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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ounge656

당근 잎사귀로 해 먹는 마이크비오틱(?) 부침개 육지의 모든 것을 침잠시킬 각오를 한 것처럼 하루 종일 거세게 비가 온다. 휴일 오전 이른 아침, 산책하듯 한적한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려던 기대를 꺾게 하는 야무진 빗줄기. 그래서 나는 집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유유자적 오전을 탕진한다. (아, 휴일의 오전은 정말이지 강원랜드에서 탕진한 돈보다 더 허무하게 사라지는구나) 그리고 점심. 부스럭 부스럭 냉장고를 뒤지다 당근 잎사귀를 발견! 비가 오면 왜 부침개가 먹고 싶을까, 하는 물음에 어떤 글에서 전 부치는 기름의 툭툭 튀는 소리가 빗방울이 땅에 닿아 튀는 소리와 비슷해서, 라고 했다. 그 구절을 읽고부터 비 오는 날이면 더욱 전이 먹고 싶어진다. 우리 집은 음식물 쓰레기를 죄다 퇴비로 만드는데 양이 많으면 힘들어진다. 특히 여름에는 흙과 섞고.. 2017. 8. 15.
복날, 고기 말고 원기 돋는 비건음식으로 몸 보신 절기력은 얼마나 신통한가.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오자 열대야는 싹 사라지고야 말았다. 사주 말고 절기력으로 운세를 점치는 방법이 있다면 난 반드시 절기력 운세를 보고 말 거야. 말복의 자정, 열린 거실 창으로 들어온 바람은 가을의 향취를 담고 있다. 입추가 몰고 온 초가을의 청량한 기운이 여름 밤 공기에 실려있다. 벌써 여름이 가다니 짧은 휴가가 끝나고 직장으로 복귀하는 전날 밤처럼 조마조마하고 불안하다. 아, 벌써 겨울이 올까 봐 무서워. 채식주의자를 지향하지만, 이미 이 혓바닥은 고기에 담금질되고 말았도다. 그래도 닭고기(혹은 개고기 ㅠㅜ) 소비가 많은 복날에는 작정하고서 비건 식당을 찾는다. 자식을 서울로 보내놓고 영양이 부실할까, 과일이 비싸서 못 사먹을까, 대보름날 나물반찬은 해 먹을까, 복날 .. 2017. 8. 12.
사랑은 사치일까? 사랑은 사치일까: 여유 없는 일상에서 자꾸만 감정이 생기는 당신에게 벨 훅스 저, 양지하 역 언젠가부터 사랑이니, 섹스니, 잠자리니, 남자니, 감정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종합 비타민제니, 오메가 쓰리니, 목 디스크니, 도수치료니 이런 이야기를 한다. (플러스: "걔네는 도대체 왜 그러니?"라는 어린 것들 뒷다마 까는 꼰대 대화) 슬쩍 동향을 보니 나보다 한 연배 위인 386 세대는 믿고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요양원 정보가 대화의 중심. 이미 충만한 관계에 안착한 사람은 바로 그래서, 이미 속을 파헤쳐놓는 사랑의 상처에 지긋지긋하게 데인 사람은 바로 그렇기에, 젊지 않은 우리는 더 이상 사랑 이야기를 안 한다. 벨 훅스의 사랑에 대한 페미니즘 책을 이토록 늦게 집은 든 까닭이다. 벨.. 2017. 8. 7.
[외모?왜뭐!] '문제는 마네킹이야' 무대 뒤 풍경 저번 주 주말 실태조사 결과 정리하고 보도자료 작성하니라, 살이 마르는 줄 알았다. 의류 사이즈 실태조사 1차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기자회견 날짜는 이미 잡혔고, 실제 인체를 본따 만드는 '커스텀 마네킹'은 해외 동영상을 봤을 뿐, 우리가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아닌지는 월요일에 가서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보도자료 쓰랴, 기자회견용 피켓과 플랑 만들라, 인포그래픽 자료 만들라, 커스텀 마네킹 걱정하랴, 실로 직장인 10년차 인생 10년 만에 처음으로 밥 먹을 시간을 쪼개가며 일했다는 거 아닌감. 31개 의류 브랜드 사이즈 실태조사 결과가 담긴 보도자료 읽기 20170726 문제는마네킹이야 기자회견 보도자료 from 여성환경연대 마네킹 업체에 키 178센치에 허리 24인치의 일반 마네킹이 아닌, .. 2017. 7. 29.
플라스틱 비닐봉지의 변신은 무죄, 프론 프로젝트 (plarn project) 플라스틱 비닐봉지의 변신은 무죄, 프론 프로젝트 (plarn project) 플라스틱 비닐봉지로 실을 만들어 생활용품을 만드는 프론 프로젝트. 지금껏 내가 봤던 플라스틱 비닐봉지 재활용 작품 중 제일 핫해핫해! 실용성 ★★★★★심미성 ★★★★★용이성 ★★★★★ 언젠가부터 '비니루' (폐비닐)을 재활용품으로 따로 모으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필름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들어간 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그 과정에서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교과서적인 훈계나 마찬가지.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다로 흘러들어간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오인한 거북이가 이를 먹고 죽거나, 알바트로스 새와 고래의 위장을 꽉 채운 비닐의 모습이다. 사진출처| 비주얼다이브 visual div.. 2017. 7. 20.
[아침 뭐 먹었어?] 불을 1도 쓰지 않는 나또(낫토) 비빔밥 나의 정규직 첫 직장이자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여성환경연대'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없다. 더위를 많이 타는 활동가의 우렁찬 아우성이 있었지만, 8월 첫째주 무조건 '재충전 휴가'가 상여금처럼 주어진 후에는 에어컨 사자는 말이 쏙 들어갔다. 그리하여 매해 개인휴가 외에 8월 첫째주, 일주일을 통으로 쉰다. 암묵적으로 '일주일을 쉴래, 에어컨을 달까' 중에서 휴가를 선택한 것. 이제는 무슨 불문율인 듯 에어컨은 뭔 에어컨, 이런 태도로 산다. 그럼에도 복작복작한 사무실에서 컴퓨터 10대가 뿜어내는 열기는 우리의 '정신승리'를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올해부터 7월 한 달 간 일주일에 2일은 재택근무를 해도 되지만, 진짜 난관은 밥이다. 우리는 손바닥만한 부엌에서 돌아가며 밥을 해 먹는다. 밥 당번은 밥 하랴, .. 2017. 7. 8.
필터 정수기로 생수병을 몰아내리라 작년에 안식월으로 유럽에서 헐렁하게 보내고 있을 때 국내에서 들려온 가장 기뻤던 소식은 씻어내는 화장품(스크럽, 샴푸, 바디워시 등) 내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명시한 화장품 법 개정, 그리고 가장 찝찝했던 것은 마흔 생애동안 사용한 페트병보다 5개월 간 여행하면서 버린 생수병이 더 많으리라는 예감이었다. 우리 집은 4층인데 바로 옆집은 여름에도, 겨울에도 생수를 물류창고(?)처럼 쌓아두신다.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처음 하는 말이 "아니, 엘레베이터도 없는 빌라 4층까지 (실은 4.5층) 이 생수병을 짊어지고 오시니라 택배 기사들 허리 나가겠다. ㅠ.ㅠ" 이 생수병에 들어있는 노동력, 자원 소비, 쓰레기 처리를 생각해보면 ㄷ ㄷ ㄷ 개기름 흐르지만 기름종이는 안 들고 다녀도 텀블러는 늘 가방에 챙.. 2017. 7. 7.
생리대 전성분표시제, 왜 필요할까요? 생리대에 전성분이 표시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화장품처럼 투명하게 생리대의 성분 정보가 공개된다면 ‘순면 커버’, ‘부직포’ 등을 넘어,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고르실 수 있어요. 광고 문구 말고 진짜 들어있는 성분을 알려주세요! 실제 지난 3월 한 생리대 제품의 광고 문구 중 ‘무색소’가 삭제됐는데 이는 해당업체가 홈페이지에 성분을 공개한 이후 이뤄졌습니다. 해당 기사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html?no=74804 여성환경연대는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전성분표시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월경의 날 기자회견 보기 http://ecofem.or.kr/18480 또한 3,464명의 서명을 모아 식약처에 .. 2017. 6. 28.
우리는 쓰레기 없이 팔기로 했다! '더피커' 망원시장을 사랑한다. 홍대의 힙한 거리를 걷는 것보다 파자마 입고 주전부리를 사 먹으면서 돌돌이 시장 가방 끌고 거니는 망원시장 산책이 몸에 배었다. 공동체 화폐 '모아'를 삼만 원 쯤 지갑에 넣고 망원시장에 가면 세상에, 이토록 다양하고 풍부하고 생생하고 예쁜 생명들을 꼬박꼬박 먹을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러니까 가끔은 망원시장 한복판에서 '성당'이나 '절'에서 느끼는 숭고한 기분에 휩싸인다. 내일이라고는 없을 사람처럼 일상의 자잘한 순간순간이 너무 어여뻐서 감격하게 되는 느낌. (미쳤구나 ㅎㅎ) 망원시장에 갈 때는 장바구니, 밀폐되는 글라스락, 양파망, 재사용 비닐봉지 등을 또박또박 챙긴다. 되도록 흰색 스티로폼 용기에 채소를 올리고 랩으로 둘둘 말아놓은 가게가 아니라 있는.. 2017.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