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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타일: 소셜미디어 시대의 글쓰기 가이드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2. 4. 16.




워낙 서론을 길게 말하고 고스톱 칠 때도 뜸들이는 스타일이라 

노인정으로 보내버린다는 친구들의 협박을 받아본 사람이라 (노인비하 발언인가-_-;;;)

"크게 생각하라, 작게 써라, 이 책을 읽어라" 에 "나, 이미 읽고 있다" 쯤의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책장에 콕 박아놓고 이 얇고 가벼운 책을 읽는데 2주가 지나버렸다.


서문은 좋았다.

마이크로스타일은 단지 짧아서 '마이크로'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더 작고 친밀한 글쓰기의 맥락을 다룬다.

지금 우리는 일상의 작은 발견을 풀어내기 위해 쓰지,

광범위한 논증이나 서사를 발전시키기 위해 쓰지는 않는다. (39쪽)


"비형식적이고, 응용가능하며, 친숙하게 사용되고, 즐거운" 마이크로스타일의 글쓰기, 매력적이다.

특히 형식적이고, 논리적이고, 현학적이며, 전지적 작가 시점을 갖춘 논문을 쓰다가 수 틀려서 '과정 수료'에 멈추고,

그 놈의 프로젝트 제안서의 '목표와 기대효과'라는 어구만 봐도 울렁증이 나기에

아아, 마이크로스타일이 좋아, 라고 부흥집회에 참여한 성도처럼 신앙고백을 했다. 

공식적인 글은 일이어서, 돈이 나오니까, 강압에 못이겨 하지만

자발적으로 블로그도 하도 (한달에 한 번? -_-;;;) 트위터와 페북질도 즐겁게 하는 편이니

난 마이크로스타일.

게다가

언어학 박사나 되시는 분께서 맞춤법이 틀려도 괜찮아, 형식을 파괴해도 괜찮아, 라고 하니까

아주 갠츈한 기분이었다.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의미, 소리, 구조, 사회적 맥락이다.

언어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의 기본이 되는 네 개의 층위별로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마이크로스타일 글쓰기를 설명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구체적인 예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책을 읽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그냥 설렁설렁 문자를 읽는 기분이었지,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 한번이라도 트윗을 더 날리는 액션이 동하지 않았다.


작가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저 나는 '원 헌드레드 퍼센트' 한국인이었다.

구체적인 예 중에서 '애플'사의 1984 광고와  'Think Different'를 빼 놓고는 와닿는 것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니, 영어식 표현도 접하고 외국의 문화적인 맥략도 이해하고 흥미로웠다고 하던데

나의 경우에는 바로 그래서 힘들었다.


"원 아워 히팅& 에어컨디셔닝은 'Always on time ... or you don't pay a dime'라는 구임에 맞춰기 위해

'한 푼도 안내도'라는 관용구가 필요한 슬로건을 사용했다. (185쪽)"


"레디휩 (Reddi-wip)의 상표의 철자는 Ready Whip (휘핑크림 스프레이)이다." (210쪽)


등의 영어 문법책 같은 내용을 200쪽에 걸쳐서 읽다보니,

지쳤다.


바로 몇년 전 캐나다인 남친과 대화하면서 느꼈던, 뛰어넘기 힘든 이질감, 문화적 맥략.

그건 서양영화 몇 개 본다고 되는 것도, 여행을 좀 해 봤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반지의 제왕'을 보면서 간달프에 대항하는 마법사가 '여인천하'에 나왔던 '백도주'를 닮았다는 농담이 뭐가 통하겠는가. 

그런건 '백도주' 검색해서 이미지를 보여줘도................. 아, 이런 건 하지 말자. 모공이 서늘해진다. -_-;;;

나도 걔가 친구들이랑 말하는데 당체 무슨 소리하는지 알아먹을 수 없어서 그게 뭐냐고 물으면

대개가 그 시절, 그 곳에서 살면서 체화되는 문화적이고 정서적인 맥락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이 책의 제목을 잘 읽으라, 쯤이 되겠다.

영어공부나 영어식 표현의 문화적 맥락 같은 것에 관심이 있다면 꼼꼼히 읽으시고,

나처럼 마이크로스타일의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제목만으로도 훌륭하다. 그냥 제목에 맞춰 연습을 하자구요. ㅎㅎ


-의미

명료하게 써라!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라!

그림을 그려라!

감정을 자극하라!

구체적인 상황을 만들어라!

세부사항을 파고들어라!

은유를 끌어들여라!

애매함을 좋은 의도로 사용하라!

잘못된 말을 하라!


-소리

간단하게 하라!

리듬을 붙여라!

시적패턴을 가지고 놀아라!

딱 떨어지는 소리를 만들어라!


-구조

규칙을 어겨라! (철자/문법)

새로운 말을 만들어라!

단어를 가지고 놀아라!

단어들을 예술적으로 결합하라!

문법을 표현적으로 사용하라!

구조를 반복하라!

낡은 상투어를 새롭게 하라!


-사회적 맥락

일상에서처럼 말하라!

명확한 관계를 말들어라!

마이크로보이스를 창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