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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다는 한번은 살아보고 싶다, 북유럽. <신없는 사회>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2. 8. 27.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에는 노르웨이 경험담과 이상한 북유럽 법 이야기가 나온다.

어찌나 물가가 비싼지 노로웨이 여행 중 중급정도의 호텔에 체크인하면서 현금 결제를 하려면

'니아까'에 지폐를 차곡차곡 실어 날라야 한다고 농을 친다. (in english, 리어카~)

게다가 노르웨이에서는 술잔이 바닥나기 전에 바텐더가 술을 더 따라주는 것이 불법!

스웨덴에서는 여름 대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주행하도록 정하는 법이 버티고 있고!

빌 브라이슨 왈

"이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입법을 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공허하고 제한적인 법률"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아니라 한 번은 살아보고 경험해보고 싶은 곳을 뽑으라면 주저없이 북유럽이다.

<<신없는 사회>>의 부제에 따르면 북유럽은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만드는 현실 속 유토피아"니까. 


만약 비종교적인 사람들을 위한 지상 천국이 존재한다면,

현재의 덴마크와 스웨덴이 바로 그곳일 가능성이 높다.

색다른 모습의 마을들, 사람의 마음을 끄는 도시들, 아름다운 숲, 인적 드문 해변, 건강한 민주주의 체제, 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범죄율과 부정부패, 뛰어난 교육제도, 혁신적인 건축, 강한 경제, 탄탄한 지원을 받는 예술, 성공적으로 발현되는 기업가 정신, 깨끗한 병원,  맛있는 맥주, 무상 의료, 개성이 강한 영화들, 평등한 사회정책, 멋진 디자인, 편안한 자전거 도로 등이 있지만,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별로 없다. p 14


 

'종교'가 판을 치지 않아서 그런지 덴마크는 동성애자의 결혼을 합법화한 최초의 국가이고,

스웨덴의 보건 의료 체계는 심지어 레즈비언 커플의 인공수정 비용까지 지원해준단다. 

아이고야. 너무 멋진걸.

선의와 배려와 사랑 대신 '동성애'와 '낙태'에 대한 혐오가 종교적 진정성을 증명하는 미국과는 딴판이다. 

(한국에서는 북한 혐오증과 레이디 가가 콘서트 수용 여부로 자신의 기독교 정체성을 가늠할 수 있다.)

북유럽 시민들은 개인적 호불호야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사회적으로는 '예의 바르게' 동성애와 낙태를 인정한다.

이 곳에서는 술 기운을 빌려 친한 친구에게 "나는 하나님을 믿어"라고 쑥쓰럽게 고백하면서
"날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지 말아줘"라고 덧붙인다.

북유럽 사회는 민주적인 국가 중에서 가장 비종교적이며, 종교적 신실함이 아니라 문화적 상징으로 종교를 간직한 나라이다.

그렇지만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의 삶'에 대한 태도는 견고하며 이 세상의 사회 중 가장 도덕적이다.

그에 비해 시도 때도 없이, 공사 다망하게도 종교적인 미국은 그닥 도덕적이지 않다.

 

<<긍정의 힘>>을 쓴 조엘 오스틴의 아내 빅토리아 오스틴 목사의 비행기 씬이 떠오른다.
빅토리아는 일등석을 타고 여행하다가 팔걸이에 뭐가 묻었다면서 스튜디어스와 대판 싸우고 조종실까지 난입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되어 벌금형에 처해졌다. (어쩌다보니 다혈질;;) 이후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었다는 스튜디어스와의 소송에서 이기자 예배 시간에 빅토리아가 한 말은 "하나님은 우리의 적을 미워하십니다."였다.

(그 부분에서 그냥 마구 이 장로님 생각이 나고 말았다.)

 

신없는 사회가 가장 도덕적이라는 이 역설이 모순처럼 느껴지는 않는 까닭은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사악하고 유치하며 이기적인 긍정신학에 이미 데어버린 탓이다. 

 

그런데도 나는 매주 꼬박꼬박 교회에 나가면서 이 책을 이렇게나 즐겁게 읽었다니,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기도로서 계시를 받았다던 조지 부시 만큼이나 웃기는 짬뽕이랄까. 

아무쪼록 종교인들에게 이 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