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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ounge656

[스페이스 소] 동네에서 여행하는 기분의, 근사한 공간 동네에 멋진 공간이 생길수록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오는 감상에 빠질 수 있다. 별일 없이 동네를 산책하다발견한 의외의 공간이야말로 일상을 여행처럼 반짝이게 한다. 딱히 어여쁠 것도, 기억할 것도 없는 일상다반사에 일일이 감동 받는 여행자의 감상이 절로 솟아난달까. 게다가 수억 톤의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고, 그 덕에 죄책감에 시달릴 일도 없다. 지금 나는 보고 듣고 느끼는 족족 사진과 글로 남기고 싶어 환장하는 여행자처럼, '스페이스 소'의 철제 바에 앉아 포스팅을 쓴다. 동네는 고즈넉하고, 공간은 환상적이고, 딱히 할 일 없는 지극히 오랜만의 일요일과 혼자만의 오후. 달리 무얼 바라겠는가. 서교동의 오밀조밀한 다세대 빌라와 큼지막한 단독주택들 사이에 새로 생긴 '스페이스 소'는 1,.. 2017. 12. 3.
미세플라스틱 걱정 없는 설거지를 위한 2가지 물건! 수돗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해외 연구를 보자마자 환경부가 발빠르게 국내 수돗물 조사에 나섰다. (정부 대응력이 ㅂㄱㅎ 때와 왜케 달라...) 그 결과 '정수 과정을 거친 일부 수돗물과 수돗물 병입수 2개 제품, 먹는샘물 1개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결국 해외를 비롯해 국내 수돗물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다는 사실 저격 ㄷ ㄷ ㄷ. 이렇게 플라스틱을 쓰고 버리는데 당췌 무슨 수로 안 들어있으랴 만은. 이러다 안드로이드 나오기 전에 '플라스틱 몸'이 되고 말겠어! 관련 기사 - 한겨레 신문: 일부 정수장 수돗물, 먹는 샘물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820359.html- JTBC: '미세 플라스틱'.. 2017. 12. 2.
"우리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요":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 책은 내게 이 상태로 왔다. 페이지마다 빼곡히 인덱스가 붙어있는 모습으로.여성환경연대에서 교육활동가로 일하시는 공병향 샘께서 이 책을 건네주시면 너무 훌륭해서 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셨는데, 나는 따라쟁이. 어제 친구가 전화해 "요즘 뭐 재미있는 거 읽었어?"라고 하자 이 책을 권하고 말았다능. 바로 그 심정으로 출근 시간 늦었는데, 노트북을 앞에 앉아 이 포스트를 쓰고 있다. 바로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이다. 가난한 몸, 평등하지 않은 낙태금지법,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저성과자 해고, 전공의 근무환경,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기록, 성소수자 건강 실태, 재소자 건강 문제, 총기 규제, .. 2017. 11. 29.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의 부제는 '시선에 지친 우리의 이야기'이다. 책을 술술 읽히게 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사례를 읽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나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않고, 시선에 지치지도 않는데, 그건 바로 스무살 무렵부터 『달빛 아래에서의 만찬』 같은 책들을 잔뜩 읽어서 그런 거라고. 페미니즘이 아니었다면 적금을 깨서 필러 시술을 받고 값비싼 안티 에이징 화장품을 사는 중년을 맞았을 지도 모른다. 페미니즘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네 자체로 아름답다'가 아니라 아름답든 아름답지 않든 네가 살고 싶은 데로 살아도 충분히 살 만하다는 사실이었다. '네 자체로 아름답다'는 광고들은 멋지다. 성차별적인 이미지로 여성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광고들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2017. 11. 24.
최초 재활용 쇼핑몰의 탄생: 패피는 안구정화, 벼피는 지구정화! 세계 최초의 재활용 쇼핑몰이 스웨덴에 문을 열었다! 쇼핑몰의 이름은 ReTuna Aterbruksgalleria. (이걸 어떻게 읽습니꽈!!)나는 이 뉴스를 스웨덴에 다녀온 후에야 보고 땅을 쳤다......고는 하지만, 출장 일정에 쫓겨 스톡홀름 공항 안에 있는 숙소에 묵은 주제에 뭔 소리. 재활용 쇼핑몰은 스톡홀름에서 서쪽으로 100킬로 떨어져 있는 Eskilstuna라는 도시에 세워졌다고 한다.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 아니라 이케아 쇼룸처럼 북유럽 디자인이 깔려있으며, 가구, 옷, 주방용품, 건축자재,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쇼핑몰에서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거나 집에 쟁여두었던 물건을 기증받아 그 지역 예술가, 기술자들의 손을 거쳐 리폼해 판매한다. 재활용이라.. 2017. 11. 15.
디즈 이즈 타이베이! 페미니즘 서점과 레즈비언 샵 처음에 갔을 때 대만은 일본과 태국을 절반씩 섞어놓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시끌벅적한 대로를 조금만 벗어나 있는 고즈넉한 동네가 흡사 일본의 골목길 같았고, '이런 것을 만들다니!' 싶은 아기자기한 팬시 제품이 일본만큼 많았고, 길거리 음식이 널려있는 야시장은 방콕을 닮았다. 서울과는 닮은 듯하면서도 닮지 않은 느낌이었다. 두 번째 타이베이에 갔을 때, 이 나라에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일본과 태국의 경우 살고 싶지는 않다. 타이베이에는 그 도시를 지배하는 오래된 건물들의 군상처럼 착 가라앉은 공기가 떠다닌다. '가라앉았다'는 것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우중충하거나 우울한 느낌이 아니라, 단정하고 소박한 댄디함이랄까. 애써 뽐내거나 내세우지 않은, 참빗으로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무채색.. 2017. 11. 9.
[타이베이] 우리에게는 보행권이 있다! 난 미국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여행이든 유학이든 결혼 이주든, 하여튼 미국에 가 본 친구들이 미국에 가자마자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아무래도 차를 구해야 할 것 같아"아리조나(?)인가 뭔가 미국 골짝에 떨어진 한 친구는 인도도 없이 차도만 나 있는 길을 한 시간 걸어 도서관에 도착한 후, 인생 최초의 운전 면허증을 따기로 결심했다. 손주를 돌보기 위해 워싱턴 DC에 머물던 울아빠 친구는 "돈만 있으면 한국이 최고로 살기 좋다"며, (요런 말씀은 뭐시당가...) 그 이유로 차 타고 15분은 족히 가야만 나오는 슈퍼마켓을 들었다. 그 놈의 네비게이션까지 영어로 말해서 못 알아듣겠다고 분통을 터뜨리시며. 어디나 한 켠 짜리 작은 가게들이 촘촘히 자리잡고 있고, 언제나 눈요기 할 수 있는 엄청난 수의 .. 2017. 11. 5.
독일의 슈퍼마켓에서 떠올린 '만일'의 채식주의 몇 년 전 친구들과 집에 모여 만두를 빚어 먹었다. 그중 음식을 잘 하는 니나가 만두피는 한살림이 짱이라고 했지만, 미리 장을 볼 만큼 야무지게 준비한 것은 아니라서 다함께 망원시장에서 재료를 사왔다. 고기가 빠진 채식만두였다. 각자 두부를 으깨고 부추를 썰고 당근을 씻으며 수다를 떨던 중, 어쩌자고 내가 김치찌게는 역시 돼지고기가 자작하게 들어가야 맛있다고 했던 것일까. 입방정. 오두방정. 느자구.그 중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내게 반문했다. "금숙, 채식하는 거 아니었어요?" 이미 채식을 그만둔 지 어연 10년은 된 것 같은데. 순간 이미 헤어진 연인의 안부를 묻는 친구의 질문에 답을 하는 듯했다. 우리... 실은 헤어졌어. 좀 됐어. 우리 채식만두 빚고 있어요~(기억은 안 .. 2017. 10. 22.
쓰레기로 만든 예술마을,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카페 추석 연휴가 장장 10일이었다. 이거이 꼬레아야, 독일이야? 우리도 서유럽 수준에 올라선 줄 알고 '앞으로 이런 연휴는 종종 있겠지, 있어야지' 라는 간절한 기대를 품으며 달력을 휘휘 찾아보았으나, 2025년 즈음인가 일주일(?) 정도 장장 긴 연휴가 있다고. 그러니까 근 10년 간 다시 오지 않는 휴가였던 것이다. 아아, 지나간 옛 추억이여. 다시 돌아올 수 없나.긴긴 연휴의 날들, 나는 '쓰레기' 여행을 했다. 쓰레기로 만든 손때 묻은 마을, 그리고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는 카페 탐방.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은 마을에 쌓인 쓰레기들을 한때 누군가의 삶을 담은 물건으로 소환한다. 그리하여 마을에 역사를 부여한다. 한옥 마을, 관광 도시, 홈스테이 마을 사업, 혹은 뭐시기 축제나 행사 등에서는.. 2017.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