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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4. 1. 19.

갑질 싫어할 기회도 없을 만큼 만년 인생의 ‘을’로만 살아왔는데, 제목에서 '상 갑질'의 냄새를 풍기는 책을 집어든 이유.

지은이에게 주변에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권하며 불만투성이인 임수정 캐릭터가 바로 너라고 했다는데,  나 역시도 그렇다. 내 룸메가 컴플레인을 '다다다다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나를 보며 임수정 빙의했다고 그랬다. 임수정과는 다르게 내 피부는 SK II급으로 반짝이지 않고 컴플레인 대상이 정치나 사회 문제라 대상을 앞에 두고 불만을 토로할 수 없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밤마다 룸메를 앞에 두고 토로 작렬 -_-;; 니가 삼성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닌데 말이여.)


이 책은 부제인 '부당한 기업 횡포에 쫄지 않는 대리 만족 투쟁기'답게 인터넷 쇼핑몰 포인트제도, 공연티켓 환불, 백화점 매대 상품 애프터서비스, 병원비 과오납부, 학습지 구독, 개인정보 활용, 직장 내 컴플레인 노하우를 담고 있다. 특히 '병원비 과오납부' 부분은 교과서에 실어서 전국민 모두 학습해야 한다! (단, 교학사는 제외하자) 웬만한 국민은 병원비가 제대로 청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따위를 해본 적이 없고, 병원과 의사란 우리 같은 평민에게는 늘 어려운 '선상님'들이라 병원비 영수증을 그 어떤 베스트셀러보다 자세히 들여다본다 한들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도 없다. 그럴 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트 www.hira.or.kr (히라쩜 오알쩜 케이알)에 들어가 내 병원비가 제대로 청구되었는지 확인한다. 진료비를 적어서 내는 원본 자료를 다운받아 영수증에 적힌 대로 쓰고 인터넷으로 제출하면 되는데,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등본 떼는 것보다 간단한 절차다.


지은이의 경우 성분과 약효가 거의 동일한데도 싼약 대신 비싼 약을 처방하고 환자에게 미리 알리지도 않아 과잉 청구되었다는 결과가 나와, 병원 측이 진료비 심사 좀 취하해달라며 수술비와 입원비의 절반을 할인해준다고 협상을 요청해온다. 할인도 할인이지만 환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효과는 비슷한데 보험도 안 되는 비싼 검사와 약을 처방해 돈벌이에 전념한 병원들은 지대로 '처방'받아야 한다. (병원 다녀온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당장 '히라'에 접속하라!) 얼마나 많은 병원들이 의료 지식이 없어 '봉'이 된 우리를 상대로 과잉 진료를 청구하고 있을지 모르고, 자원이 그렇게 쓰잘데기 없이 낭비되어서도 안 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책에는 엄마 모시고 큰 병원 갔는데 교수님은 그 날 학회 가셔서 다른 의사가 진료해 놓고도 '특진비'를 떡 하니 청구한 사례도 나온다. 의료 민영화 추세로 큰 병원들은 지금보다 눈에 더 불을 켜고 돈벌이에 나설텐데, 이런 사례는 교과서에 실고 열심히 학습해 전국민이 자잘한 짱돌이라도 던져야 한다. (원주률 공식보다 이런 지식이 더 쓸모있지 않겠삼?)

 

마지막 챕터는 '컴플레인에도 도덕이 필요하다'에 할애하여, 콜센터 직원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냐는 질문과 함께 고객 행복 졸도의 시대에 갑질이 아닌 내 권리와 타인의 인권을 생각하는 컴플레인을 이야기한다. 특별히 30쪽의 '레스토랑에서 생긴 일'과 '도덕' 챕터는 식당에서 실컷 고기 잡수시고 음식의 질과 서비스를 들어 300만원 덜 내겠다고 버티다가 떨떠름하게 지급했던 변 아무개씨께 권하고 싶다.





지은이의 러블리한 애칭인 '일산 휘발유'가 전하는 컴플레인 비법은


1. 갑질이 아니라 내 권리의 침해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2. 직접 대면하는 말단 사원이나 콜센터 직원은 문제 해결 권한이 없는데, 첫 대면점이라 언성 높아지고 쌈질이 되니 '원칙상' 운운할 때는 책임자나 본사 담당자와의 접촉을 요청하고 시도하라. (사장 나와~ 이런 식이면 곤란하고요. 전화는 다 녹음이 됨)

3. 그 자리에서 해결이 안 될 때는 한 발 물러나 책임자에게 정당한 사유를 담은 이메일이나 우편을 보내고, 구체적인 날짜와 구체적으로 원하는 바를 적어 언제까지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다.

4. 컴플레인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때때로 '장화신은 고양이'에 빙의하고 재치와 유모까지 짜내어 내가 얼마나 이 문제로 힘든지에 대해 상대방의 공감을 얻는다. 

5. 내 보기에는 이게 제일 중요한데, 논리적으로 다다다다다~ 이야기할 수 있는 순발력과 영특함, 그리고 좌절하지 않고 얻는 이익보다 많은 내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서라도 컴플레인의 끝을 보겠다는 '깡'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하는 경험은 많겠지만, 지은이의 말처럼 나 뿐 아니라 내 다음 사람을 위해서 피곤해도 컴플레인은 쭈욱~ 계속되어야 한다. 한가지 궁금한 점. 지은이는 이렇게 똑똑하고 컴플레인도 잘 하시는데 야근 많고 노동강도가 센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면서도 주말마다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다가 힘들어서 세탁소에 손수 맡겨주시고, 아침을 매일 차리려 했지만 여러 사정상 아침을 못 챙기는데도 불만없는 남편에게 왜 고맙고 미안할까. 부부 관계야 개인 사정이고 알고 보니 남편이 집안 청소를 다 하는 등 내가 모르는 가사 분담의 룰이 있을 수 있지만, 책만 보자면 이게 왜 컴플레인의 꺼리가 안 되는지 정녕 독자로서 궁금했다. 김미경 소장의 명언 "맞벌이 원하면 맞밥 하라"의 법칙 모르시나.


그리하여, 책을 읽으며 하나의 깨달음에 도달했는데 결국 시민단체 일의 시작도 바로 사회에 대한 컴플레인이 아니겠는가.

철도 민영화? 지금도 KTX 비싸고 새마을호랑 누리호 별로 없어서 서럽거등.

의료 민영화? 장난하나, 미쿡 꼬락서니 몰라?

4대강 공사? 이번 달 수돗세에 물이용부담금 1,750원이나 나왔던데 (내 수돗세의 거의 20%를 차지함) 내 세금 가지고 녹차 라떼 맹글고 뭐하는 짓거리여?

원전 또 짓는다고? 아놔 후쿠시마 안 보이냐, 라는 컴플레인들.  


컴플레인을 어떤 의제로, 어떤 태도로, 어떤 타이밍에 해야 일이 그나마 풀리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책의 사례들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책을 '자기 계발서'로 변환시켜 시민단체 일 잘하는 법으로 바꿔 읽었다고 해야 할까. (아아 직업인이란 ㅠ.ㅠ) 정당하고 합당한 논리를 감정적이 아니라 쉬운 말로 풀어내기, 장화신은 고양이 빙의를 해서라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 로비는 싫지만 책임자인 윗선의 국회나 공무원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푸쉬하기, 아주 끊질기게 실망하지 않고 시지프스처럼 끊임없이 컴플레인하기.


지율 스님께서 개발반대 운동을 할 때 우리는 개발이 시작되면 좌절하고 운동이 패했다 생각하고 나가 떨어지는데 반해, 일본은 개발이 시작되면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고 말씀하셨다. 새만금이 어떻게 변하는지, 4대강 공사 후 낙동강이 어떻게 변하는지, 시화호는 어떻게 죽어가는지, 영주댐 건설 이후 내성천의 모래는 어떻게 되는지를 기록하여 남기고 때가 오면 변화를 도모하는 것. 그러니 그 자리에서 끊임없이 컴플레인 하자. 지금은 좌절할 시간이 아니다.


P.S 어제 서울역에서 열린 민주노총 3차 총파업과 용산 참사 5주년 궐기대회에 다녀왔다. 엄동설한에 서울역 광장에 4시간 동안 쭈그리고 앉아 컴플레인 비법을 많이도 생각했다. 우리도 잘 하지를 못해 시민단체도 요모냥 요꼴이고 노동운동의 역사가 서린 운동의 형식은 보존할 가치도 있지만서도, 우리끼리만 하자는 거 아니고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을 해야 하자나요. 그런데 이건 보통 사람들이 가스통 할배들의 군복과 '알라븅 USA' 깃발만 봐도 미학상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투쟁, 동지, 철폐, 항거, 죽음' 이런 단어들에 문선 식의 동작만 있으니 마치 가스통 할배들의 대척점에 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우리의 언어와 동작을 가다듬어 서울역의 그 많던 유동인구가 처음부터 고개를 돌려버리는 폐해를 막고 잡다. 지하철에서 서울역으로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오던 시민들의 '아 또 저거야, 시끄러'란 표정을 읽자 정말 그랬다. '민달팽이 유니온'같은 젊고 신선한 그룹들이 젊은이로서 주거와 도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용산을 추모하는 발언을 하거나 사회를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 어쨌거나 우리는 공감을 얻어야 하니 말이다. (어제 집회 열심히 준비하신 분들께 미안타. 하지만 젊고 문화적인 그룹이 행사 실무를 맡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램 작렬)

아, 끝까지 나는 컴플레인을 못 버리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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