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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rsion

[베를린 마우어파크] 분단 장벽을 자유와 포용의 벼룩시장으로!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10. 24.

베를린, 아 베를린.


유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길거리 공연이 대개 클래식 악기나 기타 연주인 것에 반해 베를린의 거리 공연은 일렉 디제잉이다. 전철역 앞에서 전자 음악을 틀어놓고 디제잉을 하는 버스킹은 베를린이 처음이었다고!! 요즘 유럽에서 가장 핫하다는 베를린의 단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었는지 밤만 되면 퍼져 누운 채 클럽은 내일 가지하고 미루다가 결국 베를린에 머무는 8일을 아주 건전하게보냈다. 동물원, 공원, 박물관, 벼룩시장을 훑고 다녔는데, 이렇게 적고 보니 어린 아이 데리고 교육 여행하는 부모 포스다. 애는 무슨 개뿔, 퀴어 퍼레이드 열리는 도시들 쫓아다니는 일정을 짰는데, 베를린에서는 이랬다고그래도 베를린은 충분히 멋지다. ‘건전하게만 보내도 아쉽지 않고, 젊은 유러피언들처럼 무박 3일로 클러빙만 하다 떠나도 만족스러울 거 같다. 뭘 해도 받아줄 거 같은 자유와 포용의 도시, 베를린.


독일 사람들은 가장 많은 여행을 떠나는 종족이지만 새 물건을 많이 사는 과시형 종족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베를린의 하고많은 벼룩시장들은 헌 물건들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꾸역꾸역 활기가 넘친다. 그 중 가장 크고 압도적인 시장은 마우어 파크(Mauer Park) 벼룩시장이 아닐까. 분단 장벽이 있었던, 수많은 동독인들이 그 장벽을 넘다가 총에 맞아 죽었던, 그 슬픈 장벽의 주변이 쓰레기 하치장으로 방치됐다가 공원과 벼룩시장이 되었다. 베를린 장벽을 허물었던 자유와 포용의 물결을 일상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한 것이다.


 마우어파크에 있는 모래가 깔린 놀이터


 광대한 공원부지


 벼룩시장을 오고가는 사람들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아든 시장이자 공원 


마우어 파크 벼룩시장의 물품들이 그리 싸 편은 아니다. 게다가 여행자라면 이사를 앞둔 세입자처럼 짐이 느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므로 물건을 많이 살 수도 없다. 하지만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베를린의 자유로운 일상을 만끽하려면 마우어 파크 벼룩시장을 찾는 것이 좋다. 도시의 공원생활자라는 단어를 체감하게 될 테니. 공원에 누워 일광욕을 하며 주말을 보내는 사람들, 영화 <한없이 따뜻한 색, 블루>의 머리 색을 한 자유로운 영혼들, 기타를 가야금 튕기듯 연주하는 음악가, 원형 경기장 같은 곳에 모여 가라오케를 열거나 마술 공연을 하는 모습, 세계 곳곳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 부스 등이 다채롭다.


원형경기장 같은 곳에서 마술도 보고 노래자랑도 하고


다양한 음식 부스들 사이로 한국 음식을 파는 '금자'가 보인다.

금자 저격 ㅋㅋㅋ



화덕에 굽는 피자, 해변처럼 모래가 깔린 노천 테이블에서 먹는다.


이 자유로운 영혼들을 보았나.


기타 뜯으면서 연주하는 거리 공연자


내게 가장 와 닿았던 것은 일상에서 쓰는 거의 모든 품목을 품은 시장의 모습이었다. 소파, 자전거, 그릇, 속옷, , 망치, 액자, , 테이블, 화병 등 집에 속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누군가의 졸업사진도, 결혼사진도 벼룩시장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한 집에 속한 모든 것을 털어서 가져온 듯, 집의 골격만 빼고 집을 채우던 모든 것이 상자에 빼곡히 담겨있다. 이 물건들에 누군가의 삶이 얽혀있다가 마무리되었겠지, 라는 생각에 약간 숙연해지기도 한다. 그리고는 이내 이런 일상적인 벼룩시장이 부러워진다


나는 일상예술창작센터도, 홍대 플리마켓도 좋아하지만, 것과는 별개로 한국의 벼룩시장이 너무 예술적이라 돈을 쓰고 싶어도 살 것을 못 찾을 때가 많다. ‘물건 다이어트신봉자라서 액세서리나 인테리어 소품 등은 잘 사지 않고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물건들, 즉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는데 그런 품목이 없는 벼룩시장들이 많았다. 소품과 수공예품, 예술품도 좋지만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에 나와 있을 듯한 수많은 일상용품들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판매자에게 물어보며 구매하고 싶다. 일상중고용품도 홍대 플리마켓이나 마르쉐@ 장터처럼 즐기듯, 놀러 나온 듯 사고 싶다. 연남동 따뜻한 남쪽 시장이나 광화문 벼룩시장에 가보니 나름 일상중고용품과 옷들이 많아서 반가웠다




누군가의 사진첩까지 벼룩장터에 나와 있다.



일상의 온갖 물건들을 다 파는 벼룩시장



마우어 파크 벼룩시장처럼 크나큰 중고시장이 주말마다, 동네마다 즐겁게 열리기를, 그리고 벼룩시장과 공원이 함께 어울려져 도시공원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무엇보다도 우리도 아픈 분단의 장벽을 걷어내고 그 자리를 자유와 포용이 가득찬 환대의 장소로 바꿔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