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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스바루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0. 2. 21.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마스카라에서 친환경 SUV까지 별의별 물건을 마케팅하고 있다. 다음엔 뭔가 나올까?
친환경 화약? 유기농 바퀴벌레 살충제? (p16)
뭐 그런 것이 나와도 나 역시 놀랄 것 같지 않지만,
뉴욕 촌놈의 뉴멕시코 로컬라이프 프로젝트는 놀라웠다.
'자연에서의 일년'이라던가, 타샤튜더의 책이라던가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등의 책이
나온 시점에서도 그랬다. 
빌 브라이슨을 능가하는 말빨이라더니, 과연. 

게다가 녹색 삶의 구석구석 스며든 모순의 정신에 충실하다는 점(p105) 때문에
책 읽는 내내 위로받는 느낌이었달까.
새로운 경제 아이템처럼 등장한 '그린 이코노미'니 '유기농 전문점'이니
때때로 너무 쿨해서 몸에서 닭이 솟구쳤었다. 
에코라이프를 할라손 치면
설겆이를 하다가도, 쌀을 씼다가도 고무장갑 낀 손으로 빈 우유통을 찾아와 
사용한 물을 버리지 않고 고이 모셔두고(화분에 물주는 용도로 재사용),
화장실에 초벌 빨래한 면생리대를 이틀 쯤 담가놓고, 
못 먹는 채소 꼭다리 부분을 갈아서 마사지 한다던가,
암튼 언년이의 일상화는 기본이라는 거다.
그런데 웬 쿨?     

이 책에는 서른 다섯을 넘어 시골구석에서 애인을 찾았다는(것도 이.상.형) 당췌 로맨틱한 부분만 빼면
염소농장의 똥냄새라던가, 
식용유로 가는 차의 연료를 얻기 위해 스티로폼 용기에 든 중국음식을 테이크아웃한다던가,
태양열 온수기 파이프를 설치하면서 파이프 접착제인 유독물질을 뒤집어쓰다던가, 
식용유로 움직이는 차로 석유로 만들고 운송된 외제 물건을 파는 가게에 왔다갔다 하는데 쓴다던가(p153),
그리고 대여성 번의 머리 부상과 파상풍의 위험이 수반되는 자상이 현실적으로 나와 있다.  
'즐거운 불편'이라는 낭만적 언설로는 미처 설명될 수 없는 혼자서 삽질 고군분투해야만 하는 에코라이프의 속살.  
것도 세금환급과 전기세 삭감으로 상쇄해본들 태양열 판데기 값을 뽑으려면
72년이 지나야 한다는 잔혹한 현실도 말이다.

그런데 결론은 다시 에코라이프.

"염소 퇴거 절차는 시작하는 순간, 한 가지 깨달음이 스쳤다. 
나는 행복했다.
어른이 된 후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또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녹색 삶을 실천하려는 아주 현실적 살림의 노력속에서 어린 아이 같은 기쁨을 재발견한 것이다." (p223)
 
결론은 이렇게 초현실주의로 다달았으니, 
이것은 연애의 힘인지, 아니면 에코라이프에 푹 빠진 사나이의 자부심인지 :)

"핸드브레이크를 꽉 채워야지.
지속할 수 없는 삶에, 
내가 먹는 음식과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석유와 석탄에, 
욕망에 근거한 연애에. 
이 모든 것에." 

(단, 넷플릭스 인터넷 비디오 대여 서비스, 무선 이메일, 쿵쿵 울리는 서브우퍼,
아이팟, 화장실 휴지, 아이스크림은 제외했음,
나의 경우엔 무선인터넷, 아이폰, 전기장판, 바이브레이터는 제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