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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rsion

[파리] 오래된 기차역을 탈바꿈한 텃밭 커뮤니티 La Recyclerie

by 금자 불친절한 금자씨 2016. 6. 25.

오래된 기차역을 고스란히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오르세 미술관에 가면 기차역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었을, 압도적인 크기의 시계를 바라보게 된다. 원형감옥의 감시탑처럼 오르세 미술관의 복도 어느 곳에서도 이 시계가 보인다. 사실 이곳이 한때 기차역이었음을 알려주는 단 하나의 증표이기도 하다. 


오래된 기차역이 미술관이 되기도 하지만 지역의 텃밭 커뮤니티가 되기도 한다. 파리시내의 북쪽에 자리한 Ornano역이 폐쇄된 후 폐선로에는 텃밭 작물과 야생화와 닭이 자리잡았고, 기차역은 재활용 공방과 카페가 되었다. 이곳이 한때 기차역이었음을 알려주는 선로가 텃밭을 가로질러 카페의 통유리 아래로 시원하게 뻗어있다. 이제 작동하지는 않지만 한때 기차에게 신호를 보냈을 때 신호등도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기차역은 날 것 그대로 키친 가든이 되었다. 마치 <<인간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 사라진 다음 인간이 살던 공간이 얼마나 빨리 야생으로 복원되었는지를 사진으로 증거하는 것처럼. 연트럴 파크가 된 연남동 경의선 폐선 부지도 반갑지만, 파리의 기차역 텃밭을 보고 있자니 이렇게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가든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구나 싶다.    





La Recyclerie

-주소| 83 Boulevard Ornano, 75018 Pairs, France 파리, 프랑스 

-사이트| http://www.larecyclerie.com/

-자전거| 파리의 공공자전거 (밸리브)를 타고 갔는데 퐁피두 센터에서 약 40분 정도 걸렸다. 자전거 전용 차선이 차도와 따로 곧게 나 있어서 공원에서 자전거 타는 기분으로 신나게 갈 수 있다. 마지막 약 10분 정도 노점이 연달아 이어지고 주차된 차와 지나가는 인파로 북새통이라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파리에서는 그 찾기도 힘들다는 노점을 실컷 구경했다.






재활용 공방 텃밭답게 들어가는 문도 재활용 아우라 그윽 :)


2층 통유리 달린 카페가 바로 오래전 기차역, 지금은 커뮤니티 텃밭 카페 


폐선로 양쪽으로 오밀조밀 자리잡은 키친 가든







새집도 있고요.




La Recyclerie은 70년 된 기차역을 재활용을 주제로 텃밭과 공방으로 만든 곳이다. 현재 식당과 카페, 작업실로 사용되며, 한때 기차역이었을 때 넓은 카페에 앉아 통유리 아래 폐선로에 자리잡은 텃밭을 내려다보며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건강하고 정직한 맛에 가격도 착한 편:) 생야채 주스가 약 3~4유로 정도였으니까. 내가 방문했던 날에는 텃밭과 야생화가 사이좋게 흐드러진 텃밭 안에서 유치원 어린이들이 수업을 받았고, 곧이어 오후 12시부터 재활용 옷을 판매하는 장터가 섰다. 텃밭 사이사이 옷걸이가 들어섰고 ,사람들은 음료나 샌드위치를 들고 먹고 이야기하며 옷을 골랐다. 건전한 스탠딩 파티의 분위기랄까.





텃밭에서 펼쳐진 재활용 옷 장터, 1 킬로그램에 10유로! 



카페 내부


카페 내부에 있는 음식물쓰레기 담는 통, 텃밭 퇴비로 사용한다.


텃밭은 어디론가 떠나는 기차처럼 한없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그 늘어진 텃밭마다 가꾸는 사람에 따라 앙징맞게, 익살스럽게, 사랑스럽게, 거칠게, 자연스럽게 늘어서 있었다. 4,000제곱미터에 이른다는 텃밭의 끝까지 가보지는 못했다. 간간이 과일나무와 야생화와 음식물쓰레기 퇴비시설과 벌통이 보였다. 텃밭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활동이 펼쳐져 있었다. 벌레 호텔도 있었는데, 과연 뭐하는데 쓰는 건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알게 되었다. 벌통과 벌레 호텔, 퇴비 시설 등은 재활용 공방에서 손수 만든 듯. 텃밭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한쪽에서는 닭과 오리들이 물을 먹고 모이를 쪼고 깃털을 다듬고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파리의 거리를 산책하는 팔자 좋은 개들보다 더 팔자 좋아 보이는 닭들 같으니라고!


닭장 옆, 카페에서 텃밭으로 내려가는 길


햇볕 쬐는 닭들



음식물 퇴비통


벌레 호텔 (벌레가 머무는 쉼터)

  

파리는 갈 곳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바뻐지는 도시다. 내놓으라 하는 미술관, 박물관,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개선문은 제쳐두더라도, 가이드북에 나와있지 않지만 지나는 골목에서 발견하고 마는 작고 간지 터지는 갤러리를 마주치는 일도 많다. 관광하듯 여행하지 않을 거야, 마음 먹어봐도 여기저기 쫓아다니다 보면 기어코 여기 찍고 저기 직고 싸돌아다니는 '관광'이 되어버리고는 한다. 그런데 파리의 북쪽, 커뮤니티 가든에 와서 앉아있자니 관광이 아니라 여행자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호스텔과 호텔에서만 지내다가 에어비앤비로 갈아타 로컬 마켓에서 장을 보고 집밥을 해먹는 기분이랄까.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만든 주스를 한달음에 들이켰다. 마음도 튼튼해지는 기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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