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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롱패딩 대세에 대응하는 겨울철 피씨(pc)한 자세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8. 12. 9.

올해도 롱패딩 대세, 그런데 말입니다


잔인하고 비윤리적이라고 소문이 난 덕에 올해 런던 패션 위크는 세계 패션 위크 사상 최초로 동물 모피를 이용한 옷을 금지시켰다. 우리 윗 세대들은 곗돈 타서 모피를 사입었다면, 40대인 내 나이 또래만 해도 모피를 입고 나와 “이거, 진짜 내가 산 거 아냐. 엄마가 준 건데 아깝잖아”라며 묻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는다. (feat. 주저리주저리) 모피를 만들기 위해 산 채로 가죽을 벗기는 동물학대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문화적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요즘 인조 모피는 ‘없어’ 보이는 인조를 떼고 ‘비건(vegan)패션’, ‘에코 퍼’ 등의 이름을 달고 나온다. 세계적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를 비롯해 글로벌 스파(Spa) 브랜드들이 인조 모피 패션을 선보이며, 명품 인조 모피 브랜드 ‘쉬림프’(Shrimp)에 패셔니스타들이 몰려든다. 패션계는 정치적인 ‘동물권’ 이슈를 번쩍번쩍 으스대는 ‘스웨그(Swag)’ 스타일로 승화시키는 중이다. 나 역시 영화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을 보고 "아니, 저 있어 보이는 빼숀이라니! 어맛, 역시 모피"라는 '언피씨'한 마음가짐을 멋들어진 비건 패션들로 충분히 달래 수 있었다.



블란쳇 언니, 그 시대에는 모피였지만 지금은 가짜 동물 털 '에코 퍼'로도 충분해요.

(뭐 이 분은 거적때기를 걸쳐도 있어보이실 듯...)

그런데 말입니다. 올해 초 평창 올림픽을 기념하는 롱패딩이 ‘RDS(책임다운기준)’ 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생산되었다는 말에 퍼뜩 깨닫게 되었다. 동물 털이라면 구스다운이나 오리털 같은 롱패딩도 해당하는 사항 아닌가. 나는 모피라면 질색이어도 구스다운 이불이나 오리털 롱패딩은 거리낌 없이 구입했었다. 무식하게도 아니면 순진하게도, 모피에 사용되는 밍크, 라쿤, 여우 털 등과 달리 거위나 오리는 식용으로 키우기 때문에 도살 후 털을 뽑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RSD 인증을 찾다가 가슴 아래 솜털이 뽑혀 피부에 벌겋게 피 맺힌, 수백마리의 거위 사진을 보게 되었다. 거위의 목을 발로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가장 여리고 보드라운, 속살에 붙은 솜털을 뽑는다고 한다.



사진 재인용 '스토리 펀딩| 거위의 꿈 지키는 유기농 목화 이불솜'

 https://storyfunding.daum.net/episode/14538



구스다운 제품을 구입할 때, 무엇을 확인하시나요?


물새인 거위는 겨울철 물에 젖어도 춥지 않도록 보온이 잘 되는 털을 가지고 태어난다. 예전에는 털갈이를 할 때 자연스럽게 빠진 깃털을 모아 방한복과 이불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빽빽하고 더러운 농장에서 털갈이를 기다리지 않고 6주에 한 번씩 강제로 털을 뽑는다. 거위 한 마리에서 뽑을 수 있는 솜털(다운)이 60그램밖에 되지 않아, 숏패딩에만 약 20마리의 거위 털이 필요하다. 세계 최대 동물보호단체인 페타(PETA)가 현장을 급습한 동영상을 뿌린 후, 산 채로 털을 뽑는 라이브 플러킹(Live Plucking)을 하지 않고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다운 제품 인증(RSD)이 생겨났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다운 제품 구입 시 ‘가성비’와 디자인 위주로 따지기 때문에 RSD 인증을 받은 구스다운 제품이 많지 않다. 또한 침구류와 패딩 의복을 채우는 전 세계 솜털(다운)과 깃털의 80%가 RSD 인증 공장이 드문 중국에서 생산되는 실정이다.



겨울철, 윤리적 소비를 위한 제안


1. 새 옷이 아닌, 세컨즈핸즈 패딩 구입!

‘아름다운가게’나 ‘마켓인유' 같은 중고가게에 구스다운 혹은 오리털 패딩 제품이 나와 있다. (우리 동네에는 이 두 매장이 다 있다! 자랑질~) 패딩이 유행인만큼 중고로 내놓은 제품도 많다. 집에 있는 패딩 제품은 오래도록 잘 사용하고, 새로 구입할 때는 재사용 제품을 이용하자.


마켓인유 홈페이지 http://www.marketinu.com



2. 재생 다운 혹은 재사용 오리털 제품 구매!

버려진 패딩이나 이불과 베개에 썼던 솜털(다운) 및 오리털을 재활용한 제품을 이용하자. 블랙야크의 ‘나우(nau)’나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의 일부 제품이 재생다운 충전재를 사용한다. 사실 파타고니아의 경우 윤리적으로도, 제품 질로만 충분히 좋지만 가격이 비싸서 나도 못 사입는데 남한테 어떻게 권하랴!! 했는데 '나우'가 추릅 나와버렸다! 디자인도, 가격도, 질도 좋고 국내생산과 제조. 나는야 반해버렸네~~ 적당한 가격의 대안들이 국내 브랜드로 많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며, 제발이지 망하지 말고 쭈욱.


나우(nau) 홈페이지 캡처 장면 

http://www.nau.co.kr


3. RSD(책임다운소재) 인증 받은 패딩 제품입니까?

새 패딩 제품을 구입할 때 가성비, 디자인 외에 RSD 인증을 받은 제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되도록 그 인증받은 제품을 구입한다.


4. 합성소재 충전재

인조모피처럼 동물의 털을 사용하지 않은 합성소재 충전재가 점점 더 가볍고 따뜻하고 기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충전재로는 웰론, 프로마로프트 등이 있다. 해외직구 제품 중에는 웰론과 프로마로프트 등을 쓴 제품이 많은데, 국내에서는 구스다운에 비해 무겁고 질이 낮다는 인식이 높아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사실 가격도 참 저렴하고 웬만큼 따뜻하다.


5. 구스다운 대신 목화솜 이불

국내에도 유기농 100%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목화솜 이불 제품이 있다. 목화솜이라니 관리가 까다롭고 무겁지 않을까하는 편견이 있었는데, 직접 사용해보니 피부에 닿는 느낌과 도툼하게 덮어주는 느낌이 참 좋다. 나는 결혼은 안 했지만, 혼수 이불은 나 스스로 마련해서 좋은 이불 덮고 잔다는 신념으로 목화솜 이불 구입했는데... 역시 선진국 사람들은 라이프 스타일과 인테리어에 돈 쓴다는 말을 알겠드라. 정말 대만족. 옷은 외출복보다 잠옷에, 자동차보다 이불에 돈을 써야 날마다 행복할지어다. 천연 목화솜은 햇볕에 잘 말려서 사용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고 자는 동안 주변의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유기농 100% 공정무역 목화솜 이불과 토퍼를 파는 ‘더카디’ 제품을 추천한다.



더카디 홈페이지 https://smartstore.naver.com/thekhadi


- 덧붙이는 말     

위의 글은 현대제철 '쇠부리토크' 2018년 11월에 기고한 글을 가공해 블로그에 다시 실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브랜드나 샵으로부터 어떤 지원이나 홍보 요청을 받지 않았어요. 제 경우 대안을 두루뭉술 설명해놓고 정작 어디서 구입하거나 뭘 이용할지 안 알려주면 일일이 찾기 귀찮아서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구매처까지 링크를 달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