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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ble

[아침 뭐 먹었어?] 불을 1도 쓰지 않는 나또(낫토) 비빔밥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7. 7. 8.
    
     나의 정규직 첫 직장이자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여성환경연대'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없다. 더위를 많이 타는 활동가의 우렁찬 아우성이 있었지만, 8월 첫째주 무조건 '재충전 휴가'가 상여금처럼 주어진 후에는 에어컨 사자는 말이 쏙 들어갔다. 그리하여 매해 개인휴가 외에 8월 첫째주, 일주일을 통으로 쉰다. 암묵적으로 '일주일을 쉴래, 에어컨을 달까' 중에서 휴가를 선택한 것. 이제는 무슨 불문율인 듯 에어컨은 뭔 에어컨, 이런 태도로 산다. 

     그럼에도 복작복작한 사무실에서 컴퓨터 10대가 뿜어내는 열기는 우리의 '정신승리'를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올해부터 7월 한 달 간 일주일에 2일은 재택근무를 해도 되지만, 진짜 난관은 밥이다. 우리는 손바닥만한 부엌에서 돌아가며 밥을 해 먹는다. 밥 당번은 밥 하랴, 찬물로 세수하랴 바쁜데, 땀에 쩔은 앞머리가 이마에 찰싹 붙어 '문어' 대가리가 돼 있다.

     흠, 이러니 불을 사용하지 않고도 단백질 철철 넘치는 여름 메뉴를 생각하게 된다. 콩국수, 비빔냉면, 냉국도 좋다만 면발 삶고 육수 우리는 과정에 불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핵심은 불을 1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밥은... 이미 해 놓은 것으로...논외로 칩시다.)

     출근 전 아침 메뉴로 불을 1도 사용하지 않은 나또 비빔밥을 해 먹었다. 사무실에 '수출'해도 활동가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는 강렬한 예감.

1. 나또를 구입해서 콩을 60번 정도 휘저으면 가느다란 실이 생긴다. 나는 국산 쥐눈이 콩을 청국장 기법으로 만든 두레생협의 '검은콩 낫토'를 좋아한다. 2개에 2,400원(?) 정도로 시중제품에 비해 가격도 괜츈.


2. 냉장고의 모든 야채, 혹은 김치를 송송 썰어넣는다.
나는 때마침 냉장고에 있는 깻잎순을 북북 찢어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생계란을 하나 깨서 넣는다.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된 달걀!) 

 
3. 마지막이 중허다. 생계란을 눅진눅진 녹여줄 뜨거운 밥으로 계란을 덮는다. 다음으로 나또 한 통, 간장 한 숟가락, 참기름 혹은 들기름을 넣고 비빈다. 나는 간장 대신 양파 짱아찌 국물을 넣었다.

 
4. 김에 싸 먹거나 김자반을 솔솔 뿌려 먹는다. 나는 먹는데 바뻐 이 사진은 못 찍었다. 으흐흐흐 맛나!


     여름철 레알 보양식 아니냐고요. 생채식 야채에, 발효 콩에, 날달걀에!! 게다가 만드는데 10분도 안 걸리고 절대 네버 불도 사용할 필요 없다.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방 중'이라는 농담은 장난말이라도, 귀엽지가 않다. 내 이 빵가게 팥크림을 애정한다만, 이건 정말 개소리. 냉방하면 지구는 더더더 더워진다.냉방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적어도 염치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상업용, 산업용 전기는 가정용 전기세에 붙는 누진세 안 내는 것, 모른단 말입니꽈!! 가게 온도를 낮추면서 뭔 지구 운운. 이런 범지구적 '구라'에 열폭하는 날에도 변함 없이 에어컨 없는 사무실에서 밥을 짓는다.

     메뉴는 나또 비빔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