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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rsion

[포르투갈 리스본] 고요하고 차고 정갈한 미술관, CCB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6. 11. 6.

포르투갈 여행자들마다 포르투갈을 칭송해댄 탓에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 포르투에서 일주일, 리스본에서 일주일을 보내면서 나는 스스로 되묻고는 했다. 이곳이 내가 들었던 그 포르투가, 그 리스본이 맞는 거니? 내가 몰라서 아직까지 가보지 않은 끝내주는 장소가 있는 걸까


그래서 하루는 프리워킹투어(free walking tour)에 참가했다. 아침 10시에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약 20여명의 그룹이 리스본의 골목골목을 거닐며, 포르투갈의 역사, 동상과 건축물의 이름과 의미, 맛집까지 알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유럽인 중 평균신장이 가장 작아 유럽의 프로도라고 불리는 민족은? 바로 포르투갈 사람들이라고 한다. 같은 라틴계인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보다 평균 2~3cm 정도 작다. 물론 프리워킹투어에서 주워 들은 내용이다. 유럽의 프로도부터 유대인 박해와 집단 학살의 장소까지 포르투갈에 대한 얇고 넓은 지식을 들려주고, 그 맛집은 영 아니고요, 그 맛집은 좀 괜찮아요, 저는 친구들이랑 갈 때는 여기, 부모님이랑 갈 때는 여기를 가요, 등등 상황별 레스토랑을 가감 없이 찔러주기도 한다. 아, 나는 비로소 투어가이드가 왜 필요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영어가 좀 들린다면 프리워킹투어를 별 5개로 추천한다. 이름에 걸맞게 무료지만, 투어가 끝나면 따라다니기만 해도 진이 빠지는 땡볕 아래의 워킹투어를 이끌어준 가이드에게 진심이 담긴 팁을 건네게 된다. 대략 개인당 5~10유로 정도의 팁을 내므로 미리 소액의 지폐를 준비해가시길.




리스본 프리워킹(free walking tour)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여기가 그 좋다는 리스본이냐, 하고 반문하다가, 리스본의 서쪽 외곽 벨렘지구(Belem)로 옮겨갔다.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그 수도원에서 새어 나온 레시피로 최고의 에그타르트를 만든다는 카페, 그리고 벨렘탑 모두 무료한 리스본에 대한 인상을 뒤흔들었다. 유명한 관광지는 이름값을 하는구나 싶은 깨달음.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그저 그런 수도원이 아니었고, 수도원의 비법대로 만드는 에그타르트는 유럽에서 흔히 사먹을 수 있는 그저 그런 에그타르트가 아니었고, 벨렘탑 주변의 경치는 해양성 기후를 암시하듯 대서양과 이베리아 반도가 다정하게 조우하는 온화한 운치를 담고 있었다. 입장료도 비싸고 에그타르트도 비싸지만 뭐, 괜찮아, 하고 용납이 될 만큼.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렘탑 주변 공원


그렇게 벨렘지구를 거닐다가 처음으로 입장료도 없고 서늘한 에어컨이 사방에서 나오고 무엇보다 미술 사조 별로 작품들이 조곤조곤 정리된 현대미술관을 만났다. 벨렘지구에 들른다면 이곳 Museu Coleção Berardo를 들려보시길. 유럽의 대형미술관답지 않게 여느 관광객과 부딪히지 않은 채 거의 전적으로 미술관을 독차지하는 순간을 맞을 수 있다. 사실 작품도 작품이지만 그 여유로움이 참으로 반갑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점철한 거리에서 홀로 이탈해 중력에서 벗어난 우주선에서 부유하는 듯한 기분. 고요하고 차고 정갈한 미술관 안에서 명상하듯 차분한 마음이 된다.


한적한 미술관 내부

미술관 한쪽 벽면을 장식한 책 표지들




미술관 외부 모습

미술관 건물 사이로 보이는 바다

미술관이 있는 CCB 입구


주로 현대미술 작품을 갖추고 있는데, 사조 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 낸 골딘의 강렬하고도 아름다운 사진, 시네마토그래피의 황량함이 돋보이는 제프 월의 작품을 비롯해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같은 당대 최고 작가들의 작품들 역시 만날 수 있다. 아무 기대도 없이 우연히 들어간 미술관에서 조용히, 홀로 이 좋은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영광을 누렸다. 다만 아는 것이 없으니 깊게 볼 수 없어서 아쉬웠을 뿐.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미술관의 프리워킹투어라 할 수 있는 도슨트 혹은 가이드 프로그램이 있는 모양이다. 일주일 전에 미리 예약을 하라고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http://en.museuberardo.pt/education/booking-activities



백남준 님의 작품 



게이, 레즈비언, 약물 중독 등을 찍은 낸 골딘의 작품들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찾아가는 길 (구글맵)

https://www.google.co.kr/maps/place/Museu+Cole%C3%A7%C3%A3o+Berardo/@38.695642,-9.2114337,17z/data=!3m1!4b1!4m5!3m4!1s0xd1ecb4342519d5b:0xa44cf637b59edab9!8m2!3d38.695642!4d-9.209245


매일 10시부터 19시까지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