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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데스: 일상 속 내 아이를 서서히 죽이는 오리 인형의 진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1. 12. 1.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처럼 서른이 되기 전에, 한 번에 요절하는 삶을 꿈꾸었을지도. 어쩌면.
어릴 때는 말이다.
구질구질하게 질질 끌면서 죽음마저도 연명하는 삶보다는
한번에, 후딱 가는 인생을 동경한 적도 있었다.
그 어릴 적의 치기는 유해물질이나 환경오염, 핵발전소의 위험을 이야기할 때도 등장한다.

"그래서 유기농을 먹고 플라스틱을 줄이고 화학물질을 쓰지 말라고?,
차라리 스트레스 안 받고 편하게 사용하다가 그냥 후딱 휙, 죽을래"

유해화학물질 교육을 할 때면 사람들이 학을 떼면서 '패스트 데스'를 말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반박하는 주제어를 제목으로 삼았다.  

"아니거등요. 유해물질에 노출되면 그냥 후딱 휙, 못 죽거든요.
배추에 소금을 절이면 배추가 숨을 죽이듯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유해물질에 몸이 절여져 천천히, 천천히 숨이 죽어가요."
바로 슬로우 데스다.
(김장철에 시기적절한 비유가 아닌가! ㅋㅋㅋ)

캐나다 환경방어 (Environmental Defense)에 속한 2명의 환경운동가는
<침묵의 봄>의 작가, 레이첼 카슨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말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게 되었다.
배 속에 잉태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를 실감나게 보여줄 행동을 찾다가
유해화학물질 판  '슈퍼사이즈 미 (supersize me)'를 기획한다.

이틀 정도는 깨끗한 환경에서 몸을 해독한 후, 그 다음 삼일 간은 맘껏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다.
그리고 순간순간 소변과 혈액을 채취해 몸 속을 여행하는 유해물질의 행로를 좇는다.
'맘껏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다'고 했지만, 실은 그냥 일상 생활을 충실히 영위할 뿐.
샴푸로 머리를 감고 애프터 쉐이빙 로션와 캘빈 클라인 향수를 바르고 참치 샌드위치를 먹고
향균 비누로 손을 씻고 테팔 후라이팬에 음식을 해 먹고 캔커피를 마신다.
뭐, 이 쯤이야.
'슈퍼사이즈 미'의 충격적인 영상과는 잽도 안 되잖아.




설명보다는 실감나는 그래프를 위해 책 속에서 사진을 찍었다.

고무오리로 대표되는 어린이 장난감, 삼푸, 로션, 향수 등의 화장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가 몸 안팎을 들락달락거리는 양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사용하는 화장품 갯수가 많아질수록 소변에서 검출되는 프탈레이트 대사체 (MEP)의 양도 많아진다.

또한 개인 세정용품에 노출되기 전후의 프탈레이트 양도 막강한 차이가 난다.

겨우 샴푸, 애프터 쉐이빙, 향수를 썼을 뿐인데 말이다. 





향균 손 세정제를 쓰면 깨끗해지고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세균은 손 씻는 방법에 영향을 받지, 어떤 세정제를 쓰냐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병원 사용만 국한되었던 화학제품이 항균도마, 항균 장갑, 항균 데오드란트 등
온갖 생활용품에 쓰이면서 식수 오염, 항생제 내성의 위험은 마구 높아지고
관련된 화학회사는 대박을 터뜨린다.
갑상선 활동을 교란하고 생쥐의 체온을 낮추고 신경계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항균 성분,
트리클로산이 24시간 만에 2천 900배나 높아지는 이 그래프가 무섭다.
항균 손 세정제를 썼을 뿐인데 before / after가 성형외과 광고처럼 가파른 널뛰기를 보여준다.


 

수은처럼 체내 축적되고 반감기가 짧지 않은 중금속도
겨우 7 끼니의 식사에 혈중 수치가 팍팍 높아진다.
참치 샌드위치, 참치 초밥, 참치 스테이크를 먹고 나니 혈액 속 수은 수치도 높아졌다.
수은이라... 이따이이따이 병 아닌감? 아구 두야 -_-;;;;;
결국 바다 오염이 먹이사슬의 윗 쪽에 위치하는 참치의 몸을 수은으로 뒤덮고 인간의 몸도 덮친다.


하지만 이 수치가 보여주는 만큼이나 낙관적일 수 있지 않을까.
며칠 간의 행동 만으로 내 몸 속 유해물질의 수치를 낮출 수 있으니까.
디톡스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우리는 어느 정도의 한에서는 '슬로우 데스'를 피할 수 있다.

"우리가 행동을 취하면, 우리의 혈액은 더 깨끗해집니다.
휘발유에서 납을 제거하자 미국인 혈관 속의 납 농도가 줄어들었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지만 한편으로 큰 진보입니다.
PCB도, DDT의 혈중 농도 역시 줄어들었습니다."

환경실무그룹(EWG)의 켄 쿡이 한 말이다.


 

반감기가 긴 PCB의 경우 금지된지 30년이 지나간다.
분명 우리 세대의 피 속에는 금지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환경에 잔류한 PCB가 알알이 박혀있지만
조부모나 부모 세대에 비해 덜 오염되었다.
그리고 우리 아래 세대인 어린이는 훨씬 더 상태가 좋다.

내년 6월에 '슬로우 데스'의 두 환경운동가가 국내 방한할 듯 싶다. (강연 작업 중 ㅋㅋ)
관련된 내용으로 환경 다큐먼터리도 만들어지는 중이다.
(동아 종편이라서 우리도, 작가도, 모두 슬퍼했다. 아구 두야 -_-;;;; 왜 하필 ;;;;)
그 전에 책을 미리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미리 예습해도 될만큼 충분히 중요하고 와닿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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