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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를 위한 경제학, 경제학자들이 좀 읽으면 좋겠어!

by 불친절한 금자씨 2023. 5. 7.

작년 1월에 시작한 알짜 미라클 독서 모닝이 일년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1년을 맞아 2023년에는 기존 알짜들에 더해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을 모집해 2023년 미라클 모닝 팀을 꾸렸는데요. 공휴일과 주말은 쉬고, 평일 오전 6시 50분-7시 30분까지 무료 줌 미팅 시간이 닫히는 40분 동안, 매일 40쪽의 환경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환경책으로 시작했으나 즐거운 '신변잡기' 이야기를 나누는 친목 모임이기도 합니다. 책 선정은 각자 1~2권 읽고 싶은 환경책을 이야기하면 그 중에서 투표해서 같이 읽을 책을 정하는 형태에요.

저번 3월에 읽은 책은 바로 김병권 선생님의 <<기후를 위한 경제학>>이었습니다. 이 책을 같이 읽다가 좀 더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김병권 선생님을 모시고 알짜 미라클 모닝 저자 특강을 열기도 했답니다.

이 책은 환경을 하시는 분들은 물론 주류 경제학자들은 꼭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태경제학과 환경경제학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고, 물리학의 법칙 1. 무에서 유가 창조되지 않는다 / 2. 모든 에너지와 생명은 엔트로피의 법칙을 따른다 에 기반한 경제학이 펼쳐집니다. 금융으로 상징하는 경제학은 물리의 세계가 아니라 화폐의 세계, 즉 숫자로 갈음됩니다. 숫자의 세계는 물리적 현실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에 무한 증식이 가능하고 그 무한 증식이 목표 자체가 될 수 있는 세계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서 자원을 분배하는 경제학은 인간을 중심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는 몸을 가진 존재라 0과 1이라는 디지털 코드로 치환될 수 없고 (아직은?:) 영화 '백투더퓨처'나 '인터스텔라'에서 나온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빠른 비행기가 나와도 물리와 시간의 한계 안에서 사는 물리적 존재입니다. 그런데 경제학은 이렇게 인간이 살아가는 물리적 환경, 인간 유기체의 몸이 가진 물리적 속성을 무시한 채 숫자로 치환되는 화폐의 세계를 상정합니다. 이 간극이 바로 주류 경제학이 실패한 지점이 아닐까요.

생태 경제학은 물리학의 법칙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환경 경제학과도 다르며, 경제학 자체에 물리적 한계를 긋습니다. 무한 성장과 무한 증식이 암처럼 독이 되는 세계가 바로 인간의 몸이자, 물리적 존재가 빠져나갈 수 있는 세계니까요. 한계가 있는 것이 몸을 가진 생명체에게는 축복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생태 경제학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지금 여기의 현실에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이렇게 잘 정리해주셔서 저자님께 넙죽 절하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혼자 읽기는 버거우니 책 모임에서 조금씩 나눠서 천천히 이야기하며 음미하며, 어떻게 이 화두를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 를 마음에 품으며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무한 경제성장은 우리에게 불가피한 것이 아니고 가능하지는 사실을 생태경제학이 명확히 입증했다.

둘째, 현재 글로벌 경제는 이미 지구 생태계의 경계선을 넘었으므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무한 경제성장을 멈추고 에너지와 물질자원 처리량 규모를 줄여나가야 한다. 한국도 이를 따라야 한다.

셋째, 경제 규모 팽창을 멈추는 대신 사회구성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분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모든 정책과 실천들은 위의 세 가지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18쪽

생태 경제학의 문제 해결 제안 (295쪽)

1. 지속가능한 경제의 최적 규모을 먼저 상정한다 optimal scale

2. 정의로운 분배를 설계하고 실행한다 just ditribution

3. 시장에서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실행한다 efficient allocation

현재 탄소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 등의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1번, 2번을 건너뛰고 3번을 중심으로 실행되기 때문입니다. 탄소배출권거래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장가격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비판받고 있으나, 시장가격에 기반한 제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바로 1번과 2번을 먼저 설계하고 그에 따라 3번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 결과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은 글로벌 전체 탄소 배출의 약 20%에 대해서만 탄소 가격이 매겨지고 80%는 가격이 제로다. 가격이 매겨진 20% 조차 3/4는 탄소 톤당 10달러 미만, 석유 1리터로 계산하면 약 40원 정도다. 통상적인 시장 유가 변동 속에 파묻혀버릴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339쪽)의 상황이 됩니다.

아래처럼 유량과 저량이란 개념을 통해 기후위기 문제를 설명하는 개념 설명도 훌륭합니다.

기후위기는 왜 갈수록 더 심화되는가? 기후위기의 원인인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서 잠시 머물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적’되기 때문이다. … 여기서 ‘유량flow’과 ‘저량stock’을 구분하는 것이 유용하다. 매년 경제가 성장을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매년 추가되는 유량이다. 반면 대기 중에 이미 누적된 온실가스는 저량이다. 169쪽

 


 

 

강의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살짝 정리합니다. 책보다 훨씬 심화된 내용을 질의응답을 통해서 들을 수 있어서, 역시 이 맛에 저자 강의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 여론: 경제악화 대응을 우선적으로 한 다음 기후위기 대응을 해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 약 66% (이건 뭐, 영화 <<돈룩업>>이 너무 현실적이었다는 방증 아닌가요?)

  • 잘못된 기후위기 이미지 : 굶어가는 북극곰, 지구가 불타는 사진 (지질학적 시간 동안 1.5도 이상 기후가 올랐던 시절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그때 '불탔던 것'은 지구가 아니라 지구 위의 생명체, 특히 최상위 포식자였죠. 그렇다면 지구가 불타는 것이 아니라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불타는 이미지가 정확하겠습니다)

  • 이산화탄소는 생산 소비의 폐기물, 탄소세는 폐기물 배출 비용과 같은 것 (온실가스, 이 역시 쓰레기 문제였어!)

  • 경제는 역학이 아니라 생물학에 가깝다.

  • 기후위기 문제의 시작이 산업혁명부터라고? 모든 데이터가 1950년대부터 거대한 가속이 일었다는 것을 증명 : 1950년대부터 중동의 석유가 대량으로 채굴되어 경제에 투입되면서 시작됨

  • 경제가 성장하는데 불평등도 심화되고 일자리도 못 만들어내는데, 그렇다면 뭐하러 성장하지? → 2010년대 이후 탈성장의 부상

  • 연 경제성장률 10% 계속 되면 7년 만에 경제 사이즈가 2배 됨, 무한 증식에 가깝지만 이와 상응하는 생태학적, 물리적 한계는 상정하지 않음

  • 배의 플림솔라인(적정 적재선) : 지구의 한계선은 어떻게 그을까. → 생태 발자국으로 표현, 이미 4월에 생태 발자국 다 쓴 것으로 나타남.

  • 도넛경제학에서 논쟁적인 지점 : 사회적 기초를 지키기 위한 복지정책이라는 안쪽 경계선이 팽창해 만약 바깥선(지구 한계선)을 넘어서게 한다면? 이런 현실적 딜레마 발생: 독일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져 가스비가 급 상승하면서 이런 문제에 실제로 봉착함. 독일은 그 이전보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기준을 충족하면 기존 요금대로, 그보다 더 많이 쓰면 두 배 요금을 인상하는 것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유인하면서도 필수 에너지 사용을 통한 복지의 선을 지키려 노력함

  • 모든 소비를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소비는 줄이고, 적정한 소비는 보장해야 한다. (9유로 대중교통 티켓 상싱화, 일정 이상 비행기 마일리지가 쌓인 경우 세금 부과 혹은 요금 급상승 등 제한 정책과 연동)

  • 환경운동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파이를 정의롭게 나누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없다.

  • 전환, 책임의 문제 중요 : 프랑스 노랑 조끼 운동은 그저 반환경적인 운동이 아니라 유류세 인상하면서 동시에 부유세를 깎는 반동적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임

현상유지에서 이익을 얻는 기득권 엘리트 집단들은 탄소집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계속 누리려는 유인을 가진다. 반면 경제적, 정치적 자원이 취약한 힘없는 서민들은 책임은 적은데 부담만 나누자고 하니 반발하게 되고 설사 기후위기 대응에 참여하려 해도 물적, 재정적 자원이 부족하다.

기후재난을 피할 수단 역시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시민들 사이에서 공동행동을 위해 필수적인 사회적 신뢰 기반들이 약화되고 기후대응은 점점 멀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31쪽

 

  • 탄소가격제도 등 시장 가격 정책으로 기후위기 해결이 방법이 전혀 안 될까? → 시장이 아니라 산업에 부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 미국 IRA 정책인 유럽의 그린뉴딜 정책이 산업정책으로 펼쳐지고 있음

  • 생태적 조세 개념 : 노동을 세금이 아니라 자원에 세금을 매기자! 에너지와 자원에 세금을 매기자! 에너지(자원) 사용에 대한 세금이 높아지면 키오스크로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전기를 쓰는 모델이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를 높이는 모델로 돌아서게 될 것임

  • 우리만 하면 뭐해? 미국이나 중국을 보라고! → 한국은 이미 그 말을 할 수준이 아님. 책임져야 할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국가임, 현재 탄소배출양 전 세계 7-12위 사이를 차지하며, 전체 누적 탄소배출량으로도 17위를 차지함

  • 전 세계 국가가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합의해서 이 문제에 대처하지? 이미 늦은 거 아냐? → 20개 이하, 주요 국가가 빠르고 철저하게 대응하면 신속한 효과를 볼 수 있음, 책임 소재가 있는 주요 선진국의 합의와 변화가 중요함

  • 마이너스 성장인데 시민들이 잘 살고 있는 경우가 있을까? 일본 제로성장은? → 일본이 장기간 제로성장에도 조용히 잘 살고 있다는 의견과 모든 것이 생기를 잃고 늙어가고 있다는 상반된 시선이 존재함. 그러나 일본의 제로성장은 탈성장을 목표로 잘 설계된 제로성장이 아니라 성장을 하고 싶은데 못 해서 성장하지 못한, 경제가 망가진 형태의 제로성장임. 따라서 일본 사회의 제로 성장 모습을 탈성장의 미래로 생각해서는 안 됨.

  • 와 다 좋은데 어떻게 이루지? 정치적 불가능성 vs 물리적 불가능성 : 한국에는 아직 기후정치가 없다. 시민들의 생활실천만 있다. 우리는 기후투표를 한 적이 있는가. 미국의 경우 선라이즈무브먼트가 대표적인 예 → 기후정치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기후정치에 젠더, 계급, 청년 정치를 함께 녹여내 정의로운 전환을 꾀하는 기후정치를 만들어내야 함, 그래야 미래가 있음.

 

허먼 데일리

우리는 지금 경제성장이 결코 무한히 계속될 수 없다고 하는 물리적 불가능성과, 성장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지 멈출 수는 없다는 정치적 불가능성 사이의 갈등을 목격하고 있는지 모른다. 허먼 데일리는 물리적 불가능성이 이길 거라고 확신한 것 같다. 왜냐고? 자연은 우리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