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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생강꿀차, 그리고 마녀의 한 다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09. 12. 20.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라니,
이 책 제목만으로도 요네하라 마리는 나의 훼이버릿 작가로 등극했다.
그리고 '사대강 예산 통과 반대' 1인 시위에 갔다가 된통 걸린 감기에
주말 내내 끙끙 앓으면서 마리 여사님의 책을 뒹글뒹글 보았다.
머릿 맡에는 아이폰을 산 채찍질로 '하이테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디지털 쓰레기'라는 하드커버 책이 놓여있었지만, 아프니까 이런 책은 패스. (감기만 나으면 사랑해줄께~)

'마녀의 한 다스'
감기로 머리가 뱅글뱅글 돌아도, 몸살로 척추 마디마디가 쑤셔도, 
오직 책 읽는 재미 하나 만으로 큭큭큭, 읽을 수 있는 책.
이러코롬 교양있는 유머책은 처음 보았다고나 할까.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할 때 "인류학? 그게 뭔데?"라는 질문에 대해 그럴 듯한, 납득이 갈만한 답을 내놓지 못했었다. (그래서 논문은 못 쓰게 된 것이냐? 정녕?? -_-)
기껏해야 타문화를 연구하고 질적연구방법을 쓰고 현지조사를 적어도 1년 쯤은 해야 박사가 된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인류학은 이런 것을 공부하는 거에요,라면서 '마녀의 한 다스'를 척 내놓을 작정이다. 이 책의 부제는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문화인류학'인데 처음 책을 집고서 뭐 출판사에서 '있어보이려도 인류학을 끌여들였나보다' 쯤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상과의 거리를 코앞에서 한 순간에 휙 늘리는 방법은, 갑자기 대상에서 멀어짐으로써 자신도 상대방도 아닌,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다. 바로 그 낙차 덕분에 웃음이 생기는 것이다'를 증명하는 세계 각국의 유머와 에피소드가 책에 담겨 있다. 

분단국가였던 독일과 지금도 분단국가인 한국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쓰오는 이태리 말로 무슨 뜻일까?
키르키스의 볶음밥과 일본의 볶음밥은 어떻게 다를까?
베트남의 비둘기라는 뜻인 침보코는 일본어로 무슨 뜻일까? 
소련을 방문했던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가 KGB가 보낸 미녀 첩자에 넘어가 잠자리 사진이 찍히자, 그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갔을까?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중 한 명이 일본에 놀러왔다가 홀딱 반해서 사갔다는 그 호화롭고 화려하고 기품있고 위엄있는 이상적인 차는 무엇일까?    
    
이런 저런 이야기와 유머들이 책에 한 가득인데, 
전부 어쩜 그리 교훈적이고 도덕적이고 정칙적으로 올바른지 모르겠다.

하루에 책 7권을 읽었다는 마리 여사의 내공이 아닐까 싶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의 기품있는 차는 바로
영.구.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