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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싸고, 죽고 Eat Poop Die

by 불친절한 금자씨 2025. 9. 4.

인덱스를 다닥 다닥 붙여서 책 필사하는 수준으로 기억할 부분이 많았던 책.

'인간이 지구의 암이야' 하는 자조를 넘어 인간도 동물지구화학의 한 구성원으로서 끊어진 생태계 순환을 어떻게 이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 책. (이 책에는 오줌 재활용하는 피사이클링과 '시체농장'으로 불리는 시체 퇴비화 장례도 나온다)

자연 생태계의 광범위한 복원을 뜻하는 '리와일딩(Rewilding)'이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대순환의 복원이라는 사실을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처럼 신기하게 깨닫게 된다.

게다가 개큰글빨... 가령 여름 동안 비축한 에너지로 겨울을 나는 자본번식동물인 불곰이 30퍼센트 정도 체중이 불어나는 모습을 "자코메티에서 보테로가 되는 것이다"라고 묘사한다든가.

이 책을 번역한 장상미 (신비)님이 운영하는 목포 '어쩌면사무소'에서 책을 읽었다. 책 표지 코팅을 안 하고 비목재 펄프를 함유한 재생지로 책을 찍은 '슬로비'에서 펴냈다. 슬로비는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와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를 펴낸 나의 편집자의 출판사이다. (자랑하고 싶다규!!) 

목포 어쩌면사무소
어쩌면사무소 정원
역자 신비님께서 어쩌면사무소에서 일하는 모습

책 속에서 (문장 끝 숫자는 종이책 페이지)

 

동물지구화학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계에서는 동물을 지구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는 존재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식물과 미생물이 생태계의 중심을 이룬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사이, 세상을 포식자와 초식동물로만 구분해 바라보던 우리의 인식에 대전환이 일어났다. 바닷새, 고래, 해달, 연어, 누, 들소, 거미, 메뚜기, 매미 등 다양한 동물에 관한 기념비적 연구를 통해, 이들이 육지와 바다의 경관을 바꾸고 생태계의 기능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2
물은 지구의 순환을 이끄는 심장이다.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여 지구의 허파로 기능하듯 동물은 심해 협곡에서 질소와 인을 퍼 올려 산꼭대기로, 극지로, 열대로 펌프질하며 순환시킨다. 지구 곳곳에서 수많은 동물이 날고 달리고 헤엄치고 걷고 땅을 파며 이동한다. 고래 코끼리 들소 연어 바닷 새와 같은 중대형동물은 영양분을 바다와 강, 산과 계곡, 초원과 외딴 화산섬까지 수백수천 킬로미터씩 옮긴다. 이런 장거리 여행 자들은 세계를 있는 동맥과 같다. 더 나아가 매미, 깔따구, 크릴 등의 무척추동물은 지구의 세포 조직에 영양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이다. 24
 

바닷새

바닷새 번식지에서 방출된 암모니아도 작은 물방울을 형성한다. 구름 속에 포함된 물의 양은 동일했지만, 물방울이 많아지면서 전체 표면적이 넓어졌고 얼음을 잘게 부술 때처럼 햇빛을 우주로 더잘 반사하게 되었다.... 번식지 위에 생긴 구름이 더 밝아지면서 지구의 온도가 내려가고, 새가 많은 지역일수록 이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대규모 번식지가 가장 많이 집중되는 곳은 캐나다 북쪽의 북극제도에서 아이슬란드에 이르는 지역이다. 이들 바닷새 번식지에서 방출된 암모니아는 수백 킬로미터까지 퍼져나간다. 새들은 이런 식으로 북극의 기온을 서늘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새들이 배설할 때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후 변화에 맞서고 있는 셈이다. 40-41
바닷새가 서식하는 섬 주변의 산호조 지대에는 바닷새가 없는 심보다 어류 생물량이 50퍼센트 더 많았다. 산호 초들은 낚시꾼의 침입을 받은 적이 없고 형태도 이미 안정된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였다. 57

고래 펌프와 고래 사체 

바다에 철을 공급하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고래의 똥이었다. 고래 똥에는 질소와 인이 풍부할 뿐 아니라, 남극해 주변 해수보다 무려 1000만 배나 높은 농도의 철이 들어 있다. 한때는 고래 이동을 통해 남반구 해양 표층수에 수만 톤에 달하는 철이 공급 되기도 했다. 알은 바다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고래는 이 미량 영양소를 순환시켰고, 심해로 잠수하는 항유고래는 바닥에서 철을 끌어 올렸다. 89
"이제는 우리가 고래의 기후를 망치고 있어요.' 가브리엘레가 말을 이었다. "고래의 먹이도 죽이고 있고요."
돌아보면 20세기의 고래 보존 활동은 무척 수월했던 것 같다. 고무보트로 포경선과 향유고래 사이를 쫓아다니고, 언론에 알리고, 포경선을 한 척씩 막아서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갈등이 일어나는 영역이 휠씬 넓어졌다. 수온 상승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물고기와 동물성 플랑크톤이 줄어들어 혹등고래를 비롯한 여러 고래종이 고통 받고 있다. 해양과학자 마이클 무어의 지적처럼,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선박 충돌이나 어구 관련 사고, 바다오염을 통해 우리 모두가 결국 고래를 죽이고 있는 셈이다. 95
거대한 고래 한 마리의 사체가 도달한다는 것은 1000년 치의 물량에 해당하는 해양 눈이 하루아침에 쏟아져 내리는 것과도 같다. 스미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먹이, 지질, 단백질 같은 청소동물이 소비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평하고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거예요."
부드러운 살점은 즉시 먹이로 소비되지만, 단단하고 무기질이 풍부한 고래 뼈는 고래삼어나 다른 대형 어류와 달리 오랜 시간 생명을 지탱하는 자원이 된다. 고래 뼈는 최대 70퍼센트가 지방인데. 미네랄이 풍부한 단단한 매트릭스에 둘러싸여 있어 미생물 만이 그 속의 다공성 공간을 통해 집투할 수 있다. 스미스는 말을 이었다.
"독립생활을 하는 미생물이나 조기, 홍합, 서관충의 조직에 기생하는 미생물들이 고래 뼈에서 전천히 흘러나오는 황화합물과 고에너지 화합물을 먹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고래 뼈는 유기물이 풍부한 암초 역할을 하게 되지요." 100
요즘에는 고래 사체를 토막 내어 바다로 끌고 가거나 땅에 문는다. 이 과정을 거치면 나중에 이를 발굴해 전시하거나 과학용으로 보존할 수 있다. 실제로 스미소니언박물관에는 지구상 에서 가장 많은, 1만 마리가 넘는 고래 뼈가 보관되어 있다. 만약 고래 사체가 떠밀려 왔는데 사인을 알 수 없다면, 그냥 그대로두 는 건 어떨까? 바다에서 육지로 온 고래 사체는 콘도르와 북극곰은 물론이고 각종 포유류와 조류, 육상 무척추동물에게 엄청난 양분을 공급한다. 미국에서는 고래 사체 네 구 중 한 구 골로 제자리에 방치하는데, 인파가 몰리는 해변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행하는 조치다. 108

들소 

실제로 누가 돌아오자 대형 화재가 줄었다. 그들이 풀을 먹고 싼 똥을 곤충이 분해해 탄소를 흙으로 톨려보낸 덕분이었다.그 결과 세렝게티 생태계는 들불로 탄소를 내품던 주요 탄소배출원에서,연간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 흡수원으로 전환되었다. 175
플라이스토세 멸종 이후, 전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 만 3000년 전, 풀을 뜯는 거대한 '유기체 엔진'이던 매머드가 사라지자 메탄으로 가득하던 트림도 함께 사라졌다. 그 결과 온실가스가 줄어들면서 기온이 10도나 떨어졌고, 1300년 동안 빙하 기가 지속되었다. 
현재 우리는 빙하기를 염려하지는 않지만, 동물이 사라지면 생태계가 핵심 기능을 상실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시스템을 회복하려면 들소와 매 같은 여러 토종 토식동물들이 대초원과 풀밭, 숲으로 돌아오도록 도와야 한다. 206
인간은 전세계적으로 질소와 인의 순환을 지구위험한계선 planetary boundaries까지 몰아붙였다. 그 지점을 넘어선다면 돌이킬 수 없는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우리 인류는 이제 지질학적 세력이 되었다. 먹이그물을 찢고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무너뜨리는 데그치지 않고, 탄소 인 질소의 순환 자체를 바꿔버린 지질학적 행위자가 된 것이다. 이런 동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가? 생태학자 조지프 범프의 말처럼, 하버-보슈법만 들여다보면 된다. 그 동물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210

인간도 동물이었어!

사람들이 밤에 몰래 치우던 대소변, 즉 거름을 농장이 아닌 단순한 처리 시설로 보내면서부터, 인간과 인의 순환 고리는 끊기고 말았다. 애틀랜틱에 기고한 줄리아 로즌의 표현을 빌리면 순환 고리가 단방향 관으로 바뀐 셈"이다. 리치어스연구소는 이 끊긴 고리를 다시 있고자 했다. 먹고 싸고 살균하고 > 땅에 주고 다시 길러라 235
인류가 수천 년 전부터 소변을 비료와 약으로 써왔는데 현대식 변기의 발명 즉, 위생 혁명으로 그 전통이 끊어졌다고 했다. 그 때문에 소변 속 영양분은 땅속 깊이 혹은 바다로 사라지게 되었다. 나는 가족을 설득했다.
"그런데 우리가 다시 소변을 비료로 쓴다면 전 세계 질소 비료 생산량의 4분의 1을 줄일 수 있어. 물 내릴 일이 없으니 1인당 연간 약1만 5000리터의 물도 절약할 수 있지. 그뿐만 아니라 영양분 오염(질소 인의 과다 축적)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 거고, 하수처리에 드는 에너지를 절감해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니까." (물론 가족은 위생 혁명을 택했다. 대차게 까임) 

비늘돔과 모래

비늘돔은 해안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단하게 맞 물린 이빨로 산호와 해초, 바위, 모래를 먹으며 해변의 형태를 잡아간다. 비늘톰이 삼키는 먹이는 '인두 분쇄기'로 불리는 목구멍의 작은 이빨 사이에서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갈린다. 이 과정에서 석회암 조각은 모래로, 모래는 더 고운 모래로 바친다. 열대 해변에 가득한 모래 알갱이 다섯 알 중 네 알은 비늘돌이 먹이를 먹 고 싼 똥인 셈이다. 비늘돔의 먹이 활동은 산호를 뒤덮는 해초의 확산을 막고 침입종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 에 새로 생긴 공간에는 어린 산호와 여러 해저 생물이 정착해 자라난다. 245

순환

세상은 원래 이런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천둥번개가 사방을 가득 채우며, 계절에 따라 움직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존재들이 사는 곳. 우리가 지금과 달리 야생동물이 넘쳐나던 시대로 돌아간다면, 동물은 일상에서 생태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날씨와 다름없는 영향을 미치는 촌재였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을 동물기상학 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단순히 새라기보다는 생물학적 폭풍이었다. 땅의 양분과 대기의 산소를 연결하는 번개였다." 285

리와일딩

야생동물 개체군을 회복하는 일은 우리가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일지도 모른다. 야생동물은 움직이고 먹고 배설하고, 때로는 죽음을 맞이하는 일련의 행동을 통해 생태계를 복원하고, 영양분을 재활용 재분배하며, 지구를 조금 더 시원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생물 다양성 위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종은 최대 100만 종에 이른다. 새는 열 마리 중 한 마리, 포유류는 네 마리 중 한 마리, 상어와 오리는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다. 336
보존과학자 에릭 디너스타인과 연구진은 생물다양성 보존과 탄소 저장 증대, 야생동물 이동 경로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태 통로 복원을 지원하는 지구 안전망 사업을 제안한다. 이 안전망 은 현재 전세계 면적의 16퍼센트에 불과한 보호지역을 46퍼센트 까지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인간의 손이 당지 않은 대규모 야생지역과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개체군이 남아 있는 지역을 우선 보호 대상으로 삼는다. 338
 

 
신경생리학자 데이비드 이글면은 저서 썸(SUM)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 몸은 죽음을 앞둔 순간과 죽은 직후에도 여전히 수천 조 개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유일한 차이는, 죽음 이후 원자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작용성 서서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 순간, 원자들은 더 이상 인간의 상을 유지하려는 목표에 묶이지 않고 서로 멀어지기 시작한다." 144
원자들 사이의 사회적 상호작용망이 사라지는 것, 이것이 죽음이다.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헤어짐이다. 하지만 이 순간은 그 다른 무수한 시작이다. 흘어지거나 쪼개지더라도 저끝이 아니라도 물질 자체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쌓이거나 또 다른 사회적 상호작용망으로 흘러 들어가 새로운 생명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배워 알고 있듯이, 주로 이 과정을 매개하는 존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미생물과 식물이다. 그런데 사실은, 동물 또한 이 순환 고리를 이루는 중요한 존재다. 361 (역자의 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