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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생강꿀차, 그리고 마녀의 한 다스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라니, 이 책 제목만으로도 요네하라 마리는 나의 훼이버릿 작가로 등극했다. 그리고 '사대강 예산 통과 반대' 1인 시위에 갔다가 된통 걸린 감기에 주말 내내 끙끙 앓으면서 마리 여사님의 책을 뒹글뒹글 보았다. 머릿 맡에는 아이폰을 산 채찍질로 '하이테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디지털 쓰레기'라는 하드커버 책이 놓여있었지만, 아프니까 이런 책은 패스. (감기만 나으면 사랑해줄께~) '마녀의 한 다스' 감기로 머리가 뱅글뱅글 돌아도, 몸살로 척추 마디마디가 쑤셔도, 오직 책 읽는 재미 하나 만으로 큭큭큭, 읽을 수 있는 책. 이러코롬 교양있는 유머책은 처음 보았다고나 할까.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할 때 "인류학? 그게 뭔데?"라는 질문에 대해 그럴 듯한, 납득이 갈만한 답을 내놓지 못.. 2009. 12. 20.
0.6평의 기적 요가를 해볼까, 할인받겠다고 삼개월 접수했다가 고작 한 달 가고 그만두기를 몇 번. 헬스를 해볼까. 런닝머신을 뛰다가 세상에 지옥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런닝머신을 뛰다가 비명사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끔찍했다. 우선 재미가 너무너무 없고 땀내가 나고 에너지를 쓸잘데기 없이 그렇게 펑펑 써 대면서까지 운동을 하는 것이 참 못마땅했다. 뛰어도 집 근처 선유도공원을 달리는 것이 아니 알흠답지 아니한가. 웬지 모르게 헬스장 문을 열면, 나름 열심히 사는 '우파'가 드글거리는 느낌이 푹 풍겨왔다. 그럼 에코-후렌들리하게 (이명박에게 칭찬 받을 발음으로 읽어주시라) 선유도를 뛰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해 볼까. 봄, 여름, 가을에는 자전거를 타고 나댕기기도 했으나 이제는 겨울, 집 밖으로 나가기도 무섭다.. 2009. 12. 17.
아이폰과 함께 읽은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12월 3일에 그 놈이 똑, 하니 직장에 택배로 배달되었을 때, 업무차 밖에 있던 나에게 전화가 왔다. "드디어 도착했어요! 어서 들어와서 박스 개봉해봐, 보고 싶어!!!" 직장과는 하등 상관없건만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칙아,전화줘서 곰마워~) '아이폰'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비영리 체인지 온' 교육을 받으러가서 신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핸드폰을 근 4년 동안 바꾸지 않았다, 직접 돈 내고 사는 최신폰을 구입한 적 없다, 고장나지 않는 한 폰을 바꾸지 않았다, 등등의 이유를 댈 수도 있지만, 구차하다. 실은 아이폰을 보자마자 허영이 가득차서, 아이폰에 눈 먼 허영을 까지 하면서 채워야 했던 것이다. '공짜폰'이라는 말 자체가 싫다는 씨앗에게 백 번 동감.. 2009. 12. 16.
낙엽으로 만든 그릇, verTerra 쇼핑을 좋아하는 엄마랑 제일 가기 싫은 곳, 백화점 (부인 쇼핑 따라다니기 싫어하는 아져씨의 마음 십분공감 -_-) 그래도 맨 아래층의 식품코너와 맨 위쪽의 잡화코너는 즐겁다. 결혼? 혼수? 그런 것들, 콧구멍에 파를 끼운다고 해도, 흠 별로야, 라고 실토할 정도지만 이 때만은 부럽다. 마음껏, 내 마음껏, 엄마집 그릇 말고, 백화점 행사 때 몇 만원 이상 사면 사은품으로 주는 그릇 말고, 어쩌다 덤으로 딸려 온 그릇 말고, 한 세트로 무미건조하게 선반에 놓인 혼수용 그릇 말고, 내 취향의 그릇을 고르는 것 말이다. 웬만해서는 어쩌다 집에 들어온 상태 멀쩡한 그릇을 나두고 내 맘에 드는 그릇을 턱,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결혼이라는 명목 아래 내 맘대로 그릇을 살 수 있는 특권. 것도 밥그릇, 국그릇.. 2009. 12. 9.
[동영상]브로콜리 숲으로 보는 로컬푸드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찾은 동영상으로, 보면서 연신 '와와'. (도대체 얼마를 들이면 이러코롬 잘 맹글 수 있단 말이공, 가나다 활동가 부럽당, 뭐 이런 -_-) 번역은 칙과 내가 해서 틀린 곳이 있을지도. :-) 기타 자막 입히고 avi 파일을 만드고 하는 컴터 작업은 칙이 모두 맡았다. 2009. 12. 4.
밀란 쿤데라, 농담 어느 날 룸메 씨앗이 냉장고에 붙여놓은 포스트 잇, 밥당번인 날, 아침에 밥을 하면서, 냉장고를 뒤적이면서, 치열한 평화, 라고 말해본다.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 먹는 아침밥, 치열한 평화, 그리고 하루. 냉장고에 '농담'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룸메, 씨앗 각자 장 봐온 영수증을 냉장고에 붙여놓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가계부를 쓰는 또 다른 룸메, 깡샘 king of convenience가 부르는 homesick이 생각난다. 아늑하고 편하고 잔잔하니 따뜻하다. 2009. 12. 2.
에코라이프, 에고에고 3년 전 처음으로 여성환경연대에 일하게 되면서, 에코 라디오를 선물로 받게 되었다. 고 놈을 보여줘서, 고 놈을 가지고 싶은 부르르한 욕망에 떠는 나의 예전 친구에게 하나를 선물했다. 예전 친구 양은 쪼르르, 그 에코 라디오를 가지고 남친에게 선물했다. 너무 예쁜 놈들만 보면 그 놈 생각이 나는지 너무 예쁜 놈들은 다 그 놈에게로 간다. 근데 그 너무 예쁜 놈들은 정작 가지지도 못했음시롱 예전 친구 양은 봄날의 새끼곰처럼 파릇파릇하고 뭉클해 보였다. 오도카니 지켜보고 있자니, 사귀는 사람, 뭐 이런 거에 츱츱한 마음이 뭉게뭉게 솟아올랐다. 그 때 그 봄에는, 심드렁할만치 외로웠었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쯤의 기분이었다. "이거, 돌리면 얼마나 가는거야?" 라고 묻길래 "십분 돌리면 한 시간 정도 라.. 2009.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