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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 life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동물들을 위한 방주>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8. 1. 16.

내셔널 지오그래픽 <동물들을 위한 방주> Photo Ark


직장 다닐 때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평일 낮에 한들한들 전시회를 보는 거였다. 10년 만에 백수가 된 나님은 이 로망을 실현하사, 평일에만 관람할 수 있는 가장 싼 표를 예매했다. 평일이라도 주제가 ‘동물’이고 방학기간이라 얘들이 우글우글 할 줄 알았는데, 이 한적함과 고요함은 내 로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신의 계시란 말인가. 전시장 입구에 쓰여진 말처럼 동물의 눈에 눈을 맞추며 천천히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1,000배나 빠른 속도로 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진은 바로 ‘인류세’라는 홍수가 쓸어버릴 동물들이 살아있을 때의 모습을 담은 ‘방주’였다. 종의 멸종을 앞둔 동물의 사진을 실은 장례식 방은 하얀색 커튼과 벽을 드리우고 있었다. 



이 토끼는 수컷이 없고 암컷은 3~4마리 밖에 남지 않아 번식이 불가능하다. 


럼에도 신기하고 귀엽고 흥미진진하고 다양한 종들의 모습에 무신론자의 마음에도 신에 대한 경외심이 솟아날 지경이었다. 오오, 신이시여. 그리하여 내 마음대로 <동물들을 위한 방주> 결산.

 

1. 다소곳 정좌상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여우원숭이. 

직선으로 바위를 타는 클라이밍의 대가로, 마다가스카르의 기괴암 병풍인 칭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다소곳한 정좌의 모습을. ㅎㅎ 


2. 댕댕이 상 


어린 멍뭉이 새끼들 같지만 코요테랍니다. 


3. 머리는 장식이 아냐 상  


아라비아 반도의 건조한 기온에서 살아가기 위해 밤 사이 ‘뾰족머리’에 수증기를 응결시켜 식수를 사용하는 

뾰족머리 카멜레온.   


4. 부성애 상 


등짝에 올챙이를 실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는 독개구리 


5. 늠름 상  


늠름하다! 멕시코 늑대여. 

종 위기 종을 번식시키는 생태복원 프로그램도 멋지고. 


6. 안경 위트상 



이름에 안경이 들어가면 이렇게 위트 넘친 생김새가 되는 건가? 

안경 올빼미와 안경솜털오리.  

난 이제 안경 들어간 동물은 ‘안경 바퀴벌레’라도 예뻐 보일 거 같음.


7. 시조새 상 


공룡 때부터 존재했던, 동물계의 시조새와도 같은 어르신, 미국삽코철갑상어. 


8. 공로 상 


썩어가는 동물 사체를 먹어 치우는 자연계의 청소부, 연분홍 콘도르.


9. 네일 상 


어디서 손톱 손질 받으셨나요? 


10. 우애 상 VS 절교 상


가족간 유대관계가 강해 오랑우탄이지만, 사진에 찍힌 둘은 혈연관계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말로 ‘숲의 사람’을 뜻하는 오랑우탄의 우애. 그러나 오랑우탄은 팜유 농장으로 인한 숲의 파괴로 서식지를 잃고 있다. 팜유는 라면, 스낵, 화장품, 비누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제품에 자주 쓰인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숲을 쓸어버리고 팜유 농장을 건설하는 무지막지한 기업이 한국계. 


[카드뉴스] 포스코대우: 파푸아 열대림의 파괴자 (출처| 환경운동연합, 2017년) 

http://kfem.or.kr/?p=180406        


이와 반대로 삐졌는지 서로를 외면하는 새. 


11. 인도 신 상


암컷은 두 갈래의 생식기를 가지고 있고, 수컷은 네 갈래로 갈라진 생식기를 두 개씩 교대로 사용한다는 짧은코가시두더지. 남의 생식기가 이토록 보고 싶은 적은 없었어… 

하지만 볼 기회가 없어서 상상했더래니 여러 팔이 달린 인도 신이 생각나네...


사진작가 조엘 사토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12,000여 종에 대한 촬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7,000여 종을 찍었다고 한다. 그는 죽어서 박제된 동물의 사체를 보고는, 살아 생전의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동물의 모습 그대로를 남기고 싶었다고 전했다. 더욱이 멸종을 앞두고 있는 동물들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까지 찍는다.


 작은 종의 경우 이 간이 텐트 안에 동물을 넣은 다음 렌즈만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다.


준비시간 45분, 그리고 촬영시간 5분. 언제라도 동물이 스트레스 받는다 싶으면 촬영을 그만 둔다. 피사체를 함부로 만지지는 않지만, 이 아기 표범처럼 스스로 다가와 친근하게 굴면 어쩔 수가 없다고. 사진마저도 어쩔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럽다. 


이렇게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시에 다녀오고 나서 2018년 목표를 하나 더 정했다. 

올해는 고기 섭취를 줄일 거야. 최대 한 달에 한 번 이하만 고기 섭취.  

이렇게 신비롭고 사랑스러운 각각의 생명을 공장식 축산의 비극에 몰아놓은 다음 고기 덩어리로 소비하는 것을, 나 먼저 줄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