빼낼 만큼 ‘스놉스놉’한 사진과 뮤비를 찍어 갈취로 돈을 긁어 모으더니, 그 돈을 돈 안 되는 실험영화에 쏟아 부었을 때부터 이런 작품들을 꿈꾸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와이 마우이 숲에서 '수혈'받는 모습
왜 또 이국적인 풍경은 섹시한 언니들하고 깔맞춤할까나잉?
흠, 여남을 바꿔서 배치했다면 비트는 효과가 나서 정치적 올바름은 물론이고 의미가 더 풍성해졌을 텐데.
고통스런 표정의 가이아(대지의 신)란 작품
그런데 포즈는 딱, 자위하는 폼이 아니던가!
다이아몬드를 헤로인마냥 흡입
또 다시 뮤즈 님 등장.
백만장자들의 자가용 비행기가 길을 잃고 추락하듯 헤매이는 몽롱한 모습
'위대한 개츠비'의 추락만큼이나 아름다운, 저물어가는 향략의 색채.
그는 15년 동안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을 거라고 생각하며 테스트를 거부해왔다. 에이즈로 곁에 떠나간 예술가들을 보며 다음은 자신의 차례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와이로 옮긴 2006년,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고, 그래서 마돈나가 작업을 제안하는 전화를 던져 버렸다. 그게 또다른 시작이었다. 20년간 14시간씩 줄곧 일해왔던 성실한 노동자이자 사진작가였던 그는 죽을 병을 앞두고 자연으로 귀의(?)한다. 만국공동진리다. 인간은 끝이 되면 위로 받고 돌아갈 곳이 자연밖에 없는 것을 그저 몸으로 안다. 바이오 디젤 차를 몰고 태양광으로 전기를 얻고 자신이 먹을 것을 손수 기르는 등 하노이의 숲 속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꾸린다. 자본주의의 ‘탕아’가 하와이의 ‘스콧 니어링’이 되다니. 하~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을 받아준 성경 속의 부자 아빠처럼 신은 그에게 나머지 삶을 선사해주었다. 그는 에이즈에 걸리지 않았다. 덕분에 2016년 연말에 나는 그의 최신 작품을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여상하니 감상할 수 있었다. 한병철 교수는 <<아름다움의 구원>>에서 어떤 상처도 없이 매끄러운 자본주의적 아름다움은 포르노그래피에 불과하다고 일갈했지만-그 말은 맞지만-이미 매끄러운 아름다움에 미끄덩대는 나의 미감은 그의 작품에 충분히 '스포일'되었다. 오로지 매끄럽고 엄청나게 스펙터클하고 번쩍번쩍 으스대는 그 아름다움에도 막돼먹은 진정성이 한 줌은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말이다.
미래의 풍경 작품, 미래의 풍경은 황량한 공장 단지처럼 아무런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혹은 맹렬히 가동 중인 아무도 없는 핵발전소 전경 같은 모습.
CG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셋팅을 모두 제작하는 라샤펠은 헐라우드 배경제작 팀과 세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그럴 듯한 세트 모형은 빨대, 페트병, 캔, 파리채, 휴대폰 등 산업화의 유물처럼 버려진 쓰레기들로 제작되었다.
포르노 스타일 이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다리
처녀의 우유 Maiden milk
오른쪽 여자는 오르가즘의 절정에 오른 표정인데,
사정의 결과 왼쪽 여자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도다.
반페미적인 주류 미디어의 문법은 그대로이되, 정반대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참고 뉴욕타임즈 기사
http://www.nytimes.com/2011/05/29/fashion/david-lachapelle-from-photographer-to-art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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