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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ble

[아침 뭐 먹었어?] 날마다의 보양식, 야채 해독주스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8. 3. 22.


이런 말을 하는 내가 '꼰대'스럽지만, 간편식이 이해가 안 간다. 아니, 왜 밥을 호로록 털어버리듯 먹어? 밥 먹을 때가 하루 중 젤 좋은 시간 아냐? 초코렛이 비싸던 어린 시절 핀셋으로 초코렛을 긁어먹던(!) 것처럼, 봄날의 흐드러지게 지는 벚꽃처럼 지극히 아쉽기만 한 '밥 시간'인데. 해금을 같이 배우던 중학생이 그랬다. 반 애들이 매일 학교 홈페이지에서 읽는 글은 딱 하나라고. 오늘의 급식 반찬이 적혀있는 게시판. 그러고 보니 지금 일을 쉬고 있는 나도 집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바로 '집밥'을 먹기 위해서다. 나는야... '종간나세끼'. (본인이 요리 담당이라 손수 차려드시긴 합니다만.) 하루 종일 집 주변에만 머물다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와 꼬박꼬박 밥과 간식을 챙겨먹는다. 내 룸메가 나처럼 살다가는 망원동 자영업자 다 망하니까 나가서 좀 사 먹으라고. ㅠㅜ 

 

이미지 출처| http://www.dogdrip.net

  

하지만 식탁에 앉아 먹을 시간은 부족하고 아침에는 입맛도 없고 점심 되기 전에 배가 고파오는 시츄에이션은 이해한다. 내 룸메 중 한 명은 아침 7시에 출근하고, 한 명은 아침 잠이 많아 아침을 거르고 잔다. 그래서 아침으로 '야채주스'를 해먹은지 사 년 정도 되었나... 아침마다 꼬박꼬박 마시는 '날마다의 보양식'이자 우리 집 해독주스. 난 야채주스를 입가심으로 먹고 아침밥을 먹고, 룸메는 야채주스와 고구마, 과일 등만 먹는다. 만병통치약처럼 선전되는 그 좋다는 식이섬유를 섭취하기 위해 해 먹기 시작했는데, 원래 잘 먹고 잘 싸던 사람들이라 변비가 사라졌다던지, 눈이 밝아졌다던지 등 내노라할 만한 효과는 없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변화라면 입안에 구내염이 자주 나던 룸메가 야채주스를 먹은 후 구내염이 싹 사라졌다는 것. 우리는 철분제 외에 비타민이나 영양제를 따로 섭취하지 않는다.


집에서 일상적으로 밥 해 먹는 사람들에게 야채주스 만들기는 참말로 간편하다. 한마디로 집에서 해먹는 '간편식'. 토마토,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를 큼직막하게 썬다. 비율 따위 모른다. 냄비에 물을 찰랑찰랑 채우고 집에 재료가 남아있는 만큼, 한솥이 찰 만큼 야채를 썰어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식혀서 냉장고 보관시 겨울에는 4~5일 정도, 여름에는 3일 이내에 먹어야 한다. 


우리 집은 한번 끓일 때마다 중간 크기의 토마토 3개 (방울 토마토의 경우 한 통), 당근 1개, 브로콜리 1개를 썰어 넣고 나머지를 양배추를 채운다. 매번 들어가는 야채는 집에 있는 재료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카레에 써버려서 브로콜리가 반 개만 남았다면 브로콜리 대신 당근이나 양배추를 더 넣는 식이다. 대중없이 대충. 껍질 안 까고 큼직큼직. 야채가 끓는 시간에는 좋아하는 노래를 부엌에 틀어놓고 흥얼흥얼.







아침마다 이렇게 끓였다가 식혀 냉장고에 보관한 것을 2~3 국자 퍼서 믹서기에 넣는다. 맛이 밋밋하니까 매실청이나 유자청 2~3 숟가락, 그게 없을 때는 딸기잼, 귤잼, 사과잼 등 집에 있는 아무 달달한 잼이나 2~3수저 넣고 빡빡하다 싶으면 물을 살짝 더 넣어 믹서기를 돌린다. 끝! 아침에 한 컵을 먹는 건데 과일이 들어가는 만큼 야채가 덜 들어가는 지라, 섭취하는 야채 양을 늘리기 위해 건더기가 별로 없는 과일청이나 잼을 넣게 됐다.   


믹서기 옆에 유자차. 유자차 넣으면 유자 향이 나서 먹을 때 기분 좋다!


일반적으로 청이나 잼 대신 사과 혹은 바나나를 함께 간다. 근데 내가 해 보니 사과는 이가 멀쩡하다면 와삭 씹어먹는 게 더 맛있고 몸에도 더 좋다. 사과 썰어넣는 것도 귀찮고. 그 다음 타자, 바나나는 해외 수입과일. 탄소 발자국도 길고 농약도 무섭다. 생협에서 공정무역 바나나를 팔지만 날마다 먹기에는 어릴 적 고급 과일이던 바나나 가격처럼 부담스럽다.


집밥을 안 해 먹는 사람이라면 이게 다 뭔 소용인가, 간편식을 사 먹고 말지, 이런 결론이 나겠지. ㅠㅜ 역발상으로 날마다 집에 토마토,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가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느 날 저 4가지 재료만 가지고 카레나 야채볶음을 만들어 먹을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으흐흐흐. 손수 내 먹거리를 챙기는 일은 나를 돌보는 꽤나 뿌듯한 일이다. 가성비가 이처럼 좋은 게 어디 있겠어.:) 




아, 양배추는 농약을 많이 친다. 되도록 양배추는 생협 것을 권한다. 정말이지 생협 양배추는 일반 마트나 시장 양배추에 비해 크기가 반 정도 밖에 안 된다. 넘나 귀엽다. 이렇게 자라주어서 대견하고도 고마운 마음으로 아침마다 처묵처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