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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rsion

[프랑스 아를] 반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10. 27.

소문대로 니스(Nice), 에즈 빌리지(Eze village) 등 남부 프랑스는 아름답기 그지 없다. 그런데 니스와 에즈 빌리지에 대해서는 아름답다는 말 외에 별로 쓸 것이 없는 반면, 아를(Arles)은 좀 특별하다. 바로 반 고흐가 이 곳의 따뜻한 햇살 아래 가장 화려하게, 가장 눈부시게, 무엇보다도 가장 그답게 그림을 그려낸 곳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봐도 햇빛이 잔인하지 않을 정도로 작렬하는 눈부신 마을에서 그는 잠시나마 영혼에 햇볕을 쬐었던 것 같다. 비록 그가 바라 마지 않았던 예술 공동체 실험이 산산조각 나고, 그 결과 고갱과의 관계가 비극으로 치달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는 이곳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많은 그림들을 그려냈다. 아마 그 순간만큼은 동생 테오에게 생계를 의지하고 있다는 미안함도, 고갱에 대한 배신감도, 점점 혼미해져 가는 정신도 잊은 채 오직 이 아를에 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내려 쬐는 빛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이 곳에서 30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아를의 침실, 아를의 도개교, 아를의 론강, 아를의 정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아를의 카페. 정작 반 고흐가 아를에 머문 시기는 2여년 정도지만, 수많은 작품을 통해 아를은 반 고흐의 도시가 되었다.





한 낮, 아를의 정원

현재 호텔로 사용하고 있다.






프랑방스 풍의 나무가 펼쳐진 시골길을 한참 걸어서 반 고흐가 그린 도개교에 도착했다.

도시 외곽에 있어서 30분 이상 걸어갔는데 가는 길에 

사람 한 명도 못 만날 정도로 너무 한적해서 좀 무서웠다.

그 유명한 밤의 카페는 낮에 갔더니 영 분위기가 안 살아서 스쳐 지나쳤다.

 

고흐가 사랑했던 따뜻한 햇살의 도시답게, 낮의 아를을 사진에 담으면 너무 많은 햇살에 사진에 아지랑이가 인다. 아를은 가만히, 조곤조곤 걸으며 음미하기 좋은 도시다. 무심코 사진을 찍어대도 프로방스화풍이 담긴다. 관광지라고는 사실 로마의 원형경기장 정도 밖에 없고 시내 중심가를 한들한들 돌아다녀도 한 시간 남짓이다. 그렇다고 하루 찍고 가기에는 아쉬운 도시다. 적어도 이틀 정도 머물면서 고흐가 누렸던 따뜻한 햇살에 마음을 내놓아도 된다. 관광객다운 욕심은 내려놓고 휘적휘적 고흐의 흔적을 따라 도시를 누비는 기쁨을 온전히 누려보시길. 도시 곳곳에 고흐의 흔적이 꼬리표처럼 달려있다. 그리고 소박하지만, 암스테르담의 크나큰 반 고흐 박물관보다 고흐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반 고흐 재단의 미술관도 있다.





어딜 찍어도 프로방스 풍!






아를의 반 고흐 재단 미술관

 

주말에는 광장에서 마을 주민들의 소박한 전통공연 축제도 이어진다. 모두들 기쁜 얼굴로 얼마든지 사진 찍으라며 환대해준다. 하지만 관광객들 위한 일부러 꾸며낸 축제의 모습은 아니다. 관광객보다 훨씬 더 많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연주를 하고 춤을 추고 전통 옷을 입고 서로를 북돋우면서 마을 공동의 축제를 연다. 그래서인지 초상권 따위 상관하지 않으며 활짝 웃어주신다. 그들의 환대는 라벤더, 애플민트, 로즈마리 등으로 손수 만들어서 나눠주는 허브 부케에서 절정을 달린다. 아마 반 고흐에게 아를이 안식처가 될 수 있었다면 따뜻한 햇살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마을의 환대하는 분위기 때문이었으리라. 아를은 반 고흐가 만난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장소였다.   










 

예술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마찬가지이다

위대한 일은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을 때 이룰 수 있다. 결코 우연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빈센트 반 고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