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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산업혁명, 제러미 리프킨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2. 7. 23.




강연보다는 무조건 책 우선이었다.

강연은 강연자가 쓴 책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 대부분이었고, 책으로 볼때 내용도 생각도 깊어져서 좋았다.

게다가 한국어가 아닌 강의는 순차통역으로 들어야하는데 같은 내용도 2배의 시간이 걸리는 꼴이다.

웬만한 강의는 테드 TED나 아이튠즈 유니버시티에서도 제공하니 

시간이 없어서 못 듣지 좋은 강의의 소스가 없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제러미 리프킨' 공개강좌가 있자 얼른 신청했었다.

강연 당일에 그는 아산현대병원에 갑자기 입원했고 강연은 대체되었지만 말이다.

<3차 산업혁명>은 그의 책 <육식의 종말>, <엔트로피>, <공감의 시대>가 돋을새김 되었을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와 대안적 삶을 석유시대의 '땜방'으로 인식해온 정책과 습속을 바꾸자는 책이다.

석유시대는 이제 끝났다.


제러미 리프킨은

"신용시장 거품과 정부 부채가 유가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규제가 철폐된 금융시장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시장의 위기의 근원에는 유가가 자리잡고 있고, 결국 금융위기는 석유시대의 종말로 귀착된다."로 포문을 연다.


거대한 산업체계의 변화는 환경으로부터 음의 엔트로피를 빨아들여 질서를 유지하는 모든 유기체의 숙명에서 나온다.

1차 및 2차 산업혁명에 대한 엔트로피 청구서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 한대를 생산할 때 필요한 에너지 양에 대한 연구는

자동차 생산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에너지 사용은 제조 과정의 속도를 높여 조립라인에서 차를 더 빨리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공급사슬 전체를 통틀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변환의 속도와 제품 생산 속도에 대한 집착 때문에 추가 에너지 소모라는 대가를 지불한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말은 더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더 많은 엔트로피가 쌓인다는 말과 같다. p 292


우리는 더 빨리 움직이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열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실은 정반대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단위 투입물당 산출물을 기준으로 생산성과 경제성장을 논한다.

이 때 그들이 생각하는 투입물은 '자본과 노동'이다.

그러나 미국과 여타 산업 국가의 실제 경제성장을 분석해보면 노동자 1인당 투입된 자본의 양은 경제성장의 약 14퍼센트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나머지 86%의 답은 독일의 물리학자 라이너 쿠멜이 제시한 것으로, 에너지를 포함하는 경제성장 모델로 이를 설명했다. 에너지 및 원재료를 유용한 일로 변환하게 해주는 열역학적 효율의 증가’가 산업사회의 생산성 증가와 경제성장의 대부분을 설명해준다. p 293



현재 인간이라는 종은 지구 생물체 중 0.5퍼센트에 불과할 뿐인데도 1차 순 생산량의 약 31퍼센트를 소비한다.

나아가 현재 현재 70억인 인구는 금세기 중반 90억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보이지 않는 손, 86%를차지하는 열역학적 법칙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3차 산업혁명은 산업혁명 이전의 지속가능했던 세상이 아니라 이후의 지속가능한 세상을 준비하는 과도기적 과정이다.
어떻게?


역사상 위대한 경제적 변혁은 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만날 때 발생한다.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은 새로운 에너지원을 이용해

전보다 복잡한 문명을 체계화하고 관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p 56


3차 산업혁명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 


  1.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한다.

  2. 모든 대륙의 건물을 현장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로 변형한다.

  3. 모든 건물과 인프라 전체에 수소 저장 기술 및 여타의 저장 기술을 보급하여 불규칙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를 보존한다.

  4.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대륙의 동력 그리드를 인터넷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에너지 공유 인터그리드로 전환한다. (수백만 개의 빌딩이 소량의 에너지를 생성하면 잉여 에너지는 그리드로 되팔아 대륙 내 이웃들이 사용할 수도 있다.)

  5. 교통수단을 전원 연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교체하고 대륙별 양방향 스마트 동력 그리드상에서 전기를 사고팔 수 있게 한다.


5가지의 과정이 책에 깨알같이 소개되어 있다.

(얼마나 깨알같냐면, 건물 소유자가 아니라 임대인이 많은 나라에서 "모든 건물을 미니발전소로 변형"하려면

절감액배분협약 (Shared Savings Agreements)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사례를 든다.)

 

대안에너지는 불안정하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으므로 그동안 원자력발전소도 좀 짓고

우리네 생활이 조금의 불편함도 허용할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기존의 석유화학물질을 좀 더 개선하면서

풍력발전소, 태양열 발전소 몇 개 지어보자, 쯤의 안일한 마음으로는 안된다.

3차 산업혁명이라는 '다른'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확고한 내러티브와 그를 뒷받침하는 정책들이 있어야 한다.

개별적이고 산발적인 정책이 아니라,

산업과 생활을 전반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접목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밝아가야 한다.


책의 앞부분에 나온 5가지 핵심요소를 읽으면서

"뭬야, 이건 또 스마트그리드 짓는다고 토건공사 하는 거 아냐? 교통수단을 꼭 전기로 돌려야겠어?"라고

도끼눈으로 쳐다보다가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되먹지 못하게 보였던 그의 진정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동안 '녹색'운운하는 성장지상주의자들에게 학을 뗀 경험 때문에 사람이 까칠해졌다.)


"근본적인 충돌은 원거리 에너지 대 지역 에너지” 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유의할 점이 있다. 문제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어느 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생산해 미국 전역으로 분배하느냐 아니면 지역별로 생산해 대륙 전체가 공유하느냐이다. 다시 말해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앙집권형 슈퍼그리드를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일방향으로 보낼 것인가, 아니면 수천 곳의 지역사회가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분산형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피어투피어로 공유할 것인가가 문제라는 얘기다. p 226


장기적으로 볼 때 커다란 우려사항은,

청정 재생가능에너지를 거의 공짜에 가까울 만큼 싼 가격에 이용할 때 발생할 엔트로피적 영향이다.

그래! 공짜에 가까운 재생가능에너지를 무한정 얻을 수 있다니, 걱정할 게 뭐 있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구는 닫힌계태양계와 에너지는 교환하지만 물질은 거의 교환하지 않는다.

깨끗한 에너지를 사실상 무한정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지구의 한정된 저 엔트로피 물질들을 재화로 변환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p 299


결국 3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법칙을 적용받는 유기체들이 그 물리적 법칙을 경제체계로 끌어들여야만 가능하다.

물리적 법칙은 바로 엔트로피이다.

자연의 성숙한 생태계가 작동하는 방식은 인간 사회에서 익숙한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마존 지역 같은 극상 생태계에서는 열역학적 효율이 실현 가능한 정상상태에 가깝다.

열역학적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자연의 재생 스케줄과 조화를 이루도록

우리의 소비 패턴에 대한 ‘예산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p 299


이맘 때면 여름휴가 때 읽어야 할 도서목록이 뜨던데

내가 이 책을 안 읽었다면, 아마 목록에 꼬옥 넣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