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 Info

생리대 기자회견, 여성건강과 월경에 대한 이야기

by 불친절한 금자씨 2017. 8. 22.

어제 릴리안 관련 일회용 생리대 사용자 부작용 제보 및 기자회견을 급급급하게 논의하는 사이 미치도록 전화가 왔다. 내 샤오미 불 나서 타버리는 줄 알았다.


3월에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시험 결과 발표하면서 제품 명을 밝히냐, 안 밝히냐로 단체 내에서 회의를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보도자료를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다 결국 보도자료 묻고 토론회로 대체했고, 이후 제품 명 미공개 덕에 인터넷에서 오래 살 만큼 욕을 얻어 먹었다. 전수조사 안 했다, 어떤 제품에서 제일 많이 검출됐는지 한 제품만 보는 손가락 말고 제품 전반의 관리 및 규제 개선이라는 달을 봐달라, 등의 내용을 담은 미공개 입장 성명서에도 불구하고 수명만 늘었을 뿐. (100세 시대인데 언제까지 살려나.)


사실 그때 걸렸던 것이 릴리안이었다

올해 초 SBS 스폐셜 바디버든연출하신 고혜미 샘께서 릴리안부작용이 보고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귓등으로 흘려 듣다 검출시험 결과를 보고 이거 안 되겠다 싶었다. 문제가 심각해서 안 되는 게 아니라, 조작한 것처럼 너무 깔끔해서 문제였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시츄에이션도 아니고, 하필 릴리안 제품에서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s)이 제일 많이 나왔는데! 아직 것 때문에 건강 이상이 생긴다는 근거도 없는데!! 


검출결과를 액면 그대로 발표하면 검출시험을 근거로 이래서 부작용이 난 거야, 하고 아직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 근거를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아직까지 이 검출시험 결과가 릴리안 건강 부작용과 관련이 있는지 아닌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제 언론 인터뷰도 어서 빨리 식약처가 움직여서 개입하고 역학조사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럼 질병관리본부가 붙어야 하고 어쩌고보수적으로 답했다. 워워, 진정해야 해요, 이런 분위기의 BGM. 


자문회의 하면서 식약처에 관련 조처 요구하다가 하반기에 재조사할까요, 이 정도 계획을 짰었는데, 제품 명이 이제와 흘러나와서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다른 사업은 모두 얼음땡. 그래서 아쉽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우선 연구가 돼야 뭐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도 컸다


근데 어제 저녁 7시에 올린 일회용생리대 "릴리안" 사용자 피해 사례 제보가 오늘 아침 7시에 600명 넘게 채워진 것을 보고 아, 이 많은 사람들이 뭐라고 말할 데도 없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찡했다. 여성들의 경험과 목소리가 조직화되는 일이 페미니즘 리부팅 시대인 요즘을 빼고는 거의 없었기에, 특히 직접적인 임산, 출산이 아닌 여성 자신의 몸과 건강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드러내고 요구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여전히 생리대 때문에 건강 부작용이 나타났을까, 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하겠다. 모른다. 여성들의 경험에 대한 면밀한 연구, 인과관계를 밝히는 역학조사 및 위해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 사실인지 아닌지, 정말 생리대 유해물질 때문인지 아닌지, 이 모든 것이 밝혀질 때까지 우리가 서로에게 증인이 되어주면 좋겠다. 지금은 그 동안 개인적 경험으로만 묶여왔던 여성건강과 월경에 대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흘러 넘쳐야 하는 때이다



<일회용생리대 "릴리안" 사용자 피해 사례 제보>


이를위해 일회용생리대 릴리안을 사용하고 부작용을 겪은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기자회견 당일 피해사례를 직접 증언해 주실 분도 모집 중입니다. (익명 보장, 마스크 착용 가능)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여성환경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회용생리대 허가기준과 유해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조사, 시판되는 일회용생리대 제품 전체에 대한 성분 및 위해성 조사 등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
기자회견
●일시 : 2017.8.24 목 오전 10시 30분
● 장소 :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 (우천시 추후공지)

http://bit.ly/you_voice