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하지 말자. 나는 이 시대에 필요한 남자들의 필수 교양이 '에겐남'이라고 생각하므로, '에겐남' 아빠란 내 호감의 표현이다. 엄마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아빠의 육아서는 그 자체로 기후 위기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적 자질을 지내고 있달까.
전작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도 충분히 좋았다. 그러나 북극곰보다 생리컵에 더 관심이 있는 생활파 환경주의자인 내게는 대프니와 시시를 낳고 키우며 전 세계의 숲이 아니라 웨일즈 지역에 뿌리 내린 작가의 이번 책이 훨씬 더 취향이었다.
이 놈의 아빠는 하는 말마다 너무 사려 싶고 다정한데(책으로만 보니까 그러겠지만) 그의 두 딸들 대프니와 시시까지 하나같이 귀엽고 똑똑하고 사려 깊어서, 진지하고도 암울할 수 있는 내용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땃해지더라. 기후 위기를 걱정하며 아이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면 꼭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한 사계절이 따뜻하게 녹아나는, 딸들이 있는 인생이 부러워질지니. 책의 부제는 기후위기의 지구에서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아이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며, 매일 공들여 희망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난다.
권력자들이 대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든 말든, 그건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머리로 ‘이건 절대 안 될 거야’라고 냉소적으로 판단하는 경험만큼 몸으로 세상이 변할 가능성을 느끼며 활력을 얻는 경험도 똑같이,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하단다. … 우리는 행동했어. 그리고 행동을 통해 덜 외롭다고 느꼈다. 미래에 그 사진을 보게 된다면 우리가 웃는 이유는 현실을 모르거나 착각에 빠져서가 아니라 행복했기 때문이라는 걸 기억해 주길 바란다. 73
나는 산호초와 빙벽과 북해를 모두 ‘장소’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어. 내 기억들은 모두 진정한 의미에서는 더는 장소에 얽힌 기억이 아니야. 순간에 얽힌 기억이지. … 이제는 한 인간의 삶의 하나의 생태계보다 더 오래 지속될지도 몰라. 우리가 기억하는 장소들이 더는 저 바깥 세계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장소와 순간의 기억을 우리 안에 간직하고 있단다. 93
지질학적 시간으로 따지면 석기 시대는 바로 어제 일에 불과하고, 우리는 아주 잠깐 이곳에 머물다 가는 존재다. 이건 나 자신에게(그리고 너희에게) 남기는 메모다. 이 덧없는 순간을 한껏 누리며 살아가자! 124
희망은 귀금속처럼 어딘가 조용히 묻혀 있다가 발견되는 비활성 물질이 아니야. 희망은 매일 공들여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지. 난민촌에서 희망은 주어도 목적어도 아니다. 희망은 동사야.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무언가를 희망하고 있어야 해. 그 희망이 비록 제대로 된 한 끼 식사에 불과할지라도 말이지. 난민촌 주민들은 여러 가지를 희망하지만 무엇보다 더 나은 미래나 의미 있는 삶을 꿈꾸고 있어. 무언가를 선택하고 에너지를 쏟는 과정에서 그 소중하고도 가치 있는 희망을 만들어내는 거야. 38-39
생태 불안 시대에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연대와 지지와 돌봄, 문화를 구축한다는 것
캐롤라인은 고통을 겪고 불안을 느끼는 아이에게 행동에 나서라고 권유하는 건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게 집회 참여든, 개인적인 생활 습관 변화든, 식량 재배든, 단체에 가입하는 것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런 아이에게 필요한 건 자신의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아이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 주며, 가치 있고 현실적인 행동을 함께 해나가는 과정에서 연대와 지지와 돌봄을 보여주는 것이지. … 문화를 구축한다는 건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불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불의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를 논의하는 폭넓은 대화에 모든 사람을 초대하고 참여시키는 일이기도 해. 184-185
숲처럼 생각하며 아이를 키우기
어떤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스스로 만들어낸 렌즈 즉, 적자생존이라는 렌즈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도록 우리를 부추겼어. 하지만 현실은 숲은 경쟁의 무대인 동시에 공동체와 관계를 위한 공간이고, 생명체는 함께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진화한다. 너희도 잘 알지만, 하나의 종이 사라지면 전체 시스템의 역학이 뒤바뀐다.
지의류와 식물성 플랑크톤, 해파리 그리고 인간의 장내 미생물을 봐. 생명의 가장 근원적 뿌리는 협력에 있어. 단세포 생물이 자기 몸 안에 엽록체를 받아들였던 순간부터 또는 곰팡이가 조류에 보금자리를 제공해 최초의 지의류가 된 순간부터 그랬지. 277
세상이 힘들어질 때, 실제로 지금도 과거에도 세계 곳곳에서 그랬듯 문제는 안락함이 아닌 인간 품성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자유를 걸 수 있을까? 우리는 숲처럼 사고하며 분열의 세력에 맞서 구역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자신의 안위만을 지키기 위해 타협하게 될까? 281
생태 불안의 시대, 14가지 어린이와 관계 맺는 법
아마도 이 14가지 지침은 어린이뿐 아니라 기후 위기에 불안을 느끼는 모든 사람과 대화할 때 필요한 지침이 아닐까.
- 진실을 말하자
-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자
- 함께 탐색하자
- 비난하지 말고 수치심을 주지 말자 (비난하지 말고 책임을 인정하자. 이는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 생태 불안이 늘 임상적 의미의 불안인 것은 아니다. 생태 불안은 현실 상황에 대한 건강한 감정 반응이다. 상황에 적절한 경각심은 유익한 감정으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유머, 장난기, 용기 그리고 이타심, 공감, 다정함 같은 건강한 방어기제를 키우자. 이미 잃은 것과 앞으로 잃을 것에만 집착하지 말자.
- 자신에게 맞는다고 느껴지는 행동을 실천하자
- 문화를 구축하자 : 해결은 제도권 정치의 변화뿐 아니라 다양한 행동의 실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양육, 요리하기, 이야기 들려주기, 공동체 구성하기 그리고 규범과 생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활동이 의미 있는 실천이 된다.
- 지금 시작하자
- 밖으로 나가자.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신체와 정신의 건강, 웰빙, 연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용하다. ‘사랑하지 않으면 지키려 하지 않는다’라는 오래된 격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단 한 줌의 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 경이로움을 드러내기 위해 기다리는 수십억의 살아있는 존재가 있다.
- 현명한 사람에게 투표하자
- 숲처럼 생각하자 (그리고 행동하자!)
- 결코 늦지 않았다.
지구는 인간이 정한 마감일이나 목표치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기후 위기는 계속 전개되는 과정이다. 해로운 관행을 제한하고, 인간 사회의 정의와 인류애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항상 존재한다. 삶은 언제나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며 살아가는 과정이다.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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