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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day

[고대의대 성폭사건]학교는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하지 마십시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1. 9. 5.

주말에 가족사를 챙기니라고 함께하지도 못했는데
다 알아서 모여 졸업생 대자보를 써서 연락해준 고대 여위랑 석순 친구들에게 감사,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올리는 심정으로 이름만 연명 -_-;;;
학교 졸업하고 10년 넘는 생활 동안 대학원 입학서류로 추천서 받으러 갈 때 빼곤
학교랑 인연 맺은 적이 없었는데, 이런 일로 학교를 들먹이게 되다니,
정말이지 좋은 친구들과 동료들 만나게 해 준거 빼고는 영 별로에요. (난 연고전도 안 즐겼다우~)
쫌! 알아서 진즉에 처리해달라규!!
나는 학생이 아니라 생활인으로서 우리 동네 마포구 강용석 성폭력 의원 제명 안된거
침 튀김시롱 성 내기도 바쁜 놈이란 말이세!
암튼, 피해자에게 연대와 지지와 공감을 전합니다.   


 

학교는 더 이상 책임을 방기하지 마십시오.
- 10년 만에 다시 반反성폭력을 외치며…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함께 몇 년간 공부해 온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같이 술을 먹고 같이 수업을 듣고 같이 웃고 이야기하며 리포트를 작성하고 시험을 보던 친구들이었겠죠.

저에게도 그렇게 친한 과친구들이 있습니다. 어릴 때 친구와는 또 다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지금도 비슷한 업종과 비슷한 삶의 형태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입니다. 의대라면, 동일한 업종이기에 아마 큰 이변이 없는 한 평생 만나고 부딪히며 살아갈 친구들이었을 것입니다.그런 친구가, 방금 전까지 함께 웃으며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가 성폭력 가해자가 된 순간, 깨어지는 것은 단지 우정이 아닙니다. 학교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내 일상과 그 안의 모든 관계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결과 나에게 남는 건 성폭력 피해자라는 이름뿐입니다.

저라면, 먼저 그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겁니다. 이게 정말 일어난 일이 맞는지 백 번쯤 아니 천 번쯤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을 겁니다. 지하철에서 누가 엉덩이만 만져도 이게 정말 의도적으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우연히 부딪힌 것인지 수십 번 고민하게 되는데 하물며 친구 사이라면 더 많이 고민해 봤겠죠.'이게 정말 있었던 일일까. 내가 그냥 잊을 수는 없을까. 그냥 내가 참고 넘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얘기하면 서로어색해지지 않을까...'수백 번 되뇌어도 도저히 덮어지지 않고 도저히 그들을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없어 용기내어 얘기했을 겁니다.

가해자는 징계위원회에 참고 자료로 올리겠다며 피해자를 음해하는 설문지를 돌리고 있고, 피해자의 또 다른 동료 학생들은 그 설문지에 답을 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부모는 합의를 요구하며 피해자의 가족을 괴롭히고 있고 법정에 선 가해자 측 변호인들은 피해자의 사생활 운운하며 피해자를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학교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도 피해자에 대한 보호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피해자의 2차 가해를 조장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입니다.

1. 학교는 스스로 학칙을 어겼습니다!

민족의 지성을 운운하던 고려대학교는 피해자 보호의 원칙을 무시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피해자가 분명히 성폭력 상담소에 사건을 제소했음에도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보도록 용인한 것이지요. 학교는 분명히 이 사건에 대해서 해당 대학과 학과에 통보하고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시켜야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이러한 기본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학생의 등록금을 빼먹는 학원이 아니라 학생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진 교육기관입니다. 고대에는 10년 전 제정된 반성폭력 학칙이 있습니다. 가부장적이고 성폭력적인 언사와 행동을 일삼은 고대의 교수-학생들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 학칙의 12조 및 13조 2항에는 피해자 인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함을 명기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스스로 정한 원칙을 스스로 어겼습니다. 그리고 거짓으로 일관하며 “학교는 죄가 없다! 사건을 알게 된 날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서 다른 교실에서 시험을 보게 했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2. 지금 이 순간에도 가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학교가 피해자 보호의 의무를 방기하는 동안, 모두가 알고 있는  “설문조사” 사건이 터졌습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문란하다, 이기적이다, 싸이코패스다”라는 항목을 포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함께공부하던 “그녀”의 친구들이, 피해자를 위로해 주어야 할 친구들이 가해자가 돌린 설문조사에 응했다고 하더군요. 문란하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어도 마땅합니까? 이기적이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어도 마땅합니까?

이 설문지에 응답을 하고 있는 당신들이 바로 싸이코패스입니다. 싸이코패스는 타인의 고통에 전혀 공감할수 없는 사람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고통에 일말도 공감하지 못하고 그 설문지에 응답하면서 그 시선으로 집단적 성폭력을 행사한 당신들이 바로 싸이코패스고 성폭력을 행한 것입니다. 그 설문조사의 결과란게 피해자의 피해를 없던 것으로 돌리고 가해자의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입니까? 대체 어떤 생각이 당신들의 인간성을 모두 파괴하고 짐승으로 만들어 버렸나요?

3. 피해자를 보호해 줄 장치가 필요합니다.

학교가 형사사건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핑계를 대며 징계를 차일 피일 미루는 동안, 이처럼 지속적인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부모들이 피해자를 찾아가 협박을 하고 있고, 피해자를 보호해 주어야 할 의대의 동기와 교수들은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학교는 이 모든 2차 가해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피해자는 더 이상 학교에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스스로를 지키고자, 라디오 프로그램과 인터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의 육성을 그대로 내보낸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이것은 그만큼 그녀가 어떤 외부의 보호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겠지요. 성폭력 사건이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 일어난 것이고, 학교라는 공간과 관련이 있다면 학교에 피해자를 보호할 1차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문제의 시작점이 학교라면 사태의 해결도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입니다. 학교는 지금까지 방관자적 태도를 반성하고 사태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며, 사태 해결을 더 이상 늦춰서도 안 될 것입니다.

최근 한 신문기사는 학교가 교육을 통한 교화 가능성과 가해자들이 출교를 당할 경우 소송을 할 우려 때문에 징계 수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학교는 자신이 말한 교육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피해자 보호 원칙에 있지 않고 가해자들의 눈치 보기에만 있다면 그런 학교가 운운하는 교육은 기만일 뿐입니다. 그 안에서 피해자의 기본적인 인권에 대한 어떠한 고민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학교에 요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해자를 지금 당장 출교시키십시오.”

그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피해자는 가해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다시 생활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는 좁디 좁은 의사 커뮤니티 내에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에 피해자의 고통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두려움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을 만한 근거가 없다면, 학교는 마땅히 가해자들을 출교 조치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재입학이 가능한 퇴학의 징계가 내려질 경우 학교는 다시 한번 피해자 보호의 원칙을 어기는 것입니다.

부디, 가해자에게 연민을 갖기 전에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먼저 고려해 주십시오. 가해자들이 지금처럼 혐의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으려 한다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출교뿐이며, 그런 결정이야말로 학교가 가해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마지막 교육일 것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여성 문제, 특히 성폭력 문제는 다람쥐 쳇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10년 전의 성폭력 사건이 바로 오늘, 또다시 되풀이되는 모습을 보며, 참담한 기분이 듭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재학생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아무 관심도 없이 그냥 흘러가는 일로 넘기고 있지는 않나요. 나는 성적과 리포트와 취업으로 바쁜 몸이니까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그러나 이 일은 10년 뒤, 또 다른 공간에서 바로 당신의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함께 외쳐주십시오, 함께 행동해 주십시오, 그것은 당신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 통계학과 97학번 오진영 / 심리학과 97학번 김성은 / 심리학과 98학번 김수희 / 동양사학과 98학번 오희정 /언어학과 98학번 정혜선 / 가정교육과 99학번 고정금숙 / 언어학과 00학번 안정화/ 사회학과 00학번 김선준 / 일어일문학과 01학번 허위린 / 정치외교학과 01학번 신원제 / 철학과 01학번 조이소현 / 국어국문학과 02학번 김민진 / 국어국문학과 02학번 이은혜
- 숙명여대 컴퓨터과학과 09학번 박예슬/ 시민 김신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