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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ssed to kill 브래지어를 벗어던지라!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3. 5. 30.

안젤리나 졸리가 뉴욕 타임스에 양쪽 유방절제술을 한 경험을 기고했더니 댓글이 거의 2,000개가 달렸다.

졸리 엄마가 유방암으로 사망했고 졸리 언니 자체도 유방암 유전자인 BRCA1이나 2를 보유해서

예방적 차원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힘든 선택이었을테니 그저 부작용이 없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졸리가 그녀의 여섯 자녀가 낳은 손자손녀를 안아볼 때까지 장수하면 좋겠다.

(햅번 언니님처럼 알흠답게 늙어주세요!)


개인이 조금이라도 위험성을 낮추려고 하는 선택은 개인 차원에서는 합리적이지만,

집단적 차원에서는 합리적이 아닐 수도 있다.

유방암의 유전인자나 가족력이 얼마나 유방암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논란이 되고 있지만, 거의 15~20%라고 한다.

20~30%는 생활습관의 차이이고 나머지 50~70%는 오리무중이다.

스웨덴의 일란성 쌍둥이 연구처럼 유전자는 똑같아도 각자 다른 집으로 입양되면

혈연 부모보다 입양 부모와 암에 걸릴 연관성이 5배나 높다.



[그림1] ? 부분이 바로 유방암이 왜 걸리는지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다.


  [그림2] 일란성 쌍둥이가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었을 때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입양가족과 5배나 밀접하다. (빨간부분)

자료 출처_Vassar College - Environmental Risks and Breast Cancer

 

유방암을 예방하고 싶다면?

"술을 적당히 먹어라, 완경 (폐경) 후에는 비만을 조심하라, 첫 아이를 늦게 낳지 마라, 수유하라, 건강한 식습관을 가져라" 등은

많이 들어봤어도

브래지어를 벗어던지라! 라는 조언을 잘 알려지지 않았다.

68혁명의 히피들이 젖꼭지가 드러나 보이는 자유로운 영혼의 패션을 선보이고,

그 시절의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거리에서 브라를 태우며 브라 화형식을 했다지만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브래지어를 벗으시오"라는 의학적 조언은 "응?"이라고 되묻게 한다. 

노브라가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식의 엄중한 팻말로 회귀했다. ㅎㅎ

저자들도 그 사실을 의식하는바(?) 책은 이 연구가 응용의료인류학적으로 얼마나 말이 되는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담고 있는지 애써서, 공을 들여서 설명했다.

(인류학 비전공자들에게 인류학을 가장 쉽게 설명한 책 중 하나라고 추천한다!

인류학 대학원에서도 이케 명료하게 못 배웠당께요 ㅋㅋ)




저자 중 한명은 생물학을 공부하고 인류학을 전공한 학자로,

공동저자이자 아내가 첫 아이를 밴 채 가슴에 멍을을 발견하자 유방암을 깊게 연구하게 된다.

그는 아내의 어깨에 찍힌 선명한 브래지어 자국을 보며 대학 시절 수의사에게 배운 황소 거세방법을 생각했다.

끈으로 음낭을 묶어주기만 하는 간단한 방법이었고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조직이 말라버린다는 말이다.

저자는 나이와 호르몬, 식습관 등의 생물학적 관점, 독성물질 등의 환경적 관점, 사회와 국가 등의 문화적 관점을

폭넓게 담아 유방암을 설명한다.


브래지어는 유방암의 유일하고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유방암은 제레미 리프킨의 말처럼 1년에 약 95리터의 유해성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우리네 삶과

이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림프계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브래지어가 만나

가슴 안에 독성물질을 모으고 축적하여 생겨나는 병이다.


이론검증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2,000여명 이상의 유방암 환자군과 비환자 대조군을 비교하여

브래지어에 대한 태도와 착용실태를 비교한 결과가 충격적이다.

자는 시간을 포함해 거의 24시간 내내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여성은 일반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병확률이 6배 높다.

또한 이들은 하루 12시간 이하로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여성들에 비해 유방암 발병확률이 113배 높다.

마지막으로 이 브래지어 종일반은 브래지어를 전혀 착용하지 않는 집단에 비해 유방암 발병확률이 125배나 높다.


이 책은 10년 동안 실천한 나의 '노브라' 삶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줘서 아주 뿌듯했다. :) 

그저 일주일만 브라를 벗어보라. 갑갑해서 영 하기 싫어질거라고 장담! (림프계 압박이 절절하게 느껴질 거에욧!) 

여름에는 브라탑 헐렁한 것을 입고 버티다가 겨울에는 브래지어를 벗고 다니는 친구들도 많다.

안젤리나 졸리 언니의 선택보다 훨씬 쉽지 아니한가.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유방암 예방법은 가슴을 절제하는 것도, 부모를 탓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브래지어를 벗어지는 실천이다.

경영학이 좋아라하는 비용/이익이 명확한데 공익광고라도 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