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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rsion

홍성의 에코에코한 곳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9. 9. 29.

충청남도 홍성은 서울에서 2시간 거리.

홍성 풀무학교의 초대를 받아 90여명의 농업기술학교 학생들과 플라스틱 프리 이야기를 하고 점심도 얻어 먹고 급기야, 예전 동료 '인어'를 만나 여기저기 기웃기웃 소개를 받고 왔다.

 

독일의 대표적인 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에 갔을 때 그곳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소리를 듣고 문득 생각했었다. 근데 우리도 찾아보면 참 대안적인 곳과 활동이, 그리고 멋진 사람들이 많지 않아? 여러가지 실험들, 대안들, 공동체. 왜 나는 국내 공동체나 대안적인 곳에 가서는 이토록 열성을 다하지 않고 외쿡에만 오면 신박하다는 듯, 온 영감은 다 얻은 듯 굴지? 쯧쯧.  

 

홍성에 와서 약 5개월 전 그 생각을 똑같이 했다. 와, 이렇게 좋은 대안들이! 것도 시간이 쌓여 마을에 자리잡은 대안들이 이렇게 존재하고 있구나. 주말 내내 홍성에 머물며 충분히 보고 싶었지만, 가을 날씨가 좋은 덕에 주말 내내 서울에서 실무로 참여하는 행사가 있어 금요일에만 잠시 머물렀던 홍성의 대안적 공간들.

 

  • 홍성 풀무학교 (풀무농업전문학교)

공식 인가를 받은 사립학교로 최대한 자유롭게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일주일에 3일 오전은 직접 농업을 배우고 몸으로 익힌다. 농사에 더해 산양, 닭, 돼지를 키운다. 학교와 관계 맺고 강의를 하는 마을 사람들이 약 40여명. 고등교육과 전문과정으로 나뉜다. 학교 갔더니 젊은이(?)가 산채만한 트랙터를 운전하며 학교로 들어오는데 간지가 품품.  

 

학교 입구에 써 있는 시, 벌레먹은 나뭇잎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말리고 있는 꽃
대박 빈티지. 학교 입구
 비닐봉투 쓰레기는 쪽지를 접어 버리는 학교 분리수거 클라스

 

  • 자연의 선물가게: 풀무학교 생협

마을에서 만든 지역농산물을 직거래하는 생협. 마을에서 나온 우리밀로 반죽한 갓 구운 빵도 판다. 원래 출판사였던 자리는 출판사가 옮겨가면서 길고양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숲속 작은 집 같은 동네 카페. 동네에서 짠 마끈 수세미, 말린 차 등도 팔고 두부가 나오는 날은 자기 용기를 가져가면 판 두부째로 플라스틱 없이 구입할 수 있다. 우선 고양이들 천국이라 카페에 앉아있는 자체로 힐링이 된달까나. 

 

 

 

  • 토종벼, 오리 논 

홍성은 친환경 오리 농법의 원조! 

마을 사람 모두 상식처럼 친환경 유기 농산물을 먹는다.

디폴트=친환경 농법

젊은 귀농 귀촌인이 많은데 그 분들이 토종벼를 심을 땅과 종자를 무료로 내놓은 동네분이 계시다고.

아래 논에는 약 15여 종자의 토종벼들이 자라며, 기계를 써서 농사짓지 않는다. 다 손으로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핸드메이드 농법을 알아야 한다는 마음가짐. 

인어는 15평 벼농사를 짓고 있는데 심을 때 죽는 줄 알았다고. ㅎㅎ

 

인어는 여기 와서 제일 좋은 점이 싱싱하고 팔딱팔딱한 제철 농산물을 밥상에 올리는 것과 대안 공동체인 만큼 동네에 복작복작 재미있는 행사와 모임이 넘나 많다는 것. 글쎄 마을 비폭력 강의를 하면 아저씨들까지도 다들 듣고 열심히 참여한다고. ㅎㅎ

 

인어가 선물해준 하얀 단호박. 안은 노랗다. 그리고 인어가 짜준 마끈 그물망! 
오메 예쁘당!
토종벼 속성 강의 중, 인어 :) (고마워잉)
핸드폰과 건물에 막힌 시야를 뻥 뚫어주는 논. 나 갑자기 몽고인처럼 시력이 트인 것 같다.

 

  • 마음 뜸방 및 마을 도서관 

매주 목요일 마을 뜸방이 열려 동네 사람들끼리 서로 뜸을 떠주고 몸을 돌본다.

그리하여 건물 벽에는 '옹기종기' :)

 

우리 마음 뜸방
밝맑도서관

 

  • 여성농업인센터와 재사용 공유공간

여성농업인센터에서 마을 점방처럼 동네 농산물 직거래 생협을 운영하고 그 앞에 자율적으로 안 쓰는 물건을 무료로 교환하는 재사용 가게를 운영한다. 누구든! 심지어 나 같은 외부인도 마음에 드는 조끼를 구해왔다. 관리와 정리는 여성농업인센터에서 한다. 동네 카페에서 만나면 서로가 이거 내 물건이었는데! 자기가 가져갔구나 하면서 난리가 난다고. 좋은 난리네.:) 타이베이 물건 이야기가 홍성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물건 교환이 정말 활발하다고. 일주일에 한번 물건 정리해놓는 날은 동네 사람들 발걸음이 총총 이어진다고 한다. 

 

더욱 좋은 점은 깨끗이 씻은 토마토나 딸기 플라스틱 상자 등을 가져다놓으면 홍성 농산물 꾸러미 하시는 농부들이 가져가 다시 그 통에 담아 농산물을 배송한다는 점이다. 와, 여기 재사용 천국인가 보다!!

 

옷과 신발뿐 아니라 청소기, 문구류, 생활잡화 등 모두 취급
돈으로 교환하지 않고 서로 누가 기증하고 가져갔는지 이름만 쓴다.
상태가 양호한 것만 가져와주세요.:) 

 

재사용 매장 건물 안에는 공방이 운영된다.  미싱이 있어 누구나 수선하고 사용 가능하다. 

그리고 함께 모여 비누도 만들고 생활에 필요한 것을 나눈다. 이번 모임에서 만든 비누가 숙성되는 중. 

 

 

그저 반나절 있었는데도, 3,500명 사는 사골에서 걸어서 10분 내에 갈 수 있는 이런 대안적 공간들이라니. 와아. 진짜 국내에도 대박 좋은 곳들이 많다.  한창훈 작가님의 말씀처럼 "살기 좋은 곳은 스스로 부지런해지는 곳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