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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ble

복날, 고기 말고 원기 돋는 비건음식으로 몸 보신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7. 8. 12.

절기력은 얼마나 신통한가.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오자 열대야는 싹 사라지고야 말았다. 사주 말고 절기력으로 운세를 점치는 방법이 있다면 난 반드시 절기력 운세를 보고 말 거야. 말복의 자정, 열린 거실 창으로 들어온 바람은 가을의 향취를 담고 있다. 입추가 몰고 온 초가을의 청량한 기운이 여름 밤 공기에 실려있다. 벌써 여름이 가다니 짧은 휴가가 끝나고 직장으로 복귀하는 전날 밤처럼 조마조마하고 불안하다. , 벌써 겨울이 올까 봐 무서워.  

채식주의자를 지향하지만, 이미 이 혓바닥은 고기에 담금질되고 말았도다. 그래도 닭고기(혹은 개고기 ㅠㅜ) 소비가 많은 복날에는 작정하고서 비건 식당을 찾는다. 자식을 서울로 보내놓고 영양이 부실할까, 과일이 비싸서 못 사먹을까, 대보름날 나물반찬은 해 먹을까, 복날 여름 보양식은 챙겨먹나 등등 이제나 저제나 자식 걱정인 남도의 울엄마한테도 자랑해야지. 닭고기 말고 비건 음식으로 한여름을 날 수 있다고. 좋은 비건 식당 리스트 뽑아놓고 초복, 중복, 말복마다 그곳에서 원기를 돋우는 채식을 즐기고 싶다.

내게는 여성의 날, 퀴어 축제일, 크리스마스가 추석과 설날보다 큰 명절이다. 의미 있는 명절도 스스로 정했는데, 절기에 맞는 음식도 내가 스타일링해서 해마다 특별하게 복날을 맞이해야지 싶다. 그러니까 복날에는 청구개리마냥 고기 말고 비건 음식으로!

쏠쏠한 비건 식당 두 곳을 소개한다. 

집 근처 망원동에 있는 '어라운드 그린'과 서촌에 있는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는 사찰음식 식당 '마지'.



어라운드 그린 Around Green 

02-6080-9797

서울 마포구 포은로5길 47

매일 12:00 - 21:00, 일요일 휴무

1인이 하는 식당이라 미리 예약, 주문하고 가면 좋아요. 

식당 정보 더 많이 보기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16706998

같이 간 (채식주의자 아닌) 지인이 "빠진 것이 없이 꽉 찬 느낌이 난다"고 평한 맛. 나처럼 고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고기 없는 스테이크나 고기 없는 만두처럼 대충 만든 비건 음식을 먹으면 뭔가 허전하고  하나씩 빠진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어라운드 그린의 비건 음식은 그 자체로 꽉 찬 느낌, 건강하고 건실하고 충분한 맛이 난다. 한 점의 두려움 없이 매끼 고기 투정을 하는 내 친구도 데려갈 수 있을 거 같다.    



구운 야채덮밥

구운 야채덮밥에 비벼먹는 땅콩소스 

(이 소스 어케 만드는 겁니꽈!! 집에서 따라 만들었는데 폭망.. 넘 느끼해서 밥에 비벼 묵을 수가 없음)


두유 크림 파스타


과일 스무디 5,000원 

샌드위치 8,000~9,000원

파스타 및 커리 10,000~12,000원

구운 야채덮밥 9,000원


마지

 02-536-5228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19

일요일 12:00 - 21:00매일 11:30 - 22:00

식당 정보 더 많이 보기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21080406



 실내 모습 


 'ㄱ' 모양 한옥의 한 쪽을 점하고 있는 분리된 공간

상견례나 회의 할 때 독립된 공간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듯!  


 서촌 한옥 궈궈!


 좀 더 비싼 고급요리도 있지만 

백반 가격보다 아주 살짝 비싼 일상 메뉴도 다양하다.

점심 및 특식 메뉴 8,000원~10,000원


특이하게도 3,000원만 더 내면 

두부스테이크, 더덕구이, 표고탕수, 미니배 냉면 같은 스페셜 찬을 추가할 수 있다.  


묵은지 덮밥

정갈한 반찬들

토마토 짱아찌

가운데 있는 갈색 전은 바로 바나나전!

씹을수록 돼지껍데기의 말캉한 느낌이 난다. 

(여기 소개해주신 환경운동연합 최준호 처장님 표현인데, 절묘했다능!)

두부 스테이크 


어라운드 그린이 젊은이들의 채식식당 느낌이라면, 마지는 상견례처럼 예의 차리는 자리에서 신통한 음식 맛에 빠져 상대방에 아랑곳 없어지는 느낌이랄까.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 친구에게 소개해도 좋을 듯. 

'옥자'나 '육식의 종말'을 보고 채식주의를 결심했다면 정말 장하고, 일주일에 한 번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실천하한다면 것도 장하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초복, 중복, 말복에는 비건 음식을 먹어보면 어떨까. 나처럼 고기 입맛에 신념을 져버린 나약한 환경운동가도, 고기 없이 밥 먹기 싫은 네추럴 본 육식주의자도 채식주의 식도락에 빠질 수 있는 비건 식당들이 많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댓글5

  • 누룽지 2017.08.12 08:32

    뭐랄까...
    저는 채식을 두둔하지도 않고, 육식을 비난하지도 않으며,
    자의에 의한 지상동물의 섭취는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타의에 의한 지상동물 섭취는 막지 못 하고 있으며(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동물성 원재료가 들어갑니다. 타의에 의한 것을 막으려면, 모든 걸 직접 만들어 먹는 수 밖에요.)

    자의에 의한 수산물(생선은 적고 거의 대부분 조개류)과 유제품(요구르트, 치즈, 버터)은 즐깁니다.(그냥 우유는 소화가 잘 안 되어 비선호)

    Human race가 육식을 끊을 수 없다면,(저는 끊는 건 100%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육식없이는 인간이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하지도 못 했겠죠.)
    그에 대한 죄의식으로 육식을 멀리 하는 방식보다는,
    가축이 살아있을 동안의 '복지'에 대해, 동물이 '생명체로서 받아야 할 당연한 권리'에 더 집중하는 게 조금 더 지혜롭지 않을까 싶어요.
    채식을 선택하지 않는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끊임없는 학대와 비윤리적 행동들이 멈추지 않을테니까요.

    하여간
    수많은 채식인들이 육식에 대한 반발에서 채식을 시작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저는 그와는 조금 달리, 식물 자체가 더 다양한 맛이 있다고 느껴서 채식에 가까운 식생활을 하고 있어요.
    굳이 육류가 없어도, 양파와 버섯의 깊은 맛을 알고 나니, 고기에 대한 선호가 낮아진 부류랄까요...
    물론 동물복지와 생명권 보호 역시, 저의 기저에 굳게 뿌리 내리고 있구요.

    열혈 채식인이라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물어봅니다.
    "식물은 생명이 아닌가요?" "헤모글로빈이 있어야만 피인가요?"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준 채식인이 아직 전무해요.
    답글

    •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전 열혈이 아니라 아예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복날만이라도 채식을 하려고 노력하려고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저 역시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고기는 대부분 공장식 축산에서 온 거라 육식이 비난받아야 하는 구조라고 생각해요.

    • vf2416 2019.04.16 20:16

      강냉이밥을 권장함2MB처럼 맨밥에 간장 먹던가ㅋㅋ http://pann.nate.com/talk/320596037

  • 누룽지 2017.08.19 04:36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금자님 글과는 상관없는 제 얘기 하기에 급급했던 것 같습니다.
    금자님을 열혈로 오독하지도 않았고, 육식이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도 금자님과 생각이 같습니다.
    상대방이 쓴 얘기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냥 제 얘기만 주절거렸던 것이 문제였어요.
    차분하게 답글 써주셨지만, 아마 속으로는 꽤 짜증나셨을 것 같습니다. 죄송해요.

    어라운드 그린도 그렇고, 마지도 그렇고, 처음 알게 되었는데 기회되면 꼭 맛보고 싶어요.
    다른 채식당들도 방문하시면 포스팅 남겨주셔요 ^^*
    답글

    • 누룽지 님 :) 아닙니다. 글 읽어주시고 의견 주셨는데 감사하죠. 기본적으로 저도 누룽지 님과 의견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댓글에서 제가 답 드리기는 어려워서 짧게 제 글에 대한 의견만 드린 것이니 이해해주세요. 고맙습니다. :) 레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