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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House

저를 물로 보지 마세요.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4. 4. 14.

3월 22일은 물의 날이었다. 

물의 날은 지났어도 내년에도 3월 22일의 물의 날은 도돌이표로 돌아오듯, 물을 '물로 봐서는' 안 되는 수만가지 이유도 토시 하나 달라지지 않고 계속된다.  물을 물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 3 가지.:)


1. 스마트폰을 통한 깨끗한 물 기부


수만가지의 이유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이야기는 더러운 물을 마셔야 하는 아이들 사진이 아닐까. 오염된 물로 인해 연간 500만명 이상의 생명이 죽는다. 500만명이라니! 오늘 온종일 여성환경연대 회원 소식지 봉투 700부 정도를 풀칠하고 풀만 봐도 경기 일으킬 상태의 나는 만명이 얼마나 어마무시한 단위인지, 알 것만 같다. 전쟁이나 에이즈보다 더 많은 생명이 물 때문에 죽는다. 현재 세계 인구의 약 1/7인 10억명의 사람들이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고, 그 중 1억명이 5세 미만이라고 한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71598&PAGE_CD=ET000&BLCK_NO=1&CMPT_CD=T0000)



갓난쟁이가 죽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설사. 깨끗한 물을 못 구해 오염된 물에 분유를 타서 먹이기 때문이다. 해외 적정기술 기업은 안전한 식수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생명 빨대'를 개발하기도 했다. 빨대 안에 정수장치를 넣어 오염된 물에 대고 그 즉시 정수해서 마실 수 있게 했다. 생명 빨대를 기부할 수도 있겠지만, 유니세프에서는 물의 날을 맞아 스마트폰으로 깨끗한 물을 기부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다.






1) tap.unicefusa.org 에 접속하세요.

  



2) 수백만명의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이 부족해요.

물보다 훨씬 훨씬 덜 소중한 것, 가령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3)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고 가만히 둔 시간 만큼, 깨끗한 물이 기부됩니다.

평평한 곳에 스마트폰을 뉘여 놓고 가만히 있기 시작!

전원을 연결해 놓으면 중간에 밧데리 나갈 염려가 없어요.



4) 아이고, 사진 캡처를 위해 스마트폰을 바로 움직인 나는 '0분' 기록,

다시 시도! Try again~


2. 샤워하는 것이 죄스럽다?!


한없이 착하려고 작정한 캠페인을 보면 심사가 꼬여 다시 들여다본다. 국내 비영리단체는 '아름댜운 가게' 외에는 알지도 못하면서 국제개발기구에 들어갈 꿈을 키우며 스펙을 쌓는 어린 것들을 보거나 (아아, 난 나이 먹었어 ㅠ.ㅠ 꼰대 노릇 하는거 봐), 일회용 생리대 버리면서 제 3세계에 대안 생리대를 기부한다거나, '물 쓰듯이' 물을 써대면서 물 기부한다고 나서면 그렇다. 특히 '해외', '원조'가 붙으면 누가 봐도 눈물나는 사진에 앞뒤 맥락 안 따지고 갑자기 착해지시는데, 아예 끄덕도 안 하는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불편하다. 나는 왜케 삐딱한거니?


물 기부, 좋다. 하지만 서울시민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333ℓ)이 영국(139ℓ), 독일(151ℓ), 덴마크(114ℓ)보다 훨씬 높다는 2010년 환경부 통계는 우짤 것인가. 사회적 기업 '워터팜 (water farm)'을 만든 박찬웅 대표가 '우짤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놨다. 절수기와 생활습관을 통해 자기가 아낀 물을 깨끗한 식수가 보급되지 않은 곳에 기부하는 것!


집을 이리저리 고치면서 상용화가 잘 되서 가장 싸고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시설이 '물'분야라고 생각했다. 양변기 절수기, 수도꼭지 절수기, 샤워기 절수기 등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절수기가 약 1~2만원 선에 선보고이고 있다. 다른 절약 시설은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순돌이 아빠' 수준의 만능 기술이 필요한데, 절수기 장치는 마이너스의 손인 나도 달아서 사용할 수 있었다. 워터팜에서는 다양한 절수기 장치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줄어든 수돗세의 일부를 기부받아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해외에 깨끗한 물을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든다.


세면대와 양변기 절수장치 구입: http://www.funshop.co.kr/goods/detail/17877


기사 관련 사진
▲ 비참한 현실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는 캄보디아 소녀
ⓒ 박찬웅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71598&PAGE_CD=ET000&BLCK_NO=1&CMPT_CD=T0000


문제는 우리의 수돗세가 너무 싸서 웬만해서는 공짜로 달아주는 절수기에도 손사래를 친다는 거였다. 귀찮으니까 안 단다. 2달에 한 번 내는 수돗세는 평균적인 가정에서 2만원 안팎이다. 덴마크 물값이 1톤당 9,000원 정도인 반면 우리네 물값은 790원이다. 수돗물 생산 전기료가 물값보다 더 비싼 현실이다. 하수도 값이 원가에 못 미친다고 지난 달 15% 상승했는데 아마 상수도 값도 조금씩 오르겠지.  


물절약 스티커 최종

  

<서울시 에너지시민협력반이 제작해 서울시내 목욕탕에 배포한 물절약 스티커>

출처: http://env.seoul.go.kr/archives/37185

 

귀찮아서 외면당한 '워터팜'은 강동구의 한살림 조합원들과 함께 절수기를 달아 물 사용을 25% 감소하고 줄어든 수돗세 4,000원 중 3,000원을 기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함께 하고 싶다면 강동구 사회적경제 지역특화사업단에 (02-3427-4559) 연락하면 된다. 이미 우리 집과 직장 화장실 변기에는 양변기 절수기를 달아놓았지만 (난 자비를 털었다규!) 싱크대 절수기도 있고 우리 건물에 있는 12개 시민단체도 있으니, 나도 연락해봐야지~


3. 빗물 저장통


'타요 버스'가 대세라지만 나에게는 '빗물저장장치 지원사업'이 대세였다. 오지랖 넓게 알고 지내는 텃밭, 여성환경연대 관련 텃밭, 양화진 공원 묘역을 관리하는 우리 교회, 학교 텃밭 등에 지원비 소진되기 전에 빗물저장장치 설치하라고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녔다. 여름이면 아침 저녁마다 물 줘야 하는 텃밭에 빗물로 물을 주고 청소도 하고, 이것은 물건이다! 텃밭이 얼마나 물 먹는 하마인지 텃밭해본 사람들은 이미 감지하고 있을터. 며칠 전 자전거 타고 출근하다가 한강 공원에서 수돗물 틀어 나무에 물 주는 것보고 물 아까워서 투덜거렸다. (하긴 요새 비가 안 오기도 했지만서도 -_-;;) 화단이나 마당 등 공간만 있다면 90%를 지원하는 빗물저장장치를 신청해서 알차게 사용하면 좋겠다. 호스와 분사기도 달 수 있어 수도꼭지 트는 방식으로 편하게 사용 가능하다. 여성환경연대 옥상에는 사람이 3명은 들어갈 만한 큰 고무 다라이 3통에 빗물을 받는데, 펌프가 없으니 바가지로 물 퍼다 쓰기 좀 불편하다.


빗물저장장치의 다양한 모습


신청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

빗물주치의를 통해 상담도 가능하다. :)

http://spp.seoul.go.kr/main/news/news_report.jsp?search_boardId=18904&act=VIEW&boardId=18904


물을 '물로 보지 않으면' 전기를 아껴 원전을 줄이는데 고양이 손을 보탤 수 있고, 아낀 물로 물 기부를 할 수도 있고, 이도 저도 귀찮으면 스마트폰을 냅둔 시간 만큼 깨끗한 물을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저를 물로 보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