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멋진 공간이 생길수록 어딘가로 여행을 다녀오는 감상에 빠질 수 있다. 별일 없이 동네를 산책하다발견한 의외의 공간이야말로 일상을 여행처럼 반짝이게 한다. 딱히 어여쁠 것도, 기억할 것도 없는 일상다반사에 일일이 감동 받는 여행자의 감상이 절로 솟아난달까. 게다가 수억 톤의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고, 그 덕에 죄책감에 시달릴 일도 없다.
지금 나는 보고 듣고 느끼는 족족 사진과 글로 남기고 싶어 환장하는 여행자처럼, '스페이스 소'의 철제 바에 앉아 포스팅을 쓴다. 동네는 고즈넉하고, 공간은 환상적이고, 딱히 할 일 없는 지극히 오랜만의 일요일과 혼자만의 오후. 달리 무얼 바라겠는가.
서교동의 오밀조밀한 다세대 빌라와 큼지막한 단독주택들 사이에 새로 생긴 '스페이스 소'는 1, 2층의 전시 공간과 카페로 이루어져 있다. 인생은 '쏘' 짧고 예술은 '쏘' 길다. 그리하여 '소 스페이스'.
- 매일 11시~19시
- 페이스북
https://m.facebook.com/spaceso2017/
- 팁: 전시를 본 후 전시관 건물 카페에 들러 커피와 휘낭시에를 먹는다. 비엔나 커피 크림 어쩔, 환상이야. 커피가 먹고 싶을 때 떠올린 만한 수준의 카페.
지금 진행 중인 박형근 작가의 '두만강 Faint' 전시를 보며 박완서 작가의 글을 떠올렸다. 박완서 작가가 지인들과 연변 여행을 갔다가 펑펑 울었던 사연, 그리고 그 사연을 기반으로 썼던 단편 소설. 오래 전 밤, 제목도 잊은 그 소설을 읽으며 나도 펑펑 울었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백 만번 불러도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통일의 한'이 마음을 저미게 하던 소설 읽던 밤. 고향을 잃은 타인의 고통과 난민의 삶을 상상하게 했던 소설.
박완서 작가의 글에는 두만강 건너 함경도 땅을 바라보며 전신을 떨며 통곡하거나, 압록강 유람선에서 신의주 사람들에게 손 흔들다가 끝내 고개를 떨구고 통곡하고 마는 남자 '어르신'들이 나온다. 박형근 작가의 사진에도 온 몸으로 눈물을 흘리는 지극한 실향의 고통이 서려있을 듯한 경계의 땅이 들어있다.
'Eco life > Edi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침 뭐 먹었어?] 날마다의 보양식, 야채 해독주스 (1) | 2018.03.22 |
|---|---|
| 당근 잎사귀로 해 먹는 마이크비오틱(?) 부침개 (2) | 2017.08.15 |
| 복날, 고기 말고 원기 돋는 비건음식으로 몸 보신 (5) | 2017.08.12 |
| [아침 뭐 먹었어?] 불을 1도 쓰지 않는 나또(낫토) 비빔밥 (0) | 2017.07.08 |
| '바베트의 만찬'을 떠올린 연남부르스리 (0) | 2017.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