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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day

같은 질문, 다른 답_인생 역술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7. 9. 23.


타로, 사주, 별자리, 점.

사람이 미래를 점치는 일에 자신을 내맡길 때는 다음과 같을 때다. 지금까지 내 삶의 경험과 데이터로는 도저히 답을 내릴 수 없어서, 나도 나를 못 믿겠는데 내가 내린 배팅의 결과를 삶으로 겪어내야 할 것이 두려워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있을 때 당신에게 불현듯 일어나는 어떤 것이다'라는 존 레논의 말처럼 갑자기 닥친 불행의 원인과 '그나마의' 대책을 찾고 싶을 때다. 그리하여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서라기보다, 인생 카운셀링을 받고 싶어서 생판 모를 타자에게 자신을 고해받친다.

근 한 달간 갑자기 급전이 필요해 빌려준 빚 받으러 다니는 사람처럼, 여기저기 인생 카운셀링을 받으러 다녔다. 평소 새겨 듣는 친구들의 조언을 싸그리 무시하며, '답은 네 안에 있어, 그 돈으로 우리 맛난 거 사먹자'라는 회유를 도리어 말렸다. 냅둬! 인생 상담 좀 받아보자...

이 블로그 글은 몇 십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나 할까. -_- 그런 거 있지 않습니꽈! 'Dear 미래의 나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떡갈나무 밑에 파묻는 심정 같은 거. (feat. 나이 사십에...) 언젠가 또다시 중대한 변곡점 앞에 선 미래의 나에게 선포하노니, 답은 네 안에 있도다. 너는 고집 무지 세서 그 분들 말 안 듣는 종자고, 설령 운명의 카운셀링을 따를래야 따를 수도 없따규! 그 분들은 모두 각자 다른 말을 하신단다. 당췌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 결국 네 맘대로 결정하노니.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정녕 진리였던 거시여. 그 돈으로 친구들과 맛난 거 사먹음시롱 걍 걔들한테 조언을 구하삼. 헤이유~ 현자는 네 친구들이야.

나 스스로 답 내리지 못해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답은 모두 제각각. 똑같은 질문에 대해 1) 액션을 취하면 망하니 그곳에서 바짝 엎드려 있으라 2) 당장 액션을 취하라, 그곳에 하루라도 더 머무는 것이 아깝다 3) 어차피 내년은 이중 삼재라 뭘 해도 힘드니 둘 다 소용 없다 4) 이것과 저것의 장점과 단점은 이러저러하니 알아서 하라, 라는 답이 나왔다. 한 쪽은 너는 사업할 팔자이므로 돈을 쫓아라 (저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뎁쇼..), 다른 곳은 너는 절대 돈이 안 붙으니 사업할 생각은 애시당초 말아라...  어쩌란 말입니꽈!

그래서 결론은, 인생의 변곡점을 앞에 둔 자여. 자신을 더 많이 알고 자신과 더 많은 대화를 하시라. 또한 자신을 잘 알고 아껴주는 사람들과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며 조언을 구하시라. 그뿐.

허나 그 과정에서 쏠쏠한 즐거움은 있었드랬다. 한번은 같이 점을 보러 들어간 내 친구와 내가 부부의 연이면 이혼수가 들어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는 언젠가 헤어질 거 이왕 만나는 동안에는 서로 쵝오로 잘 해주자고 다짐했다. 아주 오기로라도 잘 해줘야지. ㅋㅋ

다음으로 내가 돈 없는 팔자라 뭘 써야 좋아진다며, 내년에 돈 생기면 필히 뭘 좀 쓰란다. (아마도 부적?) 근데 평생 돈 없는 팔자에 이중 삼재 걸렸다는데 내년이라고 어디서 돈이가 들어오단 말입니꽈. 그나저나 들어나 봤나, 업계 용어 '이중 삼재'.

마지막으로 내 친구에게 고향의 장군님들 한을 풀어줘야 한다며 풍악을 울리고 떡 좀 올리라 하셨는데, 내 친구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장군님들은 어떤 음악 장르를 좋아하시냐고 물었다는 거. 점보고 나와 내가 뭔 소리였냐고, 그거 굿 하라는 말이라고 진짜 몰라서 물었냐고 추궁하자 내 친구 왈, 자기는 떡뿐 아니라 고기도 올릴 수 있고 춤도 출 수 있으니 장군님들 좋아하는 음악 장르만 알면 된다나 뭐래나. 그래서 요즘 밤마다 춤연습 하신다. 하루는 플랑멩코 동영상 보고 따라하고, 하루는 스윙댄스 추고, 하루는 막춤 흔들고. 아주 장군님들 기쁘게 만들 지극정성이 아닌가.

인생은 예측불허. 그러니까 매 순간 차 한 잔 느긋하게 마시는 마음대로.

사진| 최정은 선생님 (여성성공센터 '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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