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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구원, 혹은 '아름다움'의 폐기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12. 8.





외모!왜뭐?’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들었던 의견 중 인상적이었던 말.


다양한 아름다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는 말들. 도브(DOVE) 캠페인 이름은 리얼 뷰티(real beauty). 왜 대안적인 것을 고민할 때도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요?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요?”


아마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해 우회적으로 그리고 고급지게 답을 하는 시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움을 철학적으로 들여다보면서 현재의 아름답다에 오염된 아름다움의 의미를 구원해내려는 탐구니까 말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떠올리는 아름답다아름다움이 아니다. 매끄럽지 않은 것, 소통의 불가능성, 타인의 고통, 부정성, 부끄러움, 상처, 삶 자체의 제한 같은 것들이 바로 아름다움의 본질이고 의미고 구원이다. 문장은 간결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전작들은 읽기 힘들었던 (어려워!) 한병철 님의 책이지만 술술 넘어간다.


이 시대는 책에 나오는 아름다움의 의미를 복원할 수 있을까. 오히려 아름다움을 폐기하는 것이 빠를 것처럼 느껴지는 매끄러운시대다.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되냐는 그녀의 질문은 그래서 나오지 않았을까. 제프 쿤스의 작품과 아이폰과 브라질리언 왁싱을 연결하고,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대변하는 반대 없는 자가반복적 소통을 이야기하며 문장의 말미에 좋아요를 활용하고, 불안정한 자아를 붙들어 매려는 셀카의 의미를 집어내는 등, 작금의 문화적 풍속을 깊게 들여다본다. 이 모든 트렌드를 아름다움의 개념 아래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제프 쿤스 누리집 첫 화면 캡처

http://www.jeffkoons.com/



"매끄러움은 현재의 징표다. 매끄러움은 제프 쿤스 Jeff Koons의 조형물들과 아이폰과 브라질리언 왁싱을 연결해준다. 오늘날 우리는 왜 매끄러움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매끄러움은 미적 효과의 차원을 넘어서서 하나의 사회 전반적인 명령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긍정사회를 체현하는 것이다. 매끄러운 것은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어떤 저항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좋아요Like를 추구한다. 매끄러운 대상은 자신의 반대자를 제거한다. 모든 부정성이 제거된다." 7


"가다머 Hans-Georg Gadamer는 부정성이 예술에 본질적이라고 보았다. 부정성은 예슬의 상처다. 이런 부정성은 매끄러움의 긍정성과 정면으로 대립한다. 거기에는 나를 뒤흔들고, 파헤치고, 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너는 네 삶을 바꾸어야 한다고 경고하는 무언가가 있다." 7


"동일한 것이 동일한 것에 반응할 때, 소통은 최고 속도에 도달한다. 타자로 인해 발생하는 저항성은 동일한 것의 매끄러운 소통을 방해한다. 매끄러움의 긍정성은 정보와 소통과 자본의 순환을 가속화한다." 7


"셀카 중독은 자아의 내면적 공허를 표시한다. 오늘날 자아는 자신의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자신에게 확고한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안정된 표현 형태들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 이제는 모든 것이 지속성을 잃어버렸다. 이 불안정성이 자아에도 영향을 미쳐 자아를 불안하게 하고 동요시킨다. 바로 이런 불안함, 자신에 대한 근심이 셀카 중독을, 전혀 끝날 줄 모르는 자아의 공회전을 낳는다." 17


건강의 창궐은 그 자체로 언제나 병이기도 하다. 이 병의 해독제는 자신을 의식하는 병이며 삶 자체의 제한이다. 그런 치유력을 지닌 병이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삶을 저지하고, 그럼으로써 삶의 쇠멸을 저지한다. 삶만을 추구하느라 병을 부정하면, 그렇게 실체화된 삶은 다른 계기로부터 맹목적으로 분리되어 바로 이 계기로, 파괴적이고 약한 것, 뻔뻔스럽고 우쭐대는 것으로 변하고 만다. 파괴적인 것을 증오하는 자는 삶 또한 증오해야 한다. 오로지 죽은 것만이 왜곡되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의 비유다.” 43


(쪽수는 전자책에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