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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rsion37

여행의 설레임보다 일상의 온전함에 온기를 느끼는 나이 안식년 여행을 떠나오기 전 3~4달간 일이 휘몰아쳤다. 여행 일정과 예약은 고사하고 스페인 바닷가 산세바스티안을 목전에 둔 채 겨털도 못 뽑고 밀림이 왕성한 털들을 모시고 비행기를 탔다. 이러다가 영화 에 나온 '탕웨이' 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했지만 겨털 있다고 아무나 탕웨이 되남 -_-) 머리털 휘날리게 바쁘다는 표현을 휘날리는 겨털을 못 뽑을 정도로 바쁘다고 수정하는 바이다. 애니웨이, 암만 바쁘고 힘들어도 괜찮았다. 장장 6개월에 걸쳐 여행만 할 건데 염병, 못 할 일이 뭐시가 있당가. 나는 따박따박 통장에 월급이 입금되는 동안 여행을 한다는 자체로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감히 어떤 불만도 이야기 꺼내면 안 될 존재였고, 나도 느자구가 있는데 그래서야 쓰겄으. (그럼에.. 2016. 7. 1.
[파리] 오래된 기차역을 탈바꿈한 텃밭 커뮤니티 La Recyclerie 오래된 기차역을 고스란히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오르세 미술관에 가면 기차역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었을, 압도적인 크기의 시계를 바라보게 된다. 원형감옥의 감시탑처럼 오르세 미술관의 복도 어느 곳에서도 이 시계가 보인다. 사실 이곳이 한때 기차역이었음을 알려주는 단 하나의 증표이기도 하다. 오래된 기차역이 미술관이 되기도 하지만 지역의 텃밭 커뮤니티가 되기도 한다. 파리시내의 북쪽에 자리한 Ornano역이 폐쇄된 후 폐선로에는 텃밭 작물과 야생화와 닭이 자리잡았고, 기차역은 재활용 공방과 카페가 되었다. 이곳이 한때 기차역이었음을 알려주는 선로가 텃밭을 가로질러 카페의 통유리 아래로 시원하게 뻗어있다. 이제 작동하지는 않지만 한때 기차에게 신호를 보냈을 때 신호등도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기차역은 날 .. 2016. 6. 25.
[파리] 그녀의 그림자 노동 in Paris 첫 도착지 프랑스 파리로 오는 비행기에서 읽은 책은 이반 일리치(Ivan Illich)의 . 책방 '만일'에 들렀을 때 여행가면서 읽어야지, 하고 사다놓고 아껴둔 책 중 하나였다.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여행 가기 전 준비할 때 가장 설레이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여행지에서 이 책도 읽고 저 책도 읽고, 하는 생각으로 책을 사쟁일 때, 여행 기분이 퐁퐁 솟아었다. 여행의 달뜬 기운에 빠져 간지럼을 탄 겨드랑이처럼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파리의 폴(Paul) 빵집에서 산 바게트를 센강에서 먹고 마레 지구에서 꽃처럼 장식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는 상상보다, 날씨 좋은 여행지에서 무작정 책 읽는 순간이 더욱 . 스무 살 초반에 한 번, 그리고 지금, 두 번째의 파리.이번 유럽 여행의 거의 모든 예약을 도맡은 친구.. 2016. 6. 21.
[삶과 문화] 24시간 속도사회와 컵라면 2016년 6얼 14일 한국일보 [삶과 문화] 칼럼 글 : 베를린은 아직 한참 전이고 지금은 파리의 공유공간(co working) 카페에 앉아 비오는 Rue. Beaubourg 거리를 바라보며 블로그질 하는 안식년의 첫 토요일 오후. (에헤라디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중순에 파카 입고 댕기는 날씨라니!)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로 시작하는 장기하의 씨의 노래에 어울릴 만한 소식이 있다. 뭐냐 하면, 앞으로 6개월간 일을 쉬고 온전히 여행한다. 10년간 시민단체에서 일한 후 안식년을 받았다. 다음 원고는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베를린의 한 카페에서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막상 떠날 시점이 되자 은행잔고가 떠오르며 하필이면 ‘물가 깡패’ .. 2016.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