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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에코라이프, 에고에고

by 불친절한 금자씨 2009. 12. 2.

3년 전 처음으로 여성환경연대에 일하게 되면서,
에코 라디오를 선물로 받게 되었다.

고 놈을 보여줘서, 고 놈을 가지고 싶은 부르르한 욕망에 떠는 나의 예전 친구에게 하나를 선물했다. 
예전 친구 양은 쪼르르, 그 에코 라디오를 가지고 남친에게 선물했다.
너무 예쁜 놈들만 보면 그 놈 생각이 나는지 너무 예쁜 놈들은 다 그 놈에게로 간다.
근데 그 너무 예쁜 놈들은 정작 가지지도 못했음시롱
예전 친구 양은 봄날의 새끼곰처럼 파릇파릇하고 뭉클해 보였다.

오도카니 지켜보고 있자니, 사귀는 사람, 뭐 이런 거에 츱츱한 마음이 뭉게뭉게 솟아올랐다.
그 때 그 봄에는, 심드렁할만치 외로웠었다.
'울 준비는 되어 있다' 쯤의 기분이었다.





"이거, 돌리면 얼마나 가는거야?" 라고 묻길래
"십분 돌리면 한 시간 정도 라디오 들을 수 있어"라고 대답했다.
여봐라 하는 표정으로 에코 라디오 손잡이를 한 번 돌려주면서 대꾸했다.

그는
참내,하는 표정으로 십 분 돌리면 24시간 쯤은 거뜬히 가야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또 아무리 외로워도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라는 식의 마음이 되버린다.
그러니까, 또 니 옆에 있으면 '봄날의 새끼곰' 을 볼 때보다 더 외로워져 버린다.

당신은 늘 십 분 쯤 돌려서 24시간 쯤은 당연히 돌아가는,
그런 관계밖에 모르고,
나는 전기없이도 십분 돌려서 한 시간 정도 가는 것이 감지덕지하게 뿌듯한,
그런 관계를 원하고,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사무실에 혼자 앉아 라디오 손잡이를 한 십분 쯤 돌렸다.
그 십분 동안
이 에코라디오처럼
나도 십 분 돌려주면 한 시간쯤은 전기없이
그저 혼자서도 온전히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