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살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독립서점이 여기 저리 널려 있다는 점이다. 이 날도 그랬다. 일을 우라지게 하고 무조건 오후 6시에는 엉덩이를 뗴고 거북이 방지를 위해 동네 산책을 간다! 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나는 문 밖을 나섰다. 일은 여전히 밀려 있었으나 동네 산책 삼십 분부터 먼저.
우리 집에서 도보 15분 내에 독립서점 4개가 있다. 더 있을 수도 있는데, 아마 내가 모를 수도 있다. 우선 떠오르는 독립서점은 이후 책방, 개똥이네 책방, 가가77페이지, 로우북스 등. 망원동은 나의 15분 도시.
이후 책방은 2분 거리라 (과장 아님) 너무 가깝고, 다시 돌아와 우라지게 일 할 것이 쌓여있기 때문에 개똥이네 책방처럼 10분 이상 걸리는 곳은 패스 하고, 산책하면서 적당히 주전부리도 하려면.. 망원시장 코앞에 있는 가가77페이지가 좋겠다! 해서 그곳에 갔다. 역시 가가77페이지 좋다. 지하의 아늑한 분위기, 문을 열면 지하에 다른 세상에 펼쳐지는 비밀의 책방 같은 느낌. 나만 아는 그런 기분.



네이버지도
gaga77page
map.naver.com
여길 거늘다가 책장에서 발견한 <<읽을 마음>>
생일책도, 광명시에 있다는 읽을 마을 책방도, 주인장도 하나도 모르지만 제목에 끌려서 사서 나왔다. 일 열심히 한 나에게 보상해 주는 마음으로.
동네에서 알맹상점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므로 동네 서점 창업기에 과도하게 몰입했고, 책을 잘 못 고르는 사람이라 (남이 골라준 책들이 늘 더 좋았음) 작가의 생일과 독자의 생일을 매치해 무슨 책인지 모르는 채로 생일 책을 선물하게 해주는 컨셉도 기획력 쩌네... 이럼 책 안 좋아해도 책 선물해 주거나 책 선물 받으며 특별한 선물이 되는 거잖아! 하고 감탄했다. 이렇게 엣지가 있어야 동네 가게로서 살아남는 거구나, 하는 비즈니스적 깨달음까지. ㅎㅎ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고를 수 있어요. 난 내 선택이 좋아요. 그 애도 자기 선택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문장을 모으는 책방의 게으른 책방지기
존 그린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어른이면 누구나 완전히 진이 빠진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을 겪는다. 놀라운 사실이 있다면 우리가 무너지지 않고, 그런 날들을 생각보다 더 많이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끔찍한 사실이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이 견딜 수 있을지 정확하게는 모른다는 것이다.
문장을 모으는 책방의 게으른 책방지기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읽을 마을 서점지기가 모아둔 문장들에 눈이 갔다. 거봐... 사람 눈 비슷하다니까. ㅎㅎ
한국은 책을 내는 사라은 인구 1,000명당 2명을 넘어서며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책을 읽는 사람의 수는 아래에서 순위권이라고 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듣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이다. (130쪽) 이와 반대의 아이슬란드는 책 읽는 사람들의 수가 많다.
조금은 어설픈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 이야기에 기꺼이 귀 기울여줄 사람들, '이웃'이 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의 책 시장은 그 비싼 책 가격에도 유지되고, 새로운 책이 계속 나오고, 크리스마스면 일 년 동알 읽을 '책 꾸러미'를 서로 선물하는 문화가 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를 나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서로가 서로를 이웃으로 보는 나라이기 때문에 수많은 작가가 생기고 수많은 독자가 생기는 거라고.
131
이웃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야기에 기꺼이 귀 기울여주는 행위인 '독서'를 계속해서 사랑하고 싶다. 산책하러 나가는 길에 포진한 독립서점을 먹여 살리는 소비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 년 동안 읽을 책 꾸러미를 선물해 줄 정도로 돈도 벌고 싶다. 그런 돈이라면야, 열심히 벌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자자 엉덩이를 붙이고 나와 어서 다시 일을 합시다.
읽을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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