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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1. 9. 15.
플러그를 뽑으면 지구가 아름답다.
철학하는 발명가 후지무라 씨의 비전력화 프로젝트
이 책은 북센스 송주영 실장님께서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개정판과 함께 선물로 주신 책이다.
홍대 앞 '나물 먹는 곰'에서 만찬을 얻어먹고 책 두 권과 함께 집에 오는데, 집에 오는 길이 룰루랄라 했다. 책 홍보를 해야지, 라는 마음이 뭉개뭉개 만개했는데 (인터넷 서점마다 후기 올려버릴꺼야!!!)
게을러서 책도 이제야 읽고 말았다는 -_-;;;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 삶의 철학이 아니라 몸의 습속으로 굳어진 내게 홍보가 가당키나 한가,
이 리뷰는 책을 읽고 아아~흐흥,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던 감화의 산물이자
한국에 처음 방문하는 후지무라 샘의 토크쇼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이다.
9월 21일 하자 센터 하하허허 홀! 백발에 홍안의 인상 좋은 할아버지, 후지무라 샘을 만난다.



후지무라 할아버지 같은 발명왕 아저씨가 하고 싶은 말은 신통방통한 발명품 이야기가 아니다. 
플러그를 뽑는데는 '스마트 그리드'니 '북극곰을 살리는 이노베이션 innovation'이 아니라
소박하고 현명하게 자기 삶을 언플러드로 만들면 된다.
우리 삶은 이미, 현저히 많은 전자 제품과 그 전자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친환경' 전자제품이 많다.

휘발유 자동차의 대안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가 아니라,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걷기이고
그것을 뒷받침할 걷기 좋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마을,
그리고 집과 직장, 생활공간이 가깝게 위치한 삶의 양태여야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발명왕의 발명에 관한 이야기 아니라 삶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역시 발명왕이신지, 읽으면서 고등학교 물리랑 화학 공부하는 줄 알았다.
이과에 문외한이어서 에너지 단위 계산만 봐도 눈알이 핑핑 -_-;;;
(어렵게 안 쓰였음, 안 이해하고 넘어가도 책 내용에 이상 무, 그냥 자존심이 쪼큼 상처 받음)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관성과 롤러의 힘으로 만든 비전력 청소기의 모습이다.

그런데 후지무라 샘은 상품화 안했다, 자기 스스로도 이런 발명품보다 수수 빗자루, 쓰레받이가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기 청소기에 대해서는

입김을 불어서 종이를 움직이고 숨을 빨아들여 종이를 움직이면, 공기를 빨아들이는 쪽이 훨씬 힘듭니다. 공기를 빨아들여서 무언가를 움직이는 게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청소기의 원리, 그러니 얼마나 효율이 낮고 에너지를 많이 쓸 것인가요.(40쪽)
라고 설명한다. 명쾌한 설명!

일본 가정용 전기 청소기는 원전 1기분의 발전량이고

전 세계의 전기 청소기는 원전 10기분의 전력량이라는 설명도

내가 싫어하는 '계산'을 통해서 척척 해내신다. (설득력 짱 !!!)


소리를 조금 키운다고 전력 사용이 얼마나 될까, 하는 무지한 물음에 대해서도

생물의 감각은 물리적인 양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청각의 경우 소리의 물리적 강도가 10배가 되어야 비로서 2배가 커지고 100배가 되어야 4배로 커집니다. ... 
소리를 크게 하기 위해 필요한 전기와, 냄새를 없애기 위해 첨가하는 화학물질의 양은 서로 같은 비율이 됩니다. 소리가 크다, 쾌적하다의 느낌의 인간이 느끼는 감각으로 인식됩니다.

인간이 느낄만큼 소리가 커지고 냄새가 없어지고 쾌적하게 느끼려면

물리적 강도의 대수만큼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사용해야 한다.




후지무라 샘의 발명품이 일리히 이반이 말한 '적정 기술'이 되어 쓰임새가 빛을 발하는 곳은

바로 제 3세계!

비전력 공방에서 나이지리아 어린이들을 위해 개발한 식수 살균장치,

몽골의 유목민들이 오랫동안 고기를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물과 별빛으로 작동하는 냉장고

인간의 필요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서 작동하는 발명품들이다.


그래도

된장질이 익숙한 나는 눈을 희번뜩거리며 이 물건을 탐냈다!!

(북센스 송주영 실장님을 통해 한국 입국시 가져오라고 귀뜸했다가...

쫌!!! 이라는 답변을 들었도다;;;;;;;;;)




바로 열전도율을 잘 활용해 3분만에 커피를 볶아주는 비전력 커피로스터!

일본에서 브라질 공정무역 커피를 배급하고 유기농 농사를 널리 퍼뜨려온

나카무라 샘께서 극찬하신 로스터이다. ㅋㅋㅋ

나카무라 샘께서는 이 물건을 받으시고 후지무라 샘의 비전력 프로젝트를

'유기 공업 운동'이라고 농사꾼 다운 이름으로 개명해주셨다고 한다. (센스쟁이>.<)


개인적 노력만으로 비핵, 탈핵 사회를 만들기는 힘들다.

산업용, 상업용 에너지가 절반 넘게 차지하는 현실에서 개인이 플러그를 뽑는다고 비핵화가 얼마나 이뤄질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가정용에 비해 밤에 최고 6배까지 싼 경부하 산업용, 상업용 전기세를 바꾸는 노력과 함께

전기 청소기를 안 쓰고 (나도 안 쓰는데 정말로 안 힘들다!)

가습기 대신 환기를 잘 시키고 젖은 빨래를 널고 

핸드폰 충전할 때보다 더 많은 전기를 잡아먹는 충전기의 플러그를 뽑는 노력도

새 발의 피보다 훠얼씬 큰 힘을 발휘한다.


지구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